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기숙사나 모텔…이재민 ‘수용’ 아닌 ‘거주’ 중심돼야

입력 2023.08.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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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당시 흥해체육관 이재민 텐트포항지진 당시 흥해체육관 이재민 텐트

2017년 11월 지열발전이 촉발해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

당시 이재민이 최대 천 백여 명 머물렀던 경북 포항 흥해체육관의 이재민 텐트는 약 4년, 정확히는 1,435일 만에 철거됐습니다.

지진에 산불, 집중호우까지… 잦은 재난에 이제 이재민 텐트는 낯설지 않은데요.

예천군 문화체육센터 이재민 텐트예천군 문화체육센터 이재민 텐트

■ '신속 제공·운영 효율' 이재민 텐트…거주는 불편
7월 15일 발생한 집중호우 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도 문화체육센터에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가 마련됐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지만 단열이나 난방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주변 냄새나 소음이 전혀 차단되지 않고요. 사생활을 보호할 장치는 얇은 텐트 천뿐입니다.

특히 취재진이 만나본 이재민 대부분이 샤워나 세수 등 씻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는데요.

황기순/경북 예천군 이재민
"대피소에는 여러 사람이 있어서 옆에서 이야기하고 시끄럽고, 나는 다리가 불편한데 화장실이 멀리 있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다른 사람이 잘 때는 딱딱 소리 안 나게 살살 짚고 다녔어요. 화장실이 제일 불편하죠."

경북도립대 기숙사에 입주한 이재민 황기순 할머니 모습경북도립대 기숙사에 입주한 이재민 황기순 할머니 모습

■ 대학 기숙사나 모텔에 일시 거주…"선진국형 재난 대책 마련"
경상북도는 지난 24일 예천 문화체육센터 내 텐트에 임시 거주하던 이재민 70여 명에게 경북도립대학교 신축 기숙사인 미래관을 제공했습니다.

영주와 문경 등 4개 시군 이재민 30여 명도 수요에 따라 경북도가 연계한 모텔이나 펜션 등에서 머물고 있는데요.

경북도는 숙박 시설 외에도 식사와 의료, 교통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
"의료, 재난 심리, 교통편 제공 등 원스톱 서비스도 지원하고 최대한 사생활도 확보될 수 있는 새로운 선진국형 이재민 대책이 필요합니다."

미국 그리들리 임시주거단지 (출처: Kaenel, 건축공간연구원)미국 그리들리 임시주거단지 (출처: Kaenel, 건축공간연구원)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그리들리 임시주택(출처: KPCR TV, 건축공간연구원)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그리들리 임시주택(출처: KPCR TV, 건축공간연구원)

■ "네트워크 미리 구축"…'수용' 아닌 '거주' 중심으로!
하지만 조치가 이뤄진 건 재난 발생 열흘이 지나서입니다. 포항지진 때 1,435일과 비교하면 훨씬 단축됐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임시 대피소로 연계할 숙박시설이나 필수 항목인 생필품, 의료 등 구호단체와의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리 연계한 숙박시설을 지자체 누리집에 게시해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장기 주거시설로 활용될 조립주택의 경우에도 장애인이나 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을 고려해 유형별로 건축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난아/대구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1인 가구도 있고 두 세대가 사는 가구가 있을 것이고 3, 4인 가구도 있을 테니까 면적이 다른 A, B, C 세 가지 유형이나 혹은 두세 가지 유형을 다양화해서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마련해 놓으면 이재민들에게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는 고령자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한 주택을 조성하도록 지침에 명시해 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기본 설비에 관련된 내용에 한정돼 있어 공간 구성에서 배리어프리(무장애) 적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일본 카마이시시 히라타지구 커뮤니티케어형 가설주택단지(출처: 건축공간연구원)일본 카마이시시 히라타지구 커뮤니티케어형 가설주택단지(출처: 건축공간연구원)

일본의 사례에서 또 주목할 점은 소통을 촉진하는 공간 배치입니다.

일본에서는 주택마다 현관을 마주 보도록 배치해 소통을 촉진하고 자치회 등의 육성을 도모할 수 있는 집회실이나 옥외 커뮤니티 시설 배치까지 안내서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김미경/충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혼자 있으면 우울감과 정부에 대한 반감만 생기는데, 같이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고 거기서 이야기하고 공동 대응하고 이런 것들이 이재민들에게 복구 의지를 주고 복구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측면에서 무척 중요해요."

단기 구호 차원의 임시 주거시설은 이재민과 지역사회의 후유증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극한 기후로 재난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 구호 차원이 아닌, 재난 후유증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이재민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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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시로 기숙사나 모텔…이재민 ‘수용’ 아닌 ‘거주’ 중심돼야
    • 입력 2023-08-01 07:00:16
    심층K
포항지진 당시 흥해체육관 이재민 텐트
2017년 11월 지열발전이 촉발해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

당시 이재민이 최대 천 백여 명 머물렀던 경북 포항 흥해체육관의 이재민 텐트는 약 4년, 정확히는 1,435일 만에 철거됐습니다.

지진에 산불, 집중호우까지… 잦은 재난에 이제 이재민 텐트는 낯설지 않은데요.

예천군 문화체육센터 이재민 텐트
■ '신속 제공·운영 효율' 이재민 텐트…거주는 불편
7월 15일 발생한 집중호우 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에도 문화체육센터에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가 마련됐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지만 단열이나 난방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주변 냄새나 소음이 전혀 차단되지 않고요. 사생활을 보호할 장치는 얇은 텐트 천뿐입니다.

특히 취재진이 만나본 이재민 대부분이 샤워나 세수 등 씻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는데요.

황기순/경북 예천군 이재민
"대피소에는 여러 사람이 있어서 옆에서 이야기하고 시끄럽고, 나는 다리가 불편한데 화장실이 멀리 있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다른 사람이 잘 때는 딱딱 소리 안 나게 살살 짚고 다녔어요. 화장실이 제일 불편하죠."

경북도립대 기숙사에 입주한 이재민 황기순 할머니 모습
■ 대학 기숙사나 모텔에 일시 거주…"선진국형 재난 대책 마련"
경상북도는 지난 24일 예천 문화체육센터 내 텐트에 임시 거주하던 이재민 70여 명에게 경북도립대학교 신축 기숙사인 미래관을 제공했습니다.

영주와 문경 등 4개 시군 이재민 30여 명도 수요에 따라 경북도가 연계한 모텔이나 펜션 등에서 머물고 있는데요.

경북도는 숙박 시설 외에도 식사와 의료, 교통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
"의료, 재난 심리, 교통편 제공 등 원스톱 서비스도 지원하고 최대한 사생활도 확보될 수 있는 새로운 선진국형 이재민 대책이 필요합니다."

미국 그리들리 임시주거단지 (출처: Kaenel, 건축공간연구원)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그리들리 임시주택(출처: KPCR TV, 건축공간연구원)
■ "네트워크 미리 구축"…'수용' 아닌 '거주' 중심으로!
하지만 조치가 이뤄진 건 재난 발생 열흘이 지나서입니다. 포항지진 때 1,435일과 비교하면 훨씬 단축됐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임시 대피소로 연계할 숙박시설이나 필수 항목인 생필품, 의료 등 구호단체와의 네트워크를 '미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리 연계한 숙박시설을 지자체 누리집에 게시해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장기 주거시설로 활용될 조립주택의 경우에도 장애인이나 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을 고려해 유형별로 건축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난아/대구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1인 가구도 있고 두 세대가 사는 가구가 있을 것이고 3, 4인 가구도 있을 테니까 면적이 다른 A, B, C 세 가지 유형이나 혹은 두세 가지 유형을 다양화해서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마련해 놓으면 이재민들에게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는 고령자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한 주택을 조성하도록 지침에 명시해 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임시 주거용 조립주택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기본 설비에 관련된 내용에 한정돼 있어 공간 구성에서 배리어프리(무장애) 적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일본 카마이시시 히라타지구 커뮤니티케어형 가설주택단지(출처: 건축공간연구원)
일본의 사례에서 또 주목할 점은 소통을 촉진하는 공간 배치입니다.

일본에서는 주택마다 현관을 마주 보도록 배치해 소통을 촉진하고 자치회 등의 육성을 도모할 수 있는 집회실이나 옥외 커뮤니티 시설 배치까지 안내서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김미경/충북대 주거환경학과 교수
"혼자 있으면 우울감과 정부에 대한 반감만 생기는데, 같이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고 거기서 이야기하고 공동 대응하고 이런 것들이 이재민들에게 복구 의지를 주고 복구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측면에서 무척 중요해요."

단기 구호 차원의 임시 주거시설은 이재민과 지역사회의 후유증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극한 기후로 재난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 구호 차원이 아닌, 재난 후유증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이재민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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