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선 ‘부부싸움’ 장외에선 ‘서신싸움’…8일 ‘운명의 날’ 될까

입력 2023.08.03 (08:52) 수정 2023.08.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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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 오해가 있는 것 같다"…"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당신!"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때아닌 '법정 부부싸움'이 벌어집니다. 재판 전날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 모 씨가 법무법인 해광 소속 변호인들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제 의사가 아니다. 해광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갈등입니다.

백 씨는 변호인단이 이 전 부지사 의사와 반대되는 변론을 했다고 주장하며, "저 사람은 (구치소) 안에서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답답하다"며, "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소리쳤습니다.

■ "이재명에 보고했다"… 태도 바뀐 이화영

부부간 동상이몽이 외부에 표출되기 시작한 건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태도가 달라졌다고 알려진 시점부터입니다. 법조계에서는 6월 말부터 "이 전 부지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함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키맨이자,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향하는 '통로'로 지목돼 왔습니다. 만약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당시 상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고 나아가 승인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죄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해 9월 구속 이후 이 전 부지사의 입을 여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왔고, 실제로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추진 협조를 요청했는데 관련 내용을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던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습니다.

■ '민주당 대 검찰' 확대되는 전선

그러자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 씨가 전면으로 나왔습니다. 백 씨는 민주당에 "일련의 사건으로 저희 당과 대표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몸 둘 바를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되는 탄원서에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주장했습니다.

백 씨는 "김성태 회장의 증언으로 저희 남편 이름보다도 더 많이 호명된 이재명 대표의 방북대납으로 프레임을 씌워 대표님을 기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체적 고문보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은 군사 독재시대의 전기고문만큼 무섭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탄원서가 공개되자 전선은 빠르게 '민주당 대 검찰'로 확대됐습니다.

민주당 법률위와 인권위 소속 의원들은 수원지검을 찾아가 검사장과 면담을 요청했고,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최근까지 배우자 등 가족, 지인과 50회 이상 면회했고, 국회의원들과 7회 특별면회를 한 바도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어 남편이 고립돼 있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지난 달 24일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지난 달 24일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 김성태 가세… 이재명 저격

여기에 어제(2일)는 쌍방울 사건의 또 다른 키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까지 가세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더 이상 정치권의 희생양, 정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전하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지은 죄가 있다면 달게 받을 것이다. 다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검찰이 김 전 회장을 회유하고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대가로 형을 낮추기로 거래하는 것)'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읽힙니다.

특히 "일부 정치인은 저를 노상강도에 비유"했다며 "저급한 말들로 저를 지칭하는 행태에 구치소 독방에서 홀로 쓴 눈물을 삼켰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한 걸 두고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했다"고 지적한 걸 콕 집어 언급한 겁니다.

또 "일부 정치인이 저와 경기도 대북사업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금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제가 후원했던 정당(민주당)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초 '변호사비 대납'으로 시작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번진 수사는 이제 이중 삼중의 전선으로 번져가는 형국입니다.

■ 8일 이화영 재판… '분수령' 될까

결정적 증거 없이 서로의 입장과 진술만 내세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다가올 첫 번째 분수령은 오는 8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공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날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할 경우, 검찰 수사는 빠르게 이 대표를 향해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분수령은 이재명 대표의 소환 시점이 될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쌍방울 수사 속도와 국회 회기 등을 고려해, 이르면 8월 중 이 대표를 소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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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때아닌 '법정 부부싸움'이 벌어집니다. 재판 전날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 모 씨가 법무법인 해광 소속 변호인들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제 의사가 아니다. 해광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표출된 갈등입니다.

백 씨는 변호인단이 이 전 부지사 의사와 반대되는 변론을 했다고 주장하며, "저 사람은 (구치소) 안에서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 자기가 얼마나 검찰에 회유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답답하다"며, "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소리쳤습니다.

■ "이재명에 보고했다"… 태도 바뀐 이화영

부부간 동상이몽이 외부에 표출되기 시작한 건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태도가 달라졌다고 알려진 시점부터입니다. 법조계에서는 6월 말부터 "이 전 부지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함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키맨이자,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향하는 '통로'로 지목돼 왔습니다. 만약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당시 상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고 나아가 승인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죄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해 9월 구속 이후 이 전 부지사의 입을 여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왔고, 실제로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추진 협조를 요청했는데 관련 내용을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던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습니다.

■ '민주당 대 검찰' 확대되는 전선

그러자 이 전 부지사의 아내 백 씨가 전면으로 나왔습니다. 백 씨는 민주당에 "일련의 사건으로 저희 당과 대표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몸 둘 바를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되는 탄원서에서 검찰의 강압 수사를 주장했습니다.

백 씨는 "김성태 회장의 증언으로 저희 남편 이름보다도 더 많이 호명된 이재명 대표의 방북대납으로 프레임을 씌워 대표님을 기소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체적 고문보다 극심한 심리적 압박은 군사 독재시대의 전기고문만큼 무섭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탄원서가 공개되자 전선은 빠르게 '민주당 대 검찰'로 확대됐습니다.

민주당 법률위와 인권위 소속 의원들은 수원지검을 찾아가 검사장과 면담을 요청했고, 불발되자 청사 앞에 앉아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는 구속 이후 최근까지 배우자 등 가족, 지인과 50회 이상 면회했고, 국회의원들과 7회 특별면회를 한 바도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어 남편이 고립돼 있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지난 달 24일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 김성태 가세… 이재명 저격

여기에 어제(2일)는 쌍방울 사건의 또 다른 키맨,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까지 가세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더 이상 정치권의 희생양, 정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전하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지은 죄가 있다면 달게 받을 것이다. 다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검찰이 김 전 회장을 회유하고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대가로 형을 낮추기로 거래하는 것)'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읽힙니다.

특히 "일부 정치인은 저를 노상강도에 비유"했다며 "저급한 말들로 저를 지칭하는 행태에 구치소 독방에서 홀로 쓴 눈물을 삼켰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김 전 회장을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를 적용한 걸 두고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했다"고 지적한 걸 콕 집어 언급한 겁니다.

또 "일부 정치인이 저와 경기도 대북사업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금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제가 후원했던 정당(민주당)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초 '변호사비 대납'으로 시작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번진 수사는 이제 이중 삼중의 전선으로 번져가는 형국입니다.

■ 8일 이화영 재판… '분수령' 될까

결정적 증거 없이 서로의 입장과 진술만 내세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다가올 첫 번째 분수령은 오는 8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공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날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할 경우, 검찰 수사는 빠르게 이 대표를 향해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분수령은 이재명 대표의 소환 시점이 될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쌍방울 수사 속도와 국회 회기 등을 고려해, 이르면 8월 중 이 대표를 소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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