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역 30년’ 남편 니코틴 살인사건 파기…“의문점 남아 있어”

[앵커]

대법원이 니코틴이 든 물과 음식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1, 2심과 달리 유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고, 의문점들도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진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담긴 물과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 씨.

대법원은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제시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유죄 확신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추가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여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2021년 5월 남편에게 세 차례에 걸쳐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여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피해자는 아내가 만든 죽을 먹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집에 돌아왔고, 다시 아내가 준 찬물을 마신 직후 숨졌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실수로 니코틴 원액을 마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미숫가루와 흰죽, 물을 통한 범행을 모두 인정했지만 2심은 미숫가루와 흰죽에는 치사량에 이르는 니코틴이 담기지 않았다고 보고 찬물을 통한 범행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찬물을 준 후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피해자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2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또 물에 담긴 니코틴의 양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을 준비, 계획했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