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뜬지 1년 2개월 만에 준공…위성으로 본 북한 화성지구 ‘속도전’

입력 2023.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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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지구 전경 / 노동신문화성지구 전경 / 노동신문

지난해 2월, 평양시 외곽에서 신도시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습니다. 북한 당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일환인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건설 사업입니다.

그 뒤 불과 1년 2개월여 만에, 화성지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화려한 준공을 알렸습니다. 어떻게 북한은 최대 40층의 대단지 아파트를 1년 만에 올린 것일까요? 그리고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위성으로 들여다본 화성지구…착공 8개월 만에 '쌍둥이' 건물 완성

KBS는 미국의 상업 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해 화성지구의 건설 과정을 들여다 봤습니다.

2021년 8월 당시 화성지구의 모습 /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2021년 8월 당시 화성지구의 모습 /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재작년, 허허벌판에 인부들의 숙소가 들어서더니 곧 1㎢ 가까운 면적이 임시 건물로 만든 숙소로 가득 찹니다.

지난해 2월 착공된 뒤에는 터 닦기 등 기초 공사를 한 달 만에 끝내더니, 5개월여 만에 건물 뼈대가 빠르게 올라갔고, 착공 8개월이 지나자 화성지구의 상징과도 같은 '쌍둥이' 건물 등 대부분 건물이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2022년 10월 당시 화성지구의 모습 /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2022년 10월 당시 화성지구의 모습 /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현재 화성지구는 조경까지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준공까지 단 1년 2개월만 걸린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속도전의 배경에는 '인해전술'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실제 화성지구 건설에는 연간 천6백만 명, 하루 평균 4만 5천여 명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대식 LH 토지주택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평양 살림집 건설은) 김정은 정권의 최대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고, 전국적으로 노동력과 자재들을 투입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도한 공사 기간 단축…상수도망 안 갖춰져 우물 파기도"

하지만 속도전 건설의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 평양에서 건설 기사장으로 일했던 한 탈북민은, 주민용 살림집의 경우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이더라도 건설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북한의 연간 시멘트 생산량이 8백만 톤에 달하는 만큼 고급 자재를 쓸 필요 없는 주민용 살림집은 충분히 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정치적 목적으로 공사 기간을 과도하게 줄이다 보니 살림집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심지어 노동당에서 정한 기간을 맞추기 위해, 지하 상·하수도 공사나 가스, 전기 공사 등 기초 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화성지구 아파트 내 가스레인지에 가스관이 연결돼 있지 않은 모습 / 조선중앙TV화성지구 아파트 내 가스레인지에 가스관이 연결돼 있지 않은 모습 / 조선중앙TV

이 탈북민은 "난방이 제대로 안 된 경우도 많고, 나중엔 물도 안 나와 화장실도 이용 못 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다 보니 평양시의 현대적 아파트들인데 다들 마당에 '우물'을 파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속도전 건설은 생활상의 불편뿐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 탈북민은 최근 북한에서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기간을 지키지 않는다"며 "(콘크리트가 굳기 전) 계속해서 몇 층씩 쌓다 보니 준공 날짜는 맞추겠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공사 '속도전'의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굉장히 의욕적으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고갈이라든가 여러 악조건이 있다.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설, 대규모 살림집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엔 화성지구 2단계 착공식을 열고, 또다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화성지구 2단계 공사는 얼마나 걸릴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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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5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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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지구 전경 / 노동신문
지난해 2월, 평양시 외곽에서 신도시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습니다. 북한 당국이 심혈을 기울이는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일환인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건설 사업입니다.

그 뒤 불과 1년 2개월여 만에, 화성지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화려한 준공을 알렸습니다. 어떻게 북한은 최대 40층의 대단지 아파트를 1년 만에 올린 것일까요? 그리고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위성으로 들여다본 화성지구…착공 8개월 만에 '쌍둥이' 건물 완성

KBS는 미국의 상업 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해 화성지구의 건설 과정을 들여다 봤습니다.

2021년 8월 당시 화성지구의 모습 /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재작년, 허허벌판에 인부들의 숙소가 들어서더니 곧 1㎢ 가까운 면적이 임시 건물로 만든 숙소로 가득 찹니다.

지난해 2월 착공된 뒤에는 터 닦기 등 기초 공사를 한 달 만에 끝내더니, 5개월여 만에 건물 뼈대가 빠르게 올라갔고, 착공 8개월이 지나자 화성지구의 상징과도 같은 '쌍둥이' 건물 등 대부분 건물이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2022년 10월 당시 화성지구의 모습 /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현재 화성지구는 조경까지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준공까지 단 1년 2개월만 걸린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속도전의 배경에는 '인해전술'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실제 화성지구 건설에는 연간 천6백만 명, 하루 평균 4만 5천여 명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대식 LH 토지주택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평양 살림집 건설은) 김정은 정권의 최대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고, 전국적으로 노동력과 자재들을 투입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도한 공사 기간 단축…상수도망 안 갖춰져 우물 파기도"

하지만 속도전 건설의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 평양에서 건설 기사장으로 일했던 한 탈북민은, 주민용 살림집의 경우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이더라도 건설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북한의 연간 시멘트 생산량이 8백만 톤에 달하는 만큼 고급 자재를 쓸 필요 없는 주민용 살림집은 충분히 지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정치적 목적으로 공사 기간을 과도하게 줄이다 보니 살림집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심지어 노동당에서 정한 기간을 맞추기 위해, 지하 상·하수도 공사나 가스, 전기 공사 등 기초 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화성지구 아파트 내 가스레인지에 가스관이 연결돼 있지 않은 모습 / 조선중앙TV
이 탈북민은 "난방이 제대로 안 된 경우도 많고, 나중엔 물도 안 나와 화장실도 이용 못 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다 보니 평양시의 현대적 아파트들인데 다들 마당에 '우물'을 파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속도전 건설은 생활상의 불편뿐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 탈북민은 최근 북한에서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기간을 지키지 않는다"며 "(콘크리트가 굳기 전) 계속해서 몇 층씩 쌓다 보니 준공 날짜는 맞추겠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공사 '속도전'의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굉장히 의욕적으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고갈이라든가 여러 악조건이 있다.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설, 대규모 살림집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엔 화성지구 2단계 착공식을 열고, 또다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화성지구 2단계 공사는 얼마나 걸릴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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