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이것’ 처리는 우리 위원회가 처음”…대체 뭐길래?

입력 2023.07.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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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 '이것'을 처리한 건 우리 위원회가 처음입니다."

지난 6월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위원장의 발언입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3년이 넘은 상황, 대체 3년여 만에 상임위 회의에서 처음 처리되는 안건이 뭐였을까요?

'이것'은 바로 '행정입법 검토의 건'입니다. 행정입법이란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개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정부가 지난해 6월 개정했는데, 그 개정안을 국회에서 다시 살펴보니 문제가 있는 걸로 드러나 다시 정부 측에 통보해서 처리 계획과 결과를 보고하게끔 한 겁니다.

예를 들자면, 드론 택배 사업이 활성화됐을 때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그럴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 개선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놨습니다.

자세한 기준은 국토교통부 '부령'으로 정해놨는데 '그 밖에 안전을 위하여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국회 검토 과정에서 이 '부령' 내용이 문제가 됐습니다. '부령'대로라면 공공기관의 장이 '이거 위험하니 개선해' 했는데, 안 지키면 바로 처벌 대상이 되는데, 이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국회가 이렇게 지적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국회법 98조 2입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상임위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해놓은 조항입니다.

야권에선 현 정부가 법률을 우회한 '시행령 통치'를 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국회법을 잘 살펴보면 '시행령 통치를' 최소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셈입니다. 국토위의 사례처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정부에 처리 결과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TV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법에서 수신료 납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납부를 어렵게 하는 분리징수를 강행해 모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야당 측에서 나왔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뒤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 12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야4당에서는 공동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분리징수 시행령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행정입법을 검토'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어제(26일)에 이어 오늘(27일) 연이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위원장이 여야 합의 없이 직권으로 연 회의라는 이유입니다.

오늘(27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사진으로 보면 왼쪽 야당 위원들 좌석이 텅 비어있다.오늘(27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사진으로 보면 왼쪽 야당 위원들 좌석이 텅 비어있다.

장제원 위원장이 선출된 이후 두 달 가까이 과방위 공전 상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우주항공청 설치 문제가 부각되자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따로 떼서 다루고 나머지 안건은 협의해서 처리하자는 절충안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안조위마저도 위원장을 누가 할지를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과방위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게 됐습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과방위는 국회법에 따라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으나, 장제원 위원장은 그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한 정부의 ‘여론수렴 패싱’과 두 달간 직무를 유기한 여당의 '국회 검증 패싱'이 시민 불편만 초래하는 괴물 시행령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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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 '이것'을 처리한 건 우리 위원회가 처음입니다."

지난 6월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위원장의 발언입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3년이 넘은 상황, 대체 3년여 만에 상임위 회의에서 처음 처리되는 안건이 뭐였을까요?

'이것'은 바로 '행정입법 검토의 건'입니다. 행정입법이란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개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정부가 지난해 6월 개정했는데, 그 개정안을 국회에서 다시 살펴보니 문제가 있는 걸로 드러나 다시 정부 측에 통보해서 처리 계획과 결과를 보고하게끔 한 겁니다.

예를 들자면, 드론 택배 사업이 활성화됐을 때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그럴 때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 개선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놨습니다.

자세한 기준은 국토교통부 '부령'으로 정해놨는데 '그 밖에 안전을 위하여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국회 검토 과정에서 이 '부령' 내용이 문제가 됐습니다. '부령'대로라면 공공기관의 장이 '이거 위험하니 개선해' 했는데, 안 지키면 바로 처벌 대상이 되는데, 이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국회가 이렇게 지적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국회법 98조 2입니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상임위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해놓은 조항입니다.

야권에선 현 정부가 법률을 우회한 '시행령 통치'를 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국회법을 잘 살펴보면 '시행령 통치를' 최소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셈입니다. 국토위의 사례처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되면 정부에 처리 결과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TV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법에서 수신료 납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납부를 어렵게 하는 분리징수를 강행해 모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야당 측에서 나왔습니다.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뒤 국무회의를 통과해 지난 12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야4당에서는 공동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분리징수 시행령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행정입법을 검토'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어제(26일)에 이어 오늘(27일) 연이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위원장이 여야 합의 없이 직권으로 연 회의라는 이유입니다.

오늘(27일) 열린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사진으로 보면 왼쪽 야당 위원들 좌석이 텅 비어있다.
장제원 위원장이 선출된 이후 두 달 가까이 과방위 공전 상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우주항공청 설치 문제가 부각되자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따로 떼서 다루고 나머지 안건은 협의해서 처리하자는 절충안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 안조위마저도 위원장을 누가 할지를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과방위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게 됐습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과방위는 국회법에 따라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으나, 장제원 위원장은 그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한 정부의 ‘여론수렴 패싱’과 두 달간 직무를 유기한 여당의 '국회 검증 패싱'이 시민 불편만 초래하는 괴물 시행령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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