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뜨거운 주말’…술 취한 야간 해수욕장 바뀔까? [주말엔]

입력 2023.08.05 (07:02) 수정 2023.08.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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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의 한 화단에서 시민이 누워있다. (촬영기자 : 구민혁)지난 2일 밤,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의 한 화단에서 시민이 누워있다. (촬영기자 : 구민혁)

■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잠 못 드는 한국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땐 집 밖을 나와 시원한 강바람이나 바닷바람이 맞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강원 동해안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여름 피서지 중 한 곳인 강릉 경포해수욕장은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방문합니다.

■ 거대한 술판으로 변한 경포해수욕장.... 왜?

그런데 경포해수욕장은 여름 밤만 되면 거대한 술판으로 변합니다.

바닷바람에 더위를 잠시나마 날려 보내고, 바다를 보며 술을 마시는 게 '일종의 낭만'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지난달(7월) 28일, 강릉 경포해수욕장 (촬영기자 : 박영웅)지난달(7월) 28일, 강릉 경포해수욕장 (촬영기자 : 박영웅)

돗자리는 기본이고, 간이 탁자와 의자, 야광 조명, 스피커까지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네온 사인을 보면 백사장은 '야외 클럽'이 되기도 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피서객이 춤을 추고 있다. (촬영기자 : 박영웅)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피서객이 춤을 추고 있다. (촬영기자 : 박영웅)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취기가 올라오면 이른바 '즉석만남'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성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 형형색색의 폭죽 놀이도 해변 곳곳에서 이뤄집니다. 귀를 찢는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추억을 남기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달(7월) 28일,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촬영기자 : 박영웅)지난달(7월) 28일,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촬영기자 : 박영웅)

■불법 행위 만연한 해수욕장... 폭죽놀이, 흡연 등 불법

그런데 해수욕장 폭죽놀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데다, 소음과 연기 등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합니다. 폭죽을 쏘고난 뒤 남는 이른바 '탄피'라고 부르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큰 문제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수욕장에는 단속 요원도 배치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단속은 안 됩니다. 폭죽이 쏘아지는 동시에 단속요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 제지하지만, 폭죽놀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해수욕장 주변 상점에서 불꽃놀이 용품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단속 요원이 제지한다 해도 무시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속 요원은 단기 근로자라 공무원처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또,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으로 관광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흡연 행위는 불법 행위입니다. (촬영기자 : 박영웅)해수욕장에서 흡연 행위는 불법 행위입니다. (촬영기자 : 박영웅)

더우기 단속 요원은 만취한 피서객에게 각종 협박과 폭행을 당할 위험에도 처합니다.


강릉 경포해수욕장 단속 요원
"너네가 뭔데 이러면서 멱살을 잡거나 이런 적이 있어서, 사실 그런 사람들 만나는 게 무섭죠. 저희가 솔직히 일하면서 저희가 잘못됐나 이런 생각이 들죠."


술에 취한 사람들은 입수가 금지된 시각에도 바다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해수욕 시간 외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불법 행위입니다.

폭죽놀이와 마찬가지로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경포 해수욕장에는 구조 요원이 24시간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밤 9시까지만 입수가 가능한 데 만취한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 안전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촬영기자 : 박영웅)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촬영기자 : 박영웅)

또, 일부 피서객들이 떠난 백사장에는 술병과 돗자리 등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담배꽁초와 과자, 소주병 등 일부 쓰레기는 백사장 아래 파묻혔습니다.

피서지의 이런 모습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과태료 부과가 아닌 계도 위주의 단속이 펼쳐지다 보니 피서객들의 위법 행위는 끊이지 않습니다.

■불법 폭죽놀이... 강원 동해안서 9년간 과태료 부과 단 1건

강원도 동해안의 폭죽 놀이에 대한 단속만 봐도 2014년부터 9년간 과태료 부과는 단 1건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인천과 울산,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은 같은 기간 동안 과태료 부과가 한 건도 없습니다. 그나마 부산은 같은 기간 709건을, 충남은 33건을 부과했습니다.

결국, 막무가내 피서객들로 생기는 불편함과 불괘감은 다른 피서객의 몫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태임/ 경기도 이천시(관광객)
"바다 보러 왔는데 술 먹는 분위기만 있어서, 보기가 좀 안 좋아 보이네요. 휴가 분위기인데 너무 시끄럽고, 좀 그렇네요."

■ 음주가 불법은 아니지만... 몰지각한 행태는 더는 그만

해수욕장 음주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해수욕장에서 일부 피서객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 관계자들은 이번 주말에 지난주보다 더 많은 피서객이 경포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년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지위를 공인받은 대한민국.

야간 해수욕장에서도 '선진국'의 시민답게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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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오는 ‘뜨거운 주말’…술 취한 야간 해수욕장 바뀔까? [주말엔]
    • 입력 2023-08-05 07:02:43
    • 수정2023-08-05 07:03:53
    주말엔
지난 2일 밤, 강원도 강릉시 월화거리의 한 화단에서 시민이 누워있다. (촬영기자 : 구민혁)
■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잠 못 드는 한국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땐 집 밖을 나와 시원한 강바람이나 바닷바람이 맞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강원 동해안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여름 피서지 중 한 곳인 강릉 경포해수욕장은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방문합니다.

■ 거대한 술판으로 변한 경포해수욕장.... 왜?

그런데 경포해수욕장은 여름 밤만 되면 거대한 술판으로 변합니다.

바닷바람에 더위를 잠시나마 날려 보내고, 바다를 보며 술을 마시는 게 '일종의 낭만'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지난달(7월) 28일, 강릉 경포해수욕장 (촬영기자 : 박영웅)
돗자리는 기본이고, 간이 탁자와 의자, 야광 조명, 스피커까지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네온 사인을 보면 백사장은 '야외 클럽'이 되기도 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피서객이 춤을 추고 있다. (촬영기자 : 박영웅)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취기가 올라오면 이른바 '즉석만남'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성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또, 형형색색의 폭죽 놀이도 해변 곳곳에서 이뤄집니다. 귀를 찢는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추억을 남기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달(7월) 28일,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촬영기자 : 박영웅)
■불법 행위 만연한 해수욕장... 폭죽놀이, 흡연 등 불법

그런데 해수욕장 폭죽놀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데다, 소음과 연기 등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합니다. 폭죽을 쏘고난 뒤 남는 이른바 '탄피'라고 부르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큰 문제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수욕장에는 단속 요원도 배치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단속은 안 됩니다. 폭죽이 쏘아지는 동시에 단속요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 제지하지만, 폭죽놀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해수욕장 주변 상점에서 불꽃놀이 용품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단속 요원이 제지한다 해도 무시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속 요원은 단기 근로자라 공무원처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또,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단속으로 관광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흡연 행위는 불법 행위입니다. (촬영기자 : 박영웅)
더우기 단속 요원은 만취한 피서객에게 각종 협박과 폭행을 당할 위험에도 처합니다.


강릉 경포해수욕장 단속 요원
"너네가 뭔데 이러면서 멱살을 잡거나 이런 적이 있어서, 사실 그런 사람들 만나는 게 무섭죠. 저희가 솔직히 일하면서 저희가 잘못됐나 이런 생각이 들죠."


술에 취한 사람들은 입수가 금지된 시각에도 바다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해수욕 시간 외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불법 행위입니다.

폭죽놀이와 마찬가지로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경포 해수욕장에는 구조 요원이 24시간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밤 9시까지만 입수가 가능한 데 만취한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 안전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죠.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촬영기자 : 박영웅)
또, 일부 피서객들이 떠난 백사장에는 술병과 돗자리 등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담배꽁초와 과자, 소주병 등 일부 쓰레기는 백사장 아래 파묻혔습니다.

피서지의 이런 모습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과태료 부과가 아닌 계도 위주의 단속이 펼쳐지다 보니 피서객들의 위법 행위는 끊이지 않습니다.

■불법 폭죽놀이... 강원 동해안서 9년간 과태료 부과 단 1건

강원도 동해안의 폭죽 놀이에 대한 단속만 봐도 2014년부터 9년간 과태료 부과는 단 1건에 그쳤습니다.

이밖에 인천과 울산,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은 같은 기간 동안 과태료 부과가 한 건도 없습니다. 그나마 부산은 같은 기간 709건을, 충남은 33건을 부과했습니다.

결국, 막무가내 피서객들로 생기는 불편함과 불괘감은 다른 피서객의 몫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태임/ 경기도 이천시(관광객)
"바다 보러 왔는데 술 먹는 분위기만 있어서, 보기가 좀 안 좋아 보이네요. 휴가 분위기인데 너무 시끄럽고, 좀 그렇네요."

■ 음주가 불법은 아니지만... 몰지각한 행태는 더는 그만

해수욕장 음주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해수욕장에서 일부 피서객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 관계자들은 이번 주말에 지난주보다 더 많은 피서객이 경포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년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지위를 공인받은 대한민국.

야간 해수욕장에서도 '선진국'의 시민답게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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