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최상류 소양호 뒤덮은 ‘녹조라떼’…50년 만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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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으로 물들었다소양호 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으로 물들었다

"강에서 냄새가 나서 손을 대기가 싫어요."

언제 마지막으로 조업을 나섰는지 모를만큼 어망은 바싹 말라 있고 배 위에는 흙먼지만 가득합니다.철을 맞은 쏘가리와 장어를 잡기 위해 어민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기지만, 선착장에는 주인 잃은 배만 덩그러니 정박 돼 있습니다. 지난주 소양호 상류의 4km에 달하는 수역이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처럼 온통 초록빛으로 변하면서 어민들은 조업에 나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7월) 31일, 취재진이 찾은 소양호에는 맑은 물 대신 흰색과 녹색의 부유물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곳곳에는 쓰레기가 떠 있었고, 강변에는 풀과 부유물이 뒤엉켜 악취를 내뿜는 탓에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습니다. 대를 이어 소양호에서 어업 활동을 해온 임홍순 씨도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나온다며 취재진에게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녹조로 인해 어민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자 선착장에는 배만 남아있다.녹조로 인해 어민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자 선착장에는 배만 남아있다.

취재진은 임 씨의 배를 타고 소양호 한가운데로 이동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물 속에서 어망을 들어 올렸지만, 손바닥 크기의 물고기 두세 마리가 전부. 그마저도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임 씨는 설령 물고기를 잡더라도 냄새 탓에 팔 수도 없다며 어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녹조로 인해 폐사한 물고기녹조로 인해 폐사한 물고기

■ 녹조 원인으로 지목된 '폭염'

소양호 상류에서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한 건 소양강댐이 건설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물론 소양호에서도 녹조현상은 있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소양호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성행하면서 양식장 근처에서 간헐적으로 녹조가 보였을 뿐 이번처럼 대규모로 생기진 않았습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 양식장이 사라지면서 소양호에서 녹조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소양호 상류에 대규모의 녹조가 발생한 것일까요?

소양호를 뒤덮은 녹조소양호를 뒤덮은 녹조

강원특별자치도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녹조의 원인으로 폭염을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녹조가 발생한 강원도 인제의 경우 7월 한 달간 최고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20일에 달했습니다. 처음 녹조가 신고된 7월 마지막 주부터 지금까지도 3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온이 오르자 수온마저 올랐습니다. 소양호의 평균 수온은 25~26도. 하지만 녹조가 발생한 지난주 수온은 32도까지 올랐습니다.

장마 기간 내린 비로 소양호 상류에 비료나 퇴비 등 오염물질이 유입됐고, 유속이 느린 인제대교 부근으로 흘러 들어가 정체돼 있다가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 남조류가 크게 늘어 녹조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정화작업에도 무더위 탓에 한 달 동안 녹조 이어질 전망

녹조가 발생하자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7월) 29일부터 긴급 정화작업에 나섰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부유물을 수거하고 녹조가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했습니다.

정화작업이 진행된 지 엿새가 흘렀고 취재진이 이달(8월) 3일 소양호를 다시 찾았습니다. 정화작업 덕분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독했던 악취는 약해졌고, 강을 뒤덮었던 부유물은 대부분 제거됐습니다. 하지만 강변 군데군데 아직 제거되지 못한 녹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이 소양호 정화작업에 나서고 있다.근로자들이 소양호 정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녹조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정화작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군데군데 아직 제거되지 못한 부유물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물속의 녹조는 조류 제거선을 이용해야 하기에 완전 제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또한,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폭염'입니다. 수온이 오르면 녹조가 생존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수록 언제든 녹조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강원특별자치도는 폭염이 멈추지 않으면 이번 녹조가 최대 한 달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화작업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녹조정화작업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녹조

녹조 장기화 막기 위해서는 날씨가 변수!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하게 되면 물속의 용존산소는 줄어듭니다. 용존산소의 부족은 물고기의 호흡을 방해해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폐사한 물고기는 또 다른 오염원이 되어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생태계에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소양호 상류의 물은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까지 이어집니다. 강원특별자치도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가 발생한 인제대교 인근은 취수탑으로부터 약 30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 당장 식수원 오염 문제는 발생할 위험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로 인해 녹조가 계속된다면 언제든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날씨가 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정화작업을 통해 녹조를 제거하고 있지만, 무더워진 날씨로 인해 녹조가 생성되는 속도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폭염이 멈춰 높아진 수온이 낮아지거나 많은 비가 내려 녹조가 희석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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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6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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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으로 물들었다
"강에서 냄새가 나서 손을 대기가 싫어요."

언제 마지막으로 조업을 나섰는지 모를만큼 어망은 바싹 말라 있고 배 위에는 흙먼지만 가득합니다.철을 맞은 쏘가리와 장어를 잡기 위해 어민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기지만, 선착장에는 주인 잃은 배만 덩그러니 정박 돼 있습니다. 지난주 소양호 상류의 4km에 달하는 수역이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처럼 온통 초록빛으로 변하면서 어민들은 조업에 나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7월) 31일, 취재진이 찾은 소양호에는 맑은 물 대신 흰색과 녹색의 부유물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곳곳에는 쓰레기가 떠 있었고, 강변에는 풀과 부유물이 뒤엉켜 악취를 내뿜는 탓에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습니다. 대를 이어 소양호에서 어업 활동을 해온 임홍순 씨도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나온다며 취재진에게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녹조로 인해 어민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자 선착장에는 배만 남아있다.
취재진은 임 씨의 배를 타고 소양호 한가운데로 이동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물 속에서 어망을 들어 올렸지만, 손바닥 크기의 물고기 두세 마리가 전부. 그마저도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임 씨는 설령 물고기를 잡더라도 냄새 탓에 팔 수도 없다며 어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녹조로 인해 폐사한 물고기
■ 녹조 원인으로 지목된 '폭염'

소양호 상류에서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한 건 소양강댐이 건설된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물론 소양호에서도 녹조현상은 있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소양호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성행하면서 양식장 근처에서 간헐적으로 녹조가 보였을 뿐 이번처럼 대규모로 생기진 않았습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 양식장이 사라지면서 소양호에서 녹조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소양호 상류에 대규모의 녹조가 발생한 것일까요?

소양호를 뒤덮은 녹조
강원특별자치도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 녹조의 원인으로 폭염을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녹조가 발생한 강원도 인제의 경우 7월 한 달간 최고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20일에 달했습니다. 처음 녹조가 신고된 7월 마지막 주부터 지금까지도 3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온이 오르자 수온마저 올랐습니다. 소양호의 평균 수온은 25~26도. 하지만 녹조가 발생한 지난주 수온은 32도까지 올랐습니다.

장마 기간 내린 비로 소양호 상류에 비료나 퇴비 등 오염물질이 유입됐고, 유속이 느린 인제대교 부근으로 흘러 들어가 정체돼 있다가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 남조류가 크게 늘어 녹조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정화작업에도 무더위 탓에 한 달 동안 녹조 이어질 전망

녹조가 발생하자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7월) 29일부터 긴급 정화작업에 나섰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중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부유물을 수거하고 녹조가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했습니다.

정화작업이 진행된 지 엿새가 흘렀고 취재진이 이달(8월) 3일 소양호를 다시 찾았습니다. 정화작업 덕분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독했던 악취는 약해졌고, 강을 뒤덮었던 부유물은 대부분 제거됐습니다. 하지만 강변 군데군데 아직 제거되지 못한 녹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이 소양호 정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녹조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정화작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군데군데 아직 제거되지 못한 부유물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물속의 녹조는 조류 제거선을 이용해야 하기에 완전 제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또한,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폭염'입니다. 수온이 오르면 녹조가 생존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수록 언제든 녹조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강원특별자치도는 폭염이 멈추지 않으면 이번 녹조가 최대 한 달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정화작업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녹조
녹조 장기화 막기 위해서는 날씨가 변수!

녹조가 대규모로 발생하게 되면 물속의 용존산소는 줄어듭니다. 용존산소의 부족은 물고기의 호흡을 방해해 대규모 폐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폐사한 물고기는 또 다른 오염원이 되어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고 생태계에 악순환을 가져오게 됩니다.

소양호 상류의 물은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까지 이어집니다. 강원특별자치도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가 발생한 인제대교 인근은 취수탑으로부터 약 30km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 당장 식수원 오염 문제는 발생할 위험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로 인해 녹조가 계속된다면 언제든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날씨가 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정화작업을 통해 녹조를 제거하고 있지만, 무더워진 날씨로 인해 녹조가 생성되는 속도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폭염이 멈춰 높아진 수온이 낮아지거나 많은 비가 내려 녹조가 희석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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