드디어 미국의 초대장을 받았다!…바이든이 부른 이 사람? [세계엔]

입력 2023.07.22 (08:00) 수정 2023.07.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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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드디어 초대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 총리가 바뀌면 곧장 백악관으로 부르곤 했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7개월도 더 지나서야 겨우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잇따른 '우클릭' 때문입니다. 진보 성향인 바이든 정부가 보기에는 영 탐탁지가 않죠. 그럼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초대장을 건넸습니다.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기 싸움에서 미국 대통령이 진 걸까요?


■ 총리 '패싱'하고 이스라엘 대통령 먼저 만난 바이든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의 초대장을 받아들었을 때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습니다.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과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회담하고, 이란 핵 개발 문제, 러시아 견제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 실권자 총리를 '패싱'하고 대통령을 만났다는 점에서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갈등이 꽤 깊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는 '민주적 가치'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두 나라의 튼튼한 관계는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보수 일변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입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중도 좌파로 분류되며, 네타냐후 총리와는 다른 정당 출신입니다.

■ 그러거나 말거나? 네타냐후는 '사법부 무력화' 재시동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른바 '사법부 무력화' 법안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 시킨 법안입니다. 대규모 반대 시위에 부딪힌 데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발 물러섰던 그 법안 얘기입니다.

1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1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멈춰있던 법안을 이스라엘 의회가 지난 11일 1차적으로 가결했습니다. 반발을 예상해 내용을 조금 고치긴 했지만, 어떻게든 현 상황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또 불붙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다시 말을 보탰습니다. "경험해 본 정부 중에 가장 극단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중국과는 밀착, 우크라전은 중립…골치 아픈 바이든

미국 눈에 더 거슬리는 건 네타냐후의 외교 행보입니다. 미국이 백악관 초청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네타냐후는 앉아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 초청을 받아 조만간 시진핑 주석과 만날 거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보도가 맞다고 공식 확인까지 해 줬습니다.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외교적인 대안을 모색했다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도 이스라엘은 미국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중립'을 고수하고 있죠.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지원하면 이스라엘과 갈등 관계인 이란에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지난달 22일 팔레스타인 중부 나블루스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지난달 22일 팔레스타인 중부 나블루스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이스라엘은 미국이 요청하는 군사 지원은 안 하면서 팔레스타인과 무력 충돌 수위는 점점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서안 난민촌을 대규모로 기습 공격했는데, 유엔까지 나서서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법 기준을 악질적으로 유린했다. 전쟁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맞섰습니다.

■ 작전 통했나? 드디어 날아온 '백악관 초대장'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했습니다. 중동에서 점점 입김이 세지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이스라엘이 필요하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몇 달 동안 네타냐후 총리 초대를 분명하게 미뤄왔다"며,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과 관계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작전'이 통했다고 봐야 할까요? 바이든 대통령이 한발 물러나 준 모양새긴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마냥 미국 눈 밖에 나긴 어려웠을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은 중동 화약고 한가운데 있는 이스라엘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현지 언론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최근 '전략적 실수 : 바이든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국 방문 계획을 고심하는 네타냐후'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해쳐 이스라엘의 이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과 달리 "사우디는 미국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지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발언권에 의존하지도, 미국에 재정적으로 기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중 경쟁 구도가 움직일 수 없는 현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줄타기는 '백악관 초대장' 해프닝과 상관없이 이미 시작된 듯 합니다. 이스라엘과 중국의 경제는 전보다 밀접해졌고, 의료 기술, 로봇 공학 등 이스라엘의 첨단 과학에 중국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려의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죠. 과연 이스라엘은 격동하는 신냉전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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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미국의 초대장을 받았다!…바이든이 부른 이 사람? [세계엔]
    • 입력 2023-07-22 08:00:40
    • 수정2023-07-22 09:31:28
    주말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드디어 초대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 총리가 바뀌면 곧장 백악관으로 부르곤 했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7개월도 더 지나서야 겨우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잇따른 '우클릭' 때문입니다. 진보 성향인 바이든 정부가 보기에는 영 탐탁지가 않죠. 그럼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초대장을 건넸습니다.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기 싸움에서 미국 대통령이 진 걸까요?

■ 총리 '패싱'하고 이스라엘 대통령 먼저 만난 바이든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의 초대장을 받아들었을 때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있었습니다.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과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회담하고, 이란 핵 개발 문제, 러시아 견제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 실권자 총리를 '패싱'하고 대통령을 만났다는 점에서 바이든과 네타냐후의 갈등이 꽤 깊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서는 '민주적 가치'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두 나라의 튼튼한 관계는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보수 일변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입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중도 좌파로 분류되며, 네타냐후 총리와는 다른 정당 출신입니다.

■ 그러거나 말거나? 네타냐후는 '사법부 무력화' 재시동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합니다. 이른바 '사법부 무력화' 법안 추진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 시킨 법안입니다. 대규모 반대 시위에 부딪힌 데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발 물러섰던 그 법안 얘기입니다.

1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멈춰있던 법안을 이스라엘 의회가 지난 11일 1차적으로 가결했습니다. 반발을 예상해 내용을 조금 고치긴 했지만, 어떻게든 현 상황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또 불붙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다시 말을 보탰습니다. "경험해 본 정부 중에 가장 극단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중국과는 밀착, 우크라전은 중립…골치 아픈 바이든

미국 눈에 더 거슬리는 건 네타냐후의 외교 행보입니다. 미국이 백악관 초청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네타냐후는 앉아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중국 초청을 받아 조만간 시진핑 주석과 만날 거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보도가 맞다고 공식 확인까지 해 줬습니다.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외교적인 대안을 모색했다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도 이스라엘은 미국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중립'을 고수하고 있죠.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지원하면 이스라엘과 갈등 관계인 이란에 흘러 들어갈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지난달 22일 팔레스타인 중부 나블루스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이스라엘은 미국이 요청하는 군사 지원은 안 하면서 팔레스타인과 무력 충돌 수위는 점점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서안 난민촌을 대규모로 기습 공격했는데, 유엔까지 나서서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법 기준을 악질적으로 유린했다. 전쟁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맞섰습니다.

■ 작전 통했나? 드디어 날아온 '백악관 초대장'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했습니다. 중동에서 점점 입김이 세지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이스라엘이 필요하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몇 달 동안 네타냐후 총리 초대를 분명하게 미뤄왔다"며,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과 관계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작전'이 통했다고 봐야 할까요? 바이든 대통령이 한발 물러나 준 모양새긴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마냥 미국 눈 밖에 나긴 어려웠을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은 중동 화약고 한가운데 있는 이스라엘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현지 언론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최근 '전략적 실수 : 바이든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중국 방문 계획을 고심하는 네타냐후'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해쳐 이스라엘의 이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과 달리 "사우디는 미국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지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발언권에 의존하지도, 미국에 재정적으로 기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중 경쟁 구도가 움직일 수 없는 현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줄타기는 '백악관 초대장' 해프닝과 상관없이 이미 시작된 듯 합니다. 이스라엘과 중국의 경제는 전보다 밀접해졌고, 의료 기술, 로봇 공학 등 이스라엘의 첨단 과학에 중국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려의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죠. 과연 이스라엘은 격동하는 신냉전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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