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고 깔끔한 옷 입고, 문신 가리고”…250억 전세사기 일당의 ‘수법’

입력 2023.08.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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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일당 SNS 대화 내용. 경기북부경찰청 제공전세사기 일당 SNS 대화 내용.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A 씨 : 금일 영환이(가명) 50 까고 1,200 남았다. 오늘 영환이 꼭 모텔 올리고... 특히 문신 가려(서) 오라(고) 해 토시 차던가

B 씨 : 넵 감사합니다. 영환이 이상 없습니다. 넵!

A 씨 : 오야

'문신'에 '성공 보수' 이야기까지...흡사 '조폭'의 지시 같기도 한 이 대화는 뭘까요. A 씨는 부동산컨설팅 대표. 지시를 받는 B 씨 등은 부동산 '바지 명의자'입니다.

대표님은 '먹잇감'인 세입자들을 만나기에 앞서 바지 명의자의 매무새를 일일이 '점검'합니다.

세입자들이 믿고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팔에 있는 문신을 가리게 하는가 하면, 복장과 말투에도 각별히 신경 씁니다. 심지어 바지 명의자들을 모텔에 데리고 가서 깨끗하게 씻기기도 했습니다.

'번듯한 영업사원'인 척 바지 명의자들을 내세워 세입자들로부터 편취한 전세보증금만 253억 원.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인 40대 A 씨를 포함해 전세 사기범 일당 111명이 2년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세입자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한 값이었습니다.

■하락한 부동산 매매시세 이용해 구축 빌라 집중 매집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오늘(2일)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 44살 A 씨 등 111명을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낮아진 점을 이용해 '전세 사기'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년간 자금력이 없는 사람을 허위 매수인으로 내세워, 경기 파주와 고양 일산 등 수도권 일대 빌라 126채를 집중적으로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매매가격보다 전세금을 더 높게 올려 세입자들로부터 작게는 800만 원에서 많게는 8,000만 원가량을 가로챘습니다.

전세사기 일당 SNS 대화 내용. 경기북부경찰청 제공전세사기 일당 SNS 대화 내용.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번듯한 모습에 속았다"...눈 뜨고 코 베인 세입자들

세입자들이 없는 살림에도 차곡차곡 모아 소중한 전세금을 믿고 건넨 배경엔, 전세 사기단의 교묘한 수법이 있었습니다.

A 씨 등은 SNS나 지인 등을 통해 브로커, 매도인, 바지 임대인, 세입자 모집책 등을 모집해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특히 세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바지 임대인들을 건실한 임대 사업자나 투자자로 위장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계약 전 바지 임대인을 모텔에 데리고 가서 주입식 교육을 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짰습니다.

세입자들과 허위 전세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건당 50만 원의 수당이 이들 손에 쥐어졌습니다.

전세사기 일당 압수물. 경기북부경찰청 제공.전세사기 일당 압수물.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 '무주택 청년전세 대출' 파생 범죄까지 속출

이들의 범죄는 전세 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지 임대인 중 17명은 허위로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토대로 금융기관에 '무주택 청년전세 대출'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많게는 3억 원가량을 대출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천정부지의 집값 마련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을 위해 국가가 저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제도를 악용한 것입니다.

경찰은 무주택 청년대출을 받은 8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다만 핵심 주범인 A 씨는 법원에서 영장 발부가 기각됐습니다.

경찰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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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워하고 깔끔한 옷 입고, 문신 가리고”…250억 전세사기 일당의 ‘수법’
    • 입력 2023-08-02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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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일당 SNS 대화 내용.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A 씨 : 금일 영환이(가명) 50 까고 1,200 남았다. 오늘 영환이 꼭 모텔 올리고... 특히 문신 가려(서) 오라(고) 해 토시 차던가

B 씨 : 넵 감사합니다. 영환이 이상 없습니다. 넵!

A 씨 : 오야

'문신'에 '성공 보수' 이야기까지...흡사 '조폭'의 지시 같기도 한 이 대화는 뭘까요. A 씨는 부동산컨설팅 대표. 지시를 받는 B 씨 등은 부동산 '바지 명의자'입니다.

대표님은 '먹잇감'인 세입자들을 만나기에 앞서 바지 명의자의 매무새를 일일이 '점검'합니다.

세입자들이 믿고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팔에 있는 문신을 가리게 하는가 하면, 복장과 말투에도 각별히 신경 씁니다. 심지어 바지 명의자들을 모텔에 데리고 가서 깨끗하게 씻기기도 했습니다.

'번듯한 영업사원'인 척 바지 명의자들을 내세워 세입자들로부터 편취한 전세보증금만 253억 원.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인 40대 A 씨를 포함해 전세 사기범 일당 111명이 2년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세입자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한 값이었습니다.

■하락한 부동산 매매시세 이용해 구축 빌라 집중 매집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오늘(2일) 부동산컨설팅 업체 대표 44살 A 씨 등 111명을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낮아진 점을 이용해 '전세 사기'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년간 자금력이 없는 사람을 허위 매수인으로 내세워, 경기 파주와 고양 일산 등 수도권 일대 빌라 126채를 집중적으로 매수했습니다. 그리고 매매가격보다 전세금을 더 높게 올려 세입자들로부터 작게는 800만 원에서 많게는 8,000만 원가량을 가로챘습니다.

전세사기 일당 SNS 대화 내용.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번듯한 모습에 속았다"...눈 뜨고 코 베인 세입자들

세입자들이 없는 살림에도 차곡차곡 모아 소중한 전세금을 믿고 건넨 배경엔, 전세 사기단의 교묘한 수법이 있었습니다.

A 씨 등은 SNS나 지인 등을 통해 브로커, 매도인, 바지 임대인, 세입자 모집책 등을 모집해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특히 세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바지 임대인들을 건실한 임대 사업자나 투자자로 위장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계약 전 바지 임대인을 모텔에 데리고 가서 주입식 교육을 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짰습니다.

세입자들과 허위 전세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건당 50만 원의 수당이 이들 손에 쥐어졌습니다.

전세사기 일당 압수물.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 '무주택 청년전세 대출' 파생 범죄까지 속출

이들의 범죄는 전세 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지 임대인 중 17명은 허위로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토대로 금융기관에 '무주택 청년전세 대출'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많게는 3억 원가량을 대출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천정부지의 집값 마련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을 위해 국가가 저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제도를 악용한 것입니다.

경찰은 무주택 청년대출을 받은 8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다만 핵심 주범인 A 씨는 법원에서 영장 발부가 기각됐습니다.

경찰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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