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휘발” vs “원본 대조해야”…‘검찰 특활비’ 계속된 논란

입력 2023.07.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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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오늘 (31일) 오후 대검찰청 앞, 한 무더기 서류를 들고 기자들 앞에 선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가 말했습니다.

하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판결문을 고의로 왜곡했다", "검찰의 불법을 자인했다", "검찰 지휘·감독자로서 직무를 유기했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건 최근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은폐 의혹을 둘러싼 한 장관의 발언.

베일에 감춰져 있던 검찰 특수활동비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쌈짓돈'의 사용처 규명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에 앞서 검찰의 자료 무단 폐기·정보 은폐 논란으로 불씨가 옮겨 붙는 분위기입니다.

■3개월 치 특활비·업무추진비 더 받았지만…또 '휘발'

대검찰청은 3개월 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지출내역과 지출증빙자료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2019년 10~12월 자료로, 총 504쪽 분량입니다.

시민단체 3곳(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과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3년 5개월의 정보공개 소송 끝에 승소하면서, 검찰은 준비가 되는 대로 여러 차례로 나눠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특활비 지출내역이 처음 공개된 직후 '자료 부실'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영수증에 상호명과 이용시간 등 주요 정보가 삭제됐고, '백지 영수증'이 다수 포함됐다는 겁니다. 시민단체 측은 "전체 535건 중에 61%는 아예 판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늘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제 손에 들린 자료가 윤석열 총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인데 '만찬 간담회'라고 써 있고 밑에가 영수증 첨부입니다. 영수증이 아예 안 보입니다. 이런 영수증을 가지고 어떻게 검증을 합니까. (한동훈 장관이 말하는) 휘발됐다는 거거든요."
"또 하나는 영수증이 보이긴 하는데호와 결제시각을 아예 가려놨습니다. 명백하게 법원 취지를 어긴 겁니다."
-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

■쟁점1. 부실한 영수증… "있는 그대로 제출" vs "원본 대조하라"

검찰에선 '백지 영수증'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영수증 원본 자체가 이미 잉크가 휘발된 상태"라고 해명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논란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사실 무근이고, 숨기는 것 없이 남아있는 그대로 제출을 했다는 겁니다.

"영수증 원본을 보관하다 보면 잉크가 휘발되지 않습니까? 6~7년 되고 오래된 것이니까 잉크가 휘발된 것을 말씀하시는 거고요. 그것을 저희가 지금 상황에서 추정해서 가필해서 제출하면 더 문제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보관하는 그대로 그 내용을 보여 드린 거라는 말씀드립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中

한 장관의 '휘발' 발언에 대해 하승수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복사해서 안 보이는 영수증도 원본에는 희미하게 내용이 남아있기 때문에, 원본 대조를 시켜주면 될 일이라는 겁니다.

하 대표는 "장관으로서 엉터리 같은 얘기를 할 게 아니라 법원 판결문대로 충분히 이행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원본을 보여주면 되고 카드사에서 확인을 시켜주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수증에서 음식점 상호와 이용시각 정보를 가린 것을 두고도 시민단체와 한 장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법무부는 판결문 취지대로 상호와 사용시각을 가리고 공개했다고 합니다. 명백한 가짜뉴스입니다. 판결문 주문에 명백하게 행사 참석자 이름과 소속, 카드번호 같은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다 공개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법무부가 법원 판결문까지도 왜곡해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겁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쟁점2. 사라진 74억 원어치 자료…"2달마다 폐기 지침" vs "검찰 불법 자인"

검찰 특활비 자료 은폐 의혹의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2017년 상반기 특활비의 증빙자료 누락입니다. 대검찰청의 2017년 1~4월 특활비 74억 원 관련 증빙 내역 등이 통째로 빈다는 겁니다.

무단 폐기 의혹이 일면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을 공공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에서는 2017년 9월 검찰 내부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두 달마다 자료를 자체 폐기를 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즉 당시 기준으로 지침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는 2개월마다 자료를 폐기하게 되는 게 오히려 원칙이었거든요. (2017년 9월부터) 5년간 보관하자는 것이 정확하게 지침으로 들어왔고 그 이후에는 잘 보관하고 있는 겁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中

한 장관은 2017년 당시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 합동감찰을 벌인 결과 제도 개선 차원에서 내부 지침이 바뀐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과거에 인지를 하고 개선해나간 부분인데 지금 와서 "다시 재탕 삼탕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좀 정략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측은 "검찰이 불법을 행했다는 걸 법무부 장관 스스로 자임한 것"이라며 "조직적 무단 폐기는 7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맞섰습니다.

이어 "지금이라도 검찰청법 따른 지휘·감독권 행사해 수사하도록 지휘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뭐가 문제냐고 하는 건 명백한 법무부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했습니다.

■65개 검찰청으로 확대된 정보공개 청구…특검·국정조사 요구도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소송 상대는 애초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은 최근 전국 65개 고검·지검·지청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대검이 일선 검찰청에 배분한 지출 내역과 맞춰 검증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재까지 65개 중 15개 검찰청에서 일부 자료를 제공했는데, 대검과 마찬가지로 업무추진비 증빙자료인 매출전표의 일부 내용을 임의로 가렸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6월 23일 공개된 1차 자료 분량은 1만 6,735쪽. 오늘 504쪽을 더하면 모두 1만 7,239쪽입니다. 앞으로 전국 검찰청에서 공개할 자료까지 포함하면 수만, 수십만 쪽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료가 공개될수록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는 지적이 커지는 상황,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 요구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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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31 19: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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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오늘 (31일) 오후 대검찰청 앞, 한 무더기 서류를 들고 기자들 앞에 선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가 말했습니다.

하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판결문을 고의로 왜곡했다", "검찰의 불법을 자인했다", "검찰 지휘·감독자로서 직무를 유기했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건 최근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은폐 의혹을 둘러싼 한 장관의 발언.

베일에 감춰져 있던 검찰 특수활동비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되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쌈짓돈'의 사용처 규명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에 앞서 검찰의 자료 무단 폐기·정보 은폐 논란으로 불씨가 옮겨 붙는 분위기입니다.

■3개월 치 특활비·업무추진비 더 받았지만…또 '휘발'

대검찰청은 3개월 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지출내역과 지출증빙자료를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2019년 10~12월 자료로, 총 504쪽 분량입니다.

시민단체 3곳(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과 언론사인 '뉴스타파'가 3년 5개월의 정보공개 소송 끝에 승소하면서, 검찰은 준비가 되는 대로 여러 차례로 나눠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특활비 지출내역이 처음 공개된 직후 '자료 부실'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영수증에 상호명과 이용시간 등 주요 정보가 삭제됐고, '백지 영수증'이 다수 포함됐다는 겁니다. 시민단체 측은 "전체 535건 중에 61%는 아예 판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늘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제 손에 들린 자료가 윤석열 총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인데 '만찬 간담회'라고 써 있고 밑에가 영수증 첨부입니다. 영수증이 아예 안 보입니다. 이런 영수증을 가지고 어떻게 검증을 합니까. (한동훈 장관이 말하는) 휘발됐다는 거거든요."
"또 하나는 영수증이 보이긴 하는데호와 결제시각을 아예 가려놨습니다. 명백하게 법원 취지를 어긴 겁니다."
- 박중석 뉴스타파 기자

■쟁점1. 부실한 영수증… "있는 그대로 제출" vs "원본 대조하라"

검찰에선 '백지 영수증'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영수증 원본 자체가 이미 잉크가 휘발된 상태"라고 해명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논란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사실 무근이고, 숨기는 것 없이 남아있는 그대로 제출을 했다는 겁니다.

"영수증 원본을 보관하다 보면 잉크가 휘발되지 않습니까? 6~7년 되고 오래된 것이니까 잉크가 휘발된 것을 말씀하시는 거고요. 그것을 저희가 지금 상황에서 추정해서 가필해서 제출하면 더 문제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보관하는 그대로 그 내용을 보여 드린 거라는 말씀드립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中

한 장관의 '휘발' 발언에 대해 하승수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복사해서 안 보이는 영수증도 원본에는 희미하게 내용이 남아있기 때문에, 원본 대조를 시켜주면 될 일이라는 겁니다.

하 대표는 "장관으로서 엉터리 같은 얘기를 할 게 아니라 법원 판결문대로 충분히 이행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원본을 보여주면 되고 카드사에서 확인을 시켜주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수증에서 음식점 상호와 이용시각 정보를 가린 것을 두고도 시민단체와 한 장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법무부는 판결문 취지대로 상호와 사용시각을 가리고 공개했다고 합니다. 명백한 가짜뉴스입니다. 판결문 주문에 명백하게 행사 참석자 이름과 소속, 카드번호 같은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다 공개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법무부가 법원 판결문까지도 왜곡해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겁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쟁점2. 사라진 74억 원어치 자료…"2달마다 폐기 지침" vs "검찰 불법 자인"

검찰 특활비 자료 은폐 의혹의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2017년 상반기 특활비의 증빙자료 누락입니다. 대검찰청의 2017년 1~4월 특활비 74억 원 관련 증빙 내역 등이 통째로 빈다는 겁니다.

무단 폐기 의혹이 일면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을 공공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에서는 2017년 9월 검찰 내부 특활비 관리 지침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두 달마다 자료를 자체 폐기를 해 왔다는 입장입니다. 즉 당시 기준으로 지침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는 2개월마다 자료를 폐기하게 되는 게 오히려 원칙이었거든요. (2017년 9월부터) 5년간 보관하자는 것이 정확하게 지침으로 들어왔고 그 이후에는 잘 보관하고 있는 겁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中

한 장관은 2017년 당시 '돈 봉투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 합동감찰을 벌인 결과 제도 개선 차원에서 내부 지침이 바뀐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미 과거에 인지를 하고 개선해나간 부분인데 지금 와서 "다시 재탕 삼탕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좀 정략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측은 "검찰이 불법을 행했다는 걸 법무부 장관 스스로 자임한 것"이라며 "조직적 무단 폐기는 7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맞섰습니다.

이어 "지금이라도 검찰청법 따른 지휘·감독권 행사해 수사하도록 지휘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뭐가 문제냐고 하는 건 명백한 법무부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했습니다.

■65개 검찰청으로 확대된 정보공개 청구…특검·국정조사 요구도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소송 상대는 애초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은 최근 전국 65개 고검·지검·지청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대검이 일선 검찰청에 배분한 지출 내역과 맞춰 검증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재까지 65개 중 15개 검찰청에서 일부 자료를 제공했는데, 대검과 마찬가지로 업무추진비 증빙자료인 매출전표의 일부 내용을 임의로 가렸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6월 23일 공개된 1차 자료 분량은 1만 6,735쪽. 오늘 504쪽을 더하면 모두 1만 7,239쪽입니다. 앞으로 전국 검찰청에서 공개할 자료까지 포함하면 수만, 수십만 쪽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료가 공개될수록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는 지적이 커지는 상황,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 요구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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