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 받더니 인제 와서 외인구단? 민주당 내부도 등돌린 ‘혁신위’

입력 2023.08.03 (18:24) 수정 2023.08.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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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말을 놓고,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발언 나흘 만인 오늘(3일), 김 위원장은 공식 사과를 내놓았습니다.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이어, 대한노인회를 직접 찾아 머리를 숙였습니다.

거듭된 설화에 혁신위가 '혁신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논란을 대하는 정치권의 시선을 분석해봤습니다.

[연관 기사] 뺨 맞은 김은경 ‘사진’…대한노인회장 “정신 차려라” [현장영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9784

■ 장면1. "저희는 외인구단"…정치적 책임에 선 그은 혁신위

"저희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직접 사과는) 조금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치인분들은 또 정치적인 책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저희는 조금 정치적인 역할하고는 약간 차이가 있어서. 사실 저희는 약간 일종의 '외인구단' 같은 성격인 것 같아요."
- 민주당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 (오늘,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논란의 중심에 선 혁신위의 생각부터 들여다봤습니다. 연이틀 '유감'을 표했지만,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던 혁신위, 스스로의 '정치적 책임'엔 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오늘 대한노인회를 간다고 하는데,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인분들은 정치적인 책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정치적인 역할하고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답한 겁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혁신위는 '직접 사과'를 택했습니다. 당내에서조차 거듭된 우려 의견이 전해지자, 결국 고개를 숙이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노인회를 사과 방문한 자리에선, 호된 질책도 당했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김은경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치면서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 정신 차려라"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혁신위는 일각의 사퇴 요구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9월 초까지 예정된 활동을 이어가겠단 의지를 밝혔습니다.


■ 장면2. "냉각기 가져야"·"해체해야"…친명·비명 한목소리로 '우려'

혁신위는 정치적 책임에 선을 그었지만, 총선을 8개월 앞둔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했습니다. 그 정치적 책임의 무게를 온몸으로 겪어야 하기 때문일까요. 친이재명계·비이재명계·지도부 할 것 없이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친명계 의원들은 혁신위에 '냉각기'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지금부터라도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활동을 마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당이 더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체하라고 할 순 없고,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혁신위 조기 해체'를 잇따라 주장했습니다. "사과를 더 일찍 했어야 한다", "결국 혁신의 동력이란 것은 국민과 여론의 지지인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동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혁신위는 이미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의 원로들도 한목소리로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오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찌 됐든 정치인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국민 반응이 이건 아니지 않으냐"며 "학자가 아니다. 혁신위원장은 정치를 혁신하러 온 것이다. 국민의 생각을 반영해서 빨리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빨리 깨우쳤으면 얼른 사과했으면 될 것을 거기다가 또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느냐"며 "저렇게 설화가 생겼으니 좀 빨리 해체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장면3. "현대판 고려장"…전방위 공세 나선 국민의힘

여당인 국민의힘은 연일 '혁신위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오늘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장에는 '민주당의 혁신 =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뒷걸개가 내걸렸습니다.

여름 휴가 중인 김기현 대표도 SNS를 통해 공세에 나섰습니다. 김 위원장 사과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들 단지 말 뿐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민을 눈속임할 수 있다는 그 오만이 놀랍다"고 힐난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공격도 거셉니다. 김 대표는 "참으로 기괴한 일은 이재명 대표가 잠수를 탔다는 사실"이라며 "상대방의 작은 티끌에도 징계, 파면, 윤리위 회부, 탄핵을 부르짖던 그 호기로움은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나 김 위원장이나 참 잘 어울리는 환상의 커플"이라고 했고,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어르신 비하 막말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어르신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 '전국 순회 행보' 이어가는 혁신위…"고속도로에 꽉 막힌 기분"

혁신위는 이번 주 인천과 강원을 찾은 데 이어, 내일은 충남 천안, 모레는 대전과 전북 전주를 찾을 예정입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 목소리를 '잘 듣겠다'는 취지인데, 다음 주에도 5차례의 간담회가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잇단 설화에 혁신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연이은 공개 행보에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진 않을지 조마조마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민주당 의원, 이번 논란에 "마치 뜨거운 여름날 고속도로에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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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3 18:24:37
    • 수정2023-08-03 2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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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말을 놓고,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발언 나흘 만인 오늘(3일), 김 위원장은 공식 사과를 내놓았습니다.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힌 데 이어, 대한노인회를 직접 찾아 머리를 숙였습니다.

거듭된 설화에 혁신위가 '혁신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논란을 대하는 정치권의 시선을 분석해봤습니다.

[연관 기사] 뺨 맞은 김은경 ‘사진’…대한노인회장 “정신 차려라” [현장영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9784

■ 장면1. "저희는 외인구단"…정치적 책임에 선 그은 혁신위

"저희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직접 사과는) 조금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치인분들은 또 정치적인 책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저희는 조금 정치적인 역할하고는 약간 차이가 있어서. 사실 저희는 약간 일종의 '외인구단' 같은 성격인 것 같아요."
- 민주당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 (오늘,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논란의 중심에 선 혁신위의 생각부터 들여다봤습니다. 연이틀 '유감'을 표했지만,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던 혁신위, 스스로의 '정치적 책임'엔 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오늘 대한노인회를 간다고 하는데,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인분들은 정치적인 책임이 있으니까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정치적인 역할하고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답한 겁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혁신위는 '직접 사과'를 택했습니다. 당내에서조차 거듭된 우려 의견이 전해지자, 결국 고개를 숙이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노인회를 사과 방문한 자리에선, 호된 질책도 당했습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김은경 위원장의 사진을 손으로 치면서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 정신 차려라"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혁신위는 일각의 사퇴 요구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혁신의 의지는 그대로"라며 9월 초까지 예정된 활동을 이어가겠단 의지를 밝혔습니다.


■ 장면2. "냉각기 가져야"·"해체해야"…친명·비명 한목소리로 '우려'

혁신위는 정치적 책임에 선을 그었지만, 총선을 8개월 앞둔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했습니다. 그 정치적 책임의 무게를 온몸으로 겪어야 하기 때문일까요. 친이재명계·비이재명계·지도부 할 것 없이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친명계 의원들은 혁신위에 '냉각기'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지금부터라도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활동을 마칠 수 있길 바랐습니다. "당이 더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해체하라고 할 순 없고,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혁신위 조기 해체'를 잇따라 주장했습니다. "사과를 더 일찍 했어야 한다", "결국 혁신의 동력이란 것은 국민과 여론의 지지인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동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혁신위는 이미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의 원로들도 한목소리로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오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찌 됐든 정치인은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국민 반응이 이건 아니지 않으냐"며 "학자가 아니다. 혁신위원장은 정치를 혁신하러 온 것이다. 국민의 생각을 반영해서 빨리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오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빨리 깨우쳤으면 얼른 사과했으면 될 것을 거기다가 또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나오느냐"며 "저렇게 설화가 생겼으니 좀 빨리 해체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장면3. "현대판 고려장"…전방위 공세 나선 국민의힘

여당인 국민의힘은 연일 '혁신위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오늘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장에는 '민주당의 혁신 =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뒷걸개가 내걸렸습니다.

여름 휴가 중인 김기현 대표도 SNS를 통해 공세에 나섰습니다. 김 위원장 사과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하는 시늉을 한들 단지 말 뿐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할리우드 액션으로 국민을 눈속임할 수 있다는 그 오만이 놀랍다"고 힐난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공격도 거셉니다. 김 대표는 "참으로 기괴한 일은 이재명 대표가 잠수를 탔다는 사실"이라며 "상대방의 작은 티끌에도 징계, 파면, 윤리위 회부, 탄핵을 부르짖던 그 호기로움은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나 김 위원장이나 참 잘 어울리는 환상의 커플"이라고 했고,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어르신 비하 막말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어르신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 '전국 순회 행보' 이어가는 혁신위…"고속도로에 꽉 막힌 기분"

혁신위는 이번 주 인천과 강원을 찾은 데 이어, 내일은 충남 천안, 모레는 대전과 전북 전주를 찾을 예정입니다.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 목소리를 '잘 듣겠다'는 취지인데, 다음 주에도 5차례의 간담회가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잇단 설화에 혁신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연이은 공개 행보에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진 않을지 조마조마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민주당 의원, 이번 논란에 "마치 뜨거운 여름날 고속도로에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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