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기후의 역습, 이제 경제를 덮친다”

입력 2023.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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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들어 세 번째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세계 경제는 물론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 이 보고서는 석 달마다 발간되는데, 성장률 전망치를 책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요 몇 달 세계적으로 폭염과 산불, 홍수의 피해가 커서였을까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기후 위기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전진 배치된 거였습니다. 지난 4월 보고서의 서문에서는 맨 마지막에 제언 정도로 언급됐던 '기후'의 영향이 이번 보고서에선 앞부분으로 튀어나왔습니다.

■ '경제위기 유발요인' 앞부분 차지한 기후…"점점 더 극단적 영향"

IMF는 보고서에서 향후의 경제를 전망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화와 극단적인 날씨와 관련된 일들로 더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촉발되는 등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내려가지 않고 심지어 상승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극단적인 날씨 등이 물가를 끌어올릴 상황을 만든다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인상할 거고 지금 세계 경제가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 완화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드문 인터뷰를 KBS와 가진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기후에 주목한 데 대해 "기후 변화가 경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KBS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촬영: KBS)지난달 25일,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KBS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촬영: KBS)

세계 경제가 오랜 인플레이션을 조금씩이나마 잡아가고 있다는 게 IMF가 내놓은 7월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낮게 예상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건 맞지만 침체까지 예상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고, 물가를 잡기 위해 내놓은 여러 가지 긴축 정책들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단계로도 접어들었으니 이를 감안해 정부들이 잘 지켜보고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힌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IMF가 금리를 섣불리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 이유입니다. 아직 위험 요인이 많아서라고 했는데, 그 요인 중 하나로 '기후'가 꼽혔습니다. 극단적 폭염이나 폭우, 폭설이나 산불이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 경제가 충격을 받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고 경제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올 1월 열대폭풍 ‘첸네소’가 덮친 마다가스카르(위)와 6월 가뭄이 든 베트남 라오까이성(아래) (사진: AP, VN익스프레스 캡처=연합뉴스)올 1월 열대폭풍 ‘첸네소’가 덮친 마다가스카르(위)와 6월 가뭄이 든 베트남 라오까이성(아래) (사진: AP, VN익스프레스 캡처=연합뉴스)

고린차스 박사는 특히 기후 위기의 경제적 피해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훨씬 더 크게 받을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온실가스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 건 선진국인데도 피해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돌아간다는 겁니다. 기후위기가 1차적으로 가져오는 경제 불안 요인이 식량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가난한 나라들은 큰 가뭄이나 홍수 같은 종류의 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나 재정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분명 큰 도전이고,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기후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것과 이미 해놓은 것 사이엔 아직도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 혼자 막을 수 없는 '기후 위기'…대책 막는 '세계의 균열'

모두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기후 변화의 대응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린차스 박사는 세계 각국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제대로 조정되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후 변화는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에서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녹색에너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데, 산업 혁명과 같은 전환입니다. 빠르고 규모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공공자원과 사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고 세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거죠. 모든 국가가 제 몫을 해야 합니다. 부유하고 자원이 많은 나라가 특히요."

IMF는 지난 4월에도 이 점을 짚었습니다. 각 국가가 높은 식량·에너지 가격과 금리 인상 상황에서 자국의 빈곤층을 구제하느라 힘든 상황에서 국방비까지 계속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지출들이 재정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기후 변화에 대한 투자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미·중 갈등이나 전쟁, 자국 이기주의 같은 지정학적 균열이 식량·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국방비에 대한 예산투입을 더 가속화시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사우디 갈등으로 출렁였던 원유·가스 가격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냉전' 같은 세계의 균열은 기후 변화에 대한 글로벌 공동 대응도 어렵게 만듭니다. 미·중 간에 어렵사리 대화가 이뤄질 때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에 양국이 공감한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대응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동한 왕이 중국 공산당 위원(좌)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우)  (사진:AP)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동한 왕이 중국 공산당 위원(좌)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우) (사진:AP)

어려워 보이지만 지정학적 균열을 특히 경제 분야에서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고린차스 박사는 조언했습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른바 '낀 나라'인 한국 같은 나라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거라면서, 어렵겠지만 글로벌 투자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역 수지를 봤을 때, 지난 1년 반 동안 다른 나라에 무역 제한을 한 국가가 정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이걸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입니다. (한국처럼) 정확히 강대국의 중간에 있고 매우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나라, 혹은 한국 같진 않지만 개발 수준이 낮은 나라들은 추가적인 세계의 분열과 글로벌 무역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망을 강화하고 취약하지 않게 만드는 것, 지난 50년간 달성해온 글로벌 통합, 경제 통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연관 기사] IMF “한국 경제 발목 잡는 건 수출 부진…기후도 경제에 위협”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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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기후의 역습, 이제 경제를 덮친다”
    • 입력 2023-08-03 0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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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들어 세 번째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세계 경제는 물론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 이 보고서는 석 달마다 발간되는데, 성장률 전망치를 책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요 몇 달 세계적으로 폭염과 산불, 홍수의 피해가 커서였을까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기후 위기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전진 배치된 거였습니다. 지난 4월 보고서의 서문에서는 맨 마지막에 제언 정도로 언급됐던 '기후'의 영향이 이번 보고서에선 앞부분으로 튀어나왔습니다.

■ '경제위기 유발요인' 앞부분 차지한 기후…"점점 더 극단적 영향"

IMF는 보고서에서 향후의 경제를 전망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화와 극단적인 날씨와 관련된 일들로 더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촉발되는 등 추가적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내려가지 않고 심지어 상승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극단적인 날씨 등이 물가를 끌어올릴 상황을 만든다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인상할 거고 지금 세계 경제가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 완화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드문 인터뷰를 KBS와 가진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기후에 주목한 데 대해 "기후 변화가 경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KBS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촬영: KBS)
세계 경제가 오랜 인플레이션을 조금씩이나마 잡아가고 있다는 게 IMF가 내놓은 7월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낮게 예상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건 맞지만 침체까지 예상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고, 물가를 잡기 위해 내놓은 여러 가지 긴축 정책들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단계로도 접어들었으니 이를 감안해 정부들이 잘 지켜보고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힌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IMF가 금리를 섣불리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 이유입니다. 아직 위험 요인이 많아서라고 했는데, 그 요인 중 하나로 '기후'가 꼽혔습니다. 극단적 폭염이나 폭우, 폭설이나 산불이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렇게 경제가 충격을 받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고 경제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올 1월 열대폭풍 ‘첸네소’가 덮친 마다가스카르(위)와 6월 가뭄이 든 베트남 라오까이성(아래) (사진: AP, VN익스프레스 캡처=연합뉴스)
고린차스 박사는 특히 기후 위기의 경제적 피해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이 훨씬 더 크게 받을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온실가스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 건 선진국인데도 피해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돌아간다는 겁니다. 기후위기가 1차적으로 가져오는 경제 불안 요인이 식량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가난한 나라들은 큰 가뭄이나 홍수 같은 종류의 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나 재정적인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분명 큰 도전이고,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기후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것과 이미 해놓은 것 사이엔 아직도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 혼자 막을 수 없는 '기후 위기'…대책 막는 '세계의 균열'

모두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기후 변화의 대응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린차스 박사는 세계 각국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제대로 조정되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후 변화는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에서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녹색에너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데, 산업 혁명과 같은 전환입니다. 빠르고 규모있게 이뤄져야 합니다. 공공자원과 사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고 세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거죠. 모든 국가가 제 몫을 해야 합니다. 부유하고 자원이 많은 나라가 특히요."

IMF는 지난 4월에도 이 점을 짚었습니다. 각 국가가 높은 식량·에너지 가격과 금리 인상 상황에서 자국의 빈곤층을 구제하느라 힘든 상황에서 국방비까지 계속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지출들이 재정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기후 변화에 대한 투자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미·중 갈등이나 전쟁, 자국 이기주의 같은 지정학적 균열이 식량·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국방비에 대한 예산투입을 더 가속화시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사우디 갈등으로 출렁였던 원유·가스 가격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냉전' 같은 세계의 균열은 기후 변화에 대한 글로벌 공동 대응도 어렵게 만듭니다. 미·중 간에 어렵사리 대화가 이뤄질 때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에 양국이 공감한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대응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동한 왕이 중국 공산당 위원(좌)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우)  (사진:AP)
어려워 보이지만 지정학적 균열을 특히 경제 분야에서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고린차스 박사는 조언했습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른바 '낀 나라'인 한국 같은 나라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거라면서, 어렵겠지만 글로벌 투자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역 수지를 봤을 때, 지난 1년 반 동안 다른 나라에 무역 제한을 한 국가가 정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이걸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입니다. (한국처럼) 정확히 강대국의 중간에 있고 매우 개방적이고 통합적인 나라, 혹은 한국 같진 않지만 개발 수준이 낮은 나라들은 추가적인 세계의 분열과 글로벌 무역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망을 강화하고 취약하지 않게 만드는 것, 지난 50년간 달성해온 글로벌 통합, 경제 통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연관 기사] IMF “한국 경제 발목 잡는 건 수출 부진…기후도 경제에 위협”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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