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중환자실 꽉 차”…산모 헬기 태워 330㎞ 이송

입력 2023.07.27 (13:40) 수정 2023.07.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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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신생아 중환자실이 꽉 차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산모 고 모 씨(사진=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지난 25일 신생아 중환자실이 꽉 차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산모 고 모 씨(사진=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도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조기 산통을 호소하던 30대 산모가 소방헬기를 타고 330km를 날아 전북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9시 30분쯤 임신 34주차인 고 모(34) 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병원 내 15개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이 모두 찼고, 대기 중인 산모도 많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주소방본부 119 항공대는 신고를 받고 고 씨 부부를 헬기에 태워 잔여 병상이 있는 전북대학교 병원까지 이송했습니다.

당시 제주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기상이 악화했지만, 119대원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사를 태워 비행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은 헬기의 소음과 진동으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스케치북을 이용해 남은 비행시간을 알려주고, 산모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전북소방안전본부도 사전에 상황을 보고받고 구급대를 배치해 신속하게 고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소방의 도움을 받아 1시간 20분 동안 하늘을 날고, 330km 떨어진 곳에서 치료를 받은 겁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조산 탓에 산모의 건강상태가 악화 되고 아이 몸무게가 1.85kg에 불과한 긴급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고 밝혔습니다.

고 씨의 남편은 "우리 깡총이(태명)는 3년간 시험관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이"라며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일을 겪었다. 소방관분들의 대처에 큰 감동을 받았고,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제주에선 2년 전에도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26주차 쌍둥이 임신부가 300km 떨어진 부산대학교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1월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26주차 쌍둥이 임신부2021년 1월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26주차 쌍둥이 임신부

■ 제주지역 신생아 중환자실 부족…해법 없나

제주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은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 두 곳뿐입니다. 병상도 제주대병원은 16개, 한라병원은 7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한라병원은 지난 5월 소아청소년과 담당의 2명이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추가 환자를 받지 못해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산모를 위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주대병원 병상 가동률도 90%가 넘어 빈 병상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다른 지역에 있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 센터'도 없어 제주지역 산모들의 안전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수년째 10억 원 상당의 시설과 장비비, 3억 원 상당의 운영비를 지원해주겠다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 기관을 공모하고 있지만, 제주대병원은 지원조차 못 하는 실정입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 15병상, 연간 분만실적 100건 이상의 지원 자격은 충족하지만, 의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오늘(27일) 오전에도 조기 산통을 겪은 산모가 병상이 꽉 차 부산으로 이송됐다"며 "올해 의료진을 확보해 통합치료센터 사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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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신생아 중환자실이 꽉 차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산모 고 모 씨(사진=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도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조기 산통을 호소하던 30대 산모가 소방헬기를 타고 330km를 날아 전북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9시 30분쯤 임신 34주차인 고 모(34) 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병원 내 15개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이 모두 찼고, 대기 중인 산모도 많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주소방본부 119 항공대는 신고를 받고 고 씨 부부를 헬기에 태워 잔여 병상이 있는 전북대학교 병원까지 이송했습니다.

당시 제주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기상이 악화했지만, 119대원들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사를 태워 비행했습니다.

소방대원들은 헬기의 소음과 진동으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스케치북을 이용해 남은 비행시간을 알려주고, 산모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전북소방안전본부도 사전에 상황을 보고받고 구급대를 배치해 신속하게 고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소방의 도움을 받아 1시간 20분 동안 하늘을 날고, 330km 떨어진 곳에서 치료를 받은 겁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조산 탓에 산모의 건강상태가 악화 되고 아이 몸무게가 1.85kg에 불과한 긴급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고 밝혔습니다.

고 씨의 남편은 "우리 깡총이(태명)는 3년간 시험관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이"라며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일을 겪었다. 소방관분들의 대처에 큰 감동을 받았고,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제주에선 2년 전에도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26주차 쌍둥이 임신부가 300km 떨어진 부산대학교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1월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26주차 쌍둥이 임신부
■ 제주지역 신생아 중환자실 부족…해법 없나

제주에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은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 두 곳뿐입니다. 병상도 제주대병원은 16개, 한라병원은 7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한라병원은 지난 5월 소아청소년과 담당의 2명이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추가 환자를 받지 못해 사실상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산모를 위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주대병원 병상 가동률도 90%가 넘어 빈 병상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다른 지역에 있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 센터'도 없어 제주지역 산모들의 안전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수년째 10억 원 상당의 시설과 장비비, 3억 원 상당의 운영비를 지원해주겠다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 기관을 공모하고 있지만, 제주대병원은 지원조차 못 하는 실정입니다.

신생아 집중치료실 15병상, 연간 분만실적 100건 이상의 지원 자격은 충족하지만, 의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오늘(27일) 오전에도 조기 산통을 겪은 산모가 병상이 꽉 차 부산으로 이송됐다"며 "올해 의료진을 확보해 통합치료센터 사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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