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쏘가리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야생동물 때문에 피해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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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농어민들, 긴 장마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제 장마가 끝나고 나니,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바로 야생동물 때문입니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에서 한동안 줄던 야생 멧돼지 피해가 다시 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 포획도 어려운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원도지사가 유해 야생동물을 지정할 수 있도록 '강원특별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외곽의 한 옥수수밭을 찾았습니다. 주황색 비옷을 입은 노인이 밭 이리저리 다니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3,000㎡ 가 넘는 밭이 쑥대밭이 돼 있었습니다. 옥수수 줄기는 맥없이 넘어져 있고, 이미 누렇게 썩기 시작한 것도 있었습니다. 곳곳에 흩어진 채 덜 여문 옥수수에는 여기저기 물어뜯은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밭 주변에 설치된 울타리엔 사람도 지나갈 수 있을 만한 큰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뭔가가 잡아 뜯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야생멧돼지가 밭에 내려와 전체를 헤집은 겁니다. 밭 주인 강영수 씨는 올해 수확철에 맞춰 옥수수 3,000개를 미리 주문받아놨는데, 이걸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 씨는 비와 땀이 섞여 흐르는 이마를 훔치면서 허탈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주일만 있으면 잘 여물어서 수확할 수 있었는데, 1년 동안 농사지은 게 모두 헛됐어요."
주문한 사람들 모두에게 밭이 어떻게 돼 있는지 영상을 찍어 보내 이해를 구했다며 착잡해 했습니다.
강원도 내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몇 년 전까지는 감소세를 보여 왔습니다. 2019년 2,900여 건에서 2021년 1,200여 건까지만 2년 동안 새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멧돼지를 한 해 10,000 마리 넘게 잡은 게 한 가지 이유로 꼽힙니다. 2019년에는 야생 멧돼지를 19,000 마리까지 포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멧돼지 포획이 6,000마리대로 줄었습니다. 많이 잡혀서 개체수가 줄어든 탓도 있습니다. 여기에 멧돼지가 지나치게 적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포획 목표 개체수를 줄인 이유도 있습니다.
이렇게 포획량이 줄면서 농작물 피해가 다시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강원도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1,400건으로 2021년에 비해 늘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포획한 야생 멧돼지는 2,000여 마리 수준입니다. 올해, 멧돼지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연구소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직전해에 포획 개체수가 적게 되면 그 다음 해에는 멧돼지 개체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농작물 피해는 늘어날 수가 있다"는 것 입니다. 멧돼지는 한 번 새끼를 낳을 때, 5마리에서 10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데 포획 숫자가 번식 숫자를 따라가지 못하면 먹이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농작물 피해가 본격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치단체들도 피해를 막는 데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창희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여름철의 경우, 수풀이 우거져 멧돼지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실제 포획까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방지 울타리라든가 전기 목책 같은 시설 설치 지원 사업을 농가에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댐 상류에 있는 한 선착장입니다. 조업에 나서야 할 어선들이 그대로 정박해 있었습니다. 어민들은 민물가마우지 떼가 쏘가리 등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씨를 말려 조업을 나가도 잡을 게 없다고 호소합니다.
민물가마우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철새였습니다. 하지만 텃새화 돼 지금은 1년 내내 전국의 강과 호수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는 1999년 260여 마리였지만 올해는 2만 천여 마리로 늘었을 만큼, 개체수가 급증해 어민에게도 피해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박민국 씨는 "2008년부터 어획량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어획 소득이 70%는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가서 봐봤자 한두 마리 잡아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기름값도 안 나오고. 더군다나 저건 휘발유라 비싼데 우리의 소득은 아예 없으니까 아예 포기하다시피 하는 거죠"라고 답답해했습니다.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수면 어민들은 물고기를 잡을 때 '자망'이라는 그물을 쓰는데, 가격은 개당 5만 원 정도가 됩니다. 어민들은 가마우지가 사냥을 하면서 자망까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때문에, 한 사람당 매년 수십 개씩은 자망을 버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지금 당장 손 쓸 방법은 없습니다 . 멧돼지는 포획이라도 할 수 있는데, 민물가마우지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유해조수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보호종입니다. 개체 수를 조절할 방법은 둥지 제거나 소음 유발 등 비살상 방식만 가능합니다.
어민들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5년째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바뀐 건 없는 상황입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포획이 먼저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강원도 내에선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환경부가 가진 '유해 야생동물 지정 권한'을 강원도가 이양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강원도 역시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주민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에 있어서 최대한 특별법 특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당장 현실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정부를 설득할 만한 어민 피해량이나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이나 특례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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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쏘가리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야생동물 때문에 피해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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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7-27 11:29:09
- 수정2023-07-27 16:36:54
취재진은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외곽의 한 옥수수밭을 찾았습니다. 주황색 비옷을 입은 노인이 밭 이리저리 다니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3,000㎡ 가 넘는 밭이 쑥대밭이 돼 있었습니다. 옥수수 줄기는 맥없이 넘어져 있고, 이미 누렇게 썩기 시작한 것도 있었습니다. 곳곳에 흩어진 채 덜 여문 옥수수에는 여기저기 물어뜯은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밭 주변에 설치된 울타리엔 사람도 지나갈 수 있을 만한 큰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뭔가가 잡아 뜯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야생멧돼지가 밭에 내려와 전체를 헤집은 겁니다. 밭 주인 강영수 씨는 올해 수확철에 맞춰 옥수수 3,000개를 미리 주문받아놨는데, 이걸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 씨는 비와 땀이 섞여 흐르는 이마를 훔치면서 허탈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주일만 있으면 잘 여물어서 수확할 수 있었는데, 1년 동안 농사지은 게 모두 헛됐어요."
주문한 사람들 모두에게 밭이 어떻게 돼 있는지 영상을 찍어 보내 이해를 구했다며 착잡해 했습니다.
강원도 내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몇 년 전까지는 감소세를 보여 왔습니다. 2019년 2,900여 건에서 2021년 1,200여 건까지만 2년 동안 새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멧돼지를 한 해 10,000 마리 넘게 잡은 게 한 가지 이유로 꼽힙니다. 2019년에는 야생 멧돼지를 19,000 마리까지 포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멧돼지 포획이 6,000마리대로 줄었습니다. 많이 잡혀서 개체수가 줄어든 탓도 있습니다. 여기에 멧돼지가 지나치게 적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포획 목표 개체수를 줄인 이유도 있습니다.
이렇게 포획량이 줄면서 농작물 피해가 다시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강원도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1,400건으로 2021년에 비해 늘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포획한 야생 멧돼지는 2,000여 마리 수준입니다. 올해, 멧돼지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연구소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직전해에 포획 개체수가 적게 되면 그 다음 해에는 멧돼지 개체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농작물 피해는 늘어날 수가 있다"는 것 입니다. 멧돼지는 한 번 새끼를 낳을 때, 5마리에서 10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데 포획 숫자가 번식 숫자를 따라가지 못하면 먹이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농작물 피해가 본격화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치단체들도 피해를 막는 데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창희 춘천시 환경정책과장은 "여름철의 경우, 수풀이 우거져 멧돼지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실제 포획까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방지 울타리라든가 전기 목책 같은 시설 설치 지원 사업을 농가에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댐 상류에 있는 한 선착장입니다. 조업에 나서야 할 어선들이 그대로 정박해 있었습니다. 어민들은 민물가마우지 떼가 쏘가리 등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씨를 말려 조업을 나가도 잡을 게 없다고 호소합니다.
민물가마우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철새였습니다. 하지만 텃새화 돼 지금은 1년 내내 전국의 강과 호수에 터를 잡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는 1999년 260여 마리였지만 올해는 2만 천여 마리로 늘었을 만큼, 개체수가 급증해 어민에게도 피해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박민국 씨는 "2008년부터 어획량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어획 소득이 70%는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가서 봐봤자 한두 마리 잡아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기름값도 안 나오고. 더군다나 저건 휘발유라 비싼데 우리의 소득은 아예 없으니까 아예 포기하다시피 하는 거죠"라고 답답해했습니다.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수면 어민들은 물고기를 잡을 때 '자망'이라는 그물을 쓰는데, 가격은 개당 5만 원 정도가 됩니다. 어민들은 가마우지가 사냥을 하면서 자망까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때문에, 한 사람당 매년 수십 개씩은 자망을 버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지금 당장 손 쓸 방법은 없습니다 . 멧돼지는 포획이라도 할 수 있는데, 민물가마우지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유해조수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보호종입니다. 개체 수를 조절할 방법은 둥지 제거나 소음 유발 등 비살상 방식만 가능합니다.
어민들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달라고 5년째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바뀐 건 없는 상황입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포획이 먼저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강원도 내에선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환경부가 가진 '유해 야생동물 지정 권한'을 강원도가 이양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강원도 역시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주민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에 있어서 최대한 특별법 특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당장 현실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정부를 설득할 만한 어민 피해량이나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이나 특례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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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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