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코어’ 열풍에도 영원무역그룹 주주는 잠이 안 온다? [주말엔]

입력 2023.08.06 (08:02) 수정 2023.08.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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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놀라+귀리+건포도+땅콩=노스페이스?

'고프코어', 아웃도어 의류를 평범한 일상복처럼 입는다는 신조어다. 2017년 5월 뉴욕 매거진의 패션 전문 매체 '더 컷(The cut)'에서 처음 만든 말인데, 6개의 단어가 섞인 '초고도 합성어'다.

우선 고프(gorp)는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머릿글자를 모은 건데, 등산할 때 먹는 견과류 믹스를 아웃도어 의상에 빗댄 말이다. 여기에 평범하다는 뜻의 노멀(normal), 철저하다는 뜻의 하드코어(hardcore)를 합쳐 '지극히 평범하다'는 뜻의 놈코어(normcore)가 붙어서 고프코어(gorpcore)란다.

이렇게까지 장황한 설명을 한 까닭은 노스페이스, 아니 영원무역그룹 때문이다. 노스페이스는 지난겨울 이 고프코어 트렌드를 등에 업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스페이스 국내 판권이 있는 영원아웃도어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30% 넘게 성장할 거로 추정했다.

■노스페이스=영원무역홀딩스, 룰루레몬=영원무역?

영원무역그룹의 상장사는 영원무역홀딩스와 그 자회사인 영원무역 두 곳이다. 둘의 차이를 단순히 말하면 국내 노스페이스의 성장세에 투자하려면 영원무역홀딩스를, 룰루레몬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 같으면 영원무역을 선택하면 된다.


노스페이스 국내 판매를 맡은 영원아웃도어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노스페이스에 투자하려면 지분 59.3%를 보유한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에 투자하는 것이다. 영원무역홀딩스의 국내 자회사는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뿐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다른 지주회사와 달리 영원무역은 연결기준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왔다.

그런데 영원무역홀딩스는 앞서 올해 3월 2일 배당정책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로 변경한다는 공시를 냈다. 기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의 10%를 배당한다'는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배당 기준을 연결 순이익에서 별도 순이익으로 바꾼다는 얘기는 노스페이스의 실적이 다음 해 홀딩스 배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아예 끊긴 것은 아니다. 영원아웃도어에서 올해 2022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금을 입금하면 올해 순이익에 잡히고 내년 2023년도 지주사 재무제표를 확정하는 주총에서 배당에 반영할 수는 있다. 시차가 1년 벌어진 셈이다. 또 자회사 가치 상승은 지주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에 긍정적일 수는 있다.

■갑작스런 배당정책 변경… 그래도 증여와는 무관?

하지만 배당 정책이 바뀌던 시점에 영원무역그룹 대주주의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이 KBS 보도로 드러났다.

보도의 핵심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인 YMSA 지분을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에게 증여했다는 사실과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 정책을 바꿔 주가를 낮췄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단독] 주주 배당 줄이더니 이틀 뒤 주식 증여…세금 줄이려고?

■'오너 일가 증여세 빌려주려 부동산까지 매각'

이어서 성래은 부회장이 증여세 850억여 원을 6월 말 국세청에 현금으로 한꺼번에 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 대부분을 YMSA가 빌려줬단 점이다. 현금이 많은 회사도 아니었다. 이 돈을 마련하려고 쓴 방법은 더 큰 논란을 살 수 있다.

500억 원 이상을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서 마련했다. 빌려줄 돈을 마련하려고 부동산까지 매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동산을 산 쪽이 다름아닌 계열사 영원무역이다. 결국 그룹 내부 거래로 자금을 마련해 이 돈을 오너 일가에 빌려주고, 이 빌린 돈으로 한 번에 증여세를 낸 것이다.

[연관 기사] [단독] 850억 증여세 현금 완납…건물 내부거래로 증여세 마련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8101

자료 : 영원무역자료 : 영원무역

■ 오너 일가의 상속, 회사 가치는 변함없을까?

공시 다음 거래일 주가는 바로 7.8% 하락했고, 주주총회에서 배당정책이 확정된 3월 29일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에게 지배회사 YMSA 지분을 증여한 3월 31일에도 주가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에 대해 "지주사들은 회계상 연결 순이익과 개별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 차이가 커, 연결 기준을 유지하는 경우 배당 재원을 초과하는 차입이 필요할 수 있고,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배당정책 변경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작년 영원무역홀딩스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8,981억 원으로 2021년(4,468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거기에 작년 말에는 노스페이스 상표권을 가진 일본 골드윈과 2029년까지 상표권 계약을 연장하고, 지주사 내에 다른 브랜드를 출시할 수 없다는 '경업 금지' 조항까지 풀었다.

주가는 순풍을 맞았고, 배당에 대한 기대도 확실했다. 그런데 더는 노스페이스를 배당과 연결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주가가 내려간 것이다.

영원무역 측은 증여세 산정에 반영되는 주가는 증여 시점 전후 2개월로, 주총 이후 다시 주가가 회복돼 증여세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배당정책 변경이 결코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배당 확정 며칠 후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패딩 등 겨울철 의류 주력인 노스페이스가 전통적으로 약세인 계절에 '깜짝 실적'을 낸 것이 내려간 주가를 다시 끌어 올렸다. 배당정책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1분기 실적까지 나왔으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높았고, 증여세 부담도 훨씬 컸을 것이다.

■그나저나, 영원무역 주주들에게 대구 건물이 필요할까?

'개인회사' YMSA의 부동산 매각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YMSA와 그 대표이사인 성래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무역 주주 입장에선 의문이 생긴다.

"당 지배회사는 국내 본사를 비롯하여 해외 현지법인 생산공장과 원자재 조달 회사,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 회사 등 총 67개의 동종 및 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로 구성된 글로벌 아웃도어 및 스포츠 기업입니다."

영원무역이 1분기 보고서에 쓴 사업의 개요다. 제조 OEM 사업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59%가,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 부문에서 36%, 기타부문에서 5%가 나오고 있다. 제조 OEM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지역의 공장을 운영해 세계 유명 의류브랜드에 물건을 납품한다. 가장 큰 고객사는 룰루레몬과 VFC(반스,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보유한 패션업체)인데, 최근에는 룰루레몬 주문량이 VFC를 앞질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돌연 올해 5월 대구 만촌동 역세권 20층 빌딩을 587억 원에 구매했다. 계약한 지 수개월 만에 잔금을 치를 정도로 거래는 빠르게 이뤄졌다고 한다. 사업의 본질과 무관한 투자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한 것이다.

성래은 부회장이 증여세 850억여 원 대부분을 YMSA로부터 빌려 낸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영원무역과 YMSA 어느 쪽이 급했던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원무역 측은 KBS 보도가 나오자 지난 2일 "'부동산 임대업'을 사업의 하나로 영위하는 영원무역에 YMSA 보유 부동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영원무역 측은 "YMSA와 영원무역은 각자 독립된 외부 회계법인(감정평가법인)과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매각 조건은 관련 법규에 따라 양측이 협의해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금액을 평균해 산정했다"며 "계열사 간 거래에 따른 이사회 결의 등 절차를 거쳐 거래했다"고 했다

■영원무역그룹 주주는 밤에 잠이 잘 올까?

"대한민국에 2,300여 개 상장사가 있는데 주주들이 '영원 주식을 갖고 있으면 밤에 잠이 잘 온다'는 말을 듣는 게 경영자로서의 바람이다"

성래은 부회장이 지난 6월 국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YMSA의 지분 일부를 증여받으면서 2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본격적인 승계작업이 시작될 텐데, 주주들은 벌써 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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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프코어’ 열풍에도 영원무역그룹 주주는 잠이 안 온다? [주말엔]
    • 입력 2023-08-06 08:02:14
    • 수정2023-08-06 13:13:37
    주말엔
그래놀라+귀리+건포도+땅콩=노스페이스?

'고프코어', 아웃도어 의류를 평범한 일상복처럼 입는다는 신조어다. 2017년 5월 뉴욕 매거진의 패션 전문 매체 '더 컷(The cut)'에서 처음 만든 말인데, 6개의 단어가 섞인 '초고도 합성어'다.

우선 고프(gorp)는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머릿글자를 모은 건데, 등산할 때 먹는 견과류 믹스를 아웃도어 의상에 빗댄 말이다. 여기에 평범하다는 뜻의 노멀(normal), 철저하다는 뜻의 하드코어(hardcore)를 합쳐 '지극히 평범하다'는 뜻의 놈코어(normcore)가 붙어서 고프코어(gorpcore)란다.

이렇게까지 장황한 설명을 한 까닭은 노스페이스, 아니 영원무역그룹 때문이다. 노스페이스는 지난겨울 이 고프코어 트렌드를 등에 업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스페이스 국내 판권이 있는 영원아웃도어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30% 넘게 성장할 거로 추정했다.

■노스페이스=영원무역홀딩스, 룰루레몬=영원무역?

영원무역그룹의 상장사는 영원무역홀딩스와 그 자회사인 영원무역 두 곳이다. 둘의 차이를 단순히 말하면 국내 노스페이스의 성장세에 투자하려면 영원무역홀딩스를, 룰루레몬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 같으면 영원무역을 선택하면 된다.


노스페이스 국내 판매를 맡은 영원아웃도어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노스페이스에 투자하려면 지분 59.3%를 보유한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에 투자하는 것이다. 영원무역홀딩스의 국내 자회사는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뿐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다른 지주회사와 달리 영원무역은 연결기준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왔다.

그런데 영원무역홀딩스는 앞서 올해 3월 2일 배당정책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내외'로 변경한다는 공시를 냈다. 기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의 10%를 배당한다'는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배당 기준을 연결 순이익에서 별도 순이익으로 바꾼다는 얘기는 노스페이스의 실적이 다음 해 홀딩스 배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아예 끊긴 것은 아니다. 영원아웃도어에서 올해 2022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금을 입금하면 올해 순이익에 잡히고 내년 2023년도 지주사 재무제표를 확정하는 주총에서 배당에 반영할 수는 있다. 시차가 1년 벌어진 셈이다. 또 자회사 가치 상승은 지주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에 긍정적일 수는 있다.

■갑작스런 배당정책 변경… 그래도 증여와는 무관?

하지만 배당 정책이 바뀌던 시점에 영원무역그룹 대주주의 증여가 있었다는 사실이 KBS 보도로 드러났다.

보도의 핵심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인 YMSA 지분을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에게 증여했다는 사실과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 정책을 바꿔 주가를 낮췄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단독] 주주 배당 줄이더니 이틀 뒤 주식 증여…세금 줄이려고?

■'오너 일가 증여세 빌려주려 부동산까지 매각'

이어서 성래은 부회장이 증여세 850억여 원을 6월 말 국세청에 현금으로 한꺼번에 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 대부분을 YMSA가 빌려줬단 점이다. 현금이 많은 회사도 아니었다. 이 돈을 마련하려고 쓴 방법은 더 큰 논란을 살 수 있다.

500억 원 이상을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서 마련했다. 빌려줄 돈을 마련하려고 부동산까지 매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동산을 산 쪽이 다름아닌 계열사 영원무역이다. 결국 그룹 내부 거래로 자금을 마련해 이 돈을 오너 일가에 빌려주고, 이 빌린 돈으로 한 번에 증여세를 낸 것이다.

[연관 기사] [단독] 850억 증여세 현금 완납…건물 내부거래로 증여세 마련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38101

자료 : 영원무역
■ 오너 일가의 상속, 회사 가치는 변함없을까?

공시 다음 거래일 주가는 바로 7.8% 하락했고, 주주총회에서 배당정책이 확정된 3월 29일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에게 지배회사 YMSA 지분을 증여한 3월 31일에도 주가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에 대해 "지주사들은 회계상 연결 순이익과 개별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 차이가 커, 연결 기준을 유지하는 경우 배당 재원을 초과하는 차입이 필요할 수 있고,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배당정책 변경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작년 영원무역홀딩스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8,981억 원으로 2021년(4,468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거기에 작년 말에는 노스페이스 상표권을 가진 일본 골드윈과 2029년까지 상표권 계약을 연장하고, 지주사 내에 다른 브랜드를 출시할 수 없다는 '경업 금지' 조항까지 풀었다.

주가는 순풍을 맞았고, 배당에 대한 기대도 확실했다. 그런데 더는 노스페이스를 배당과 연결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주가가 내려간 것이다.

영원무역 측은 증여세 산정에 반영되는 주가는 증여 시점 전후 2개월로, 주총 이후 다시 주가가 회복돼 증여세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배당정책 변경이 결코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의미다.

배당 확정 며칠 후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패딩 등 겨울철 의류 주력인 노스페이스가 전통적으로 약세인 계절에 '깜짝 실적'을 낸 것이 내려간 주가를 다시 끌어 올렸다. 배당정책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1분기 실적까지 나왔으면 주가는 지금보다 더 높았고, 증여세 부담도 훨씬 컸을 것이다.

■그나저나, 영원무역 주주들에게 대구 건물이 필요할까?

'개인회사' YMSA의 부동산 매각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YMSA와 그 대표이사인 성래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무역 주주 입장에선 의문이 생긴다.

"당 지배회사는 국내 본사를 비롯하여 해외 현지법인 생산공장과 원자재 조달 회사,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 회사 등 총 67개의 동종 및 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로 구성된 글로벌 아웃도어 및 스포츠 기업입니다."

영원무역이 1분기 보고서에 쓴 사업의 개요다. 제조 OEM 사업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59%가,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 부문에서 36%, 기타부문에서 5%가 나오고 있다. 제조 OEM은 방글라데시, 베트남 지역의 공장을 운영해 세계 유명 의류브랜드에 물건을 납품한다. 가장 큰 고객사는 룰루레몬과 VFC(반스,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보유한 패션업체)인데, 최근에는 룰루레몬 주문량이 VFC를 앞질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돌연 올해 5월 대구 만촌동 역세권 20층 빌딩을 587억 원에 구매했다. 계약한 지 수개월 만에 잔금을 치를 정도로 거래는 빠르게 이뤄졌다고 한다. 사업의 본질과 무관한 투자를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집행한 것이다.

성래은 부회장이 증여세 850억여 원 대부분을 YMSA로부터 빌려 낸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영원무역과 YMSA 어느 쪽이 급했던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영원무역 측은 KBS 보도가 나오자 지난 2일 "'부동산 임대업'을 사업의 하나로 영위하는 영원무역에 YMSA 보유 부동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영원무역 측은 "YMSA와 영원무역은 각자 독립된 외부 회계법인(감정평가법인)과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매각 조건은 관련 법규에 따라 양측이 협의해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금액을 평균해 산정했다"며 "계열사 간 거래에 따른 이사회 결의 등 절차를 거쳐 거래했다"고 했다

■영원무역그룹 주주는 밤에 잠이 잘 올까?

"대한민국에 2,300여 개 상장사가 있는데 주주들이 '영원 주식을 갖고 있으면 밤에 잠이 잘 온다'는 말을 듣는 게 경영자로서의 바람이다"

성래은 부회장이 지난 6월 국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YMSA의 지분 일부를 증여받으면서 2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본격적인 승계작업이 시작될 텐데, 주주들은 벌써 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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