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아파트’ 붕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도” 현장 노동자들의 경고

입력 2023.08.09 (15:18) 수정 2023.08.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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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LH 발주 아파트에서 추가로 철근 누락 사실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오늘(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국회 토론회에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석해 본인들이 직접 겪은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굳은 불량 레미콘, 그냥 타설한다"

레미콘 노동자로 30년 동안 일해온 김봉현 씨는 "원청에선 불량 레미콘이 발견돼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현장은 불량 레미콘 타설로 타설 부위에서 골재 분리 현상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면 미장을 덧칠해서 눈가림을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김 씨는 불량 콘크리트가 발생할 3가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레미콘 생산 원가를 줄여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고의로 배합을 변경해서 불량 레미콘을 생산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레미콘 생산부터 타설까지 하절기에는 90분, 동절기에는 120분 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2~3시간씩 타설하면서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레미콘이 안에서 굳어서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굳어서 떨어지는데 폐기 처분하지 않고 그냥 타설한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건설노조 조합원이 아닌 레미콘 기사들이 현장 관리자에 폐기 처분을 요구하면 무시하거나, 기사가 소속된 레미콘 공장에 전화해서 물량 배정된 것을 끊어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 "무량판 구조, 건설사 이윤 대폭 늘려주지만 안전성은 취약"

17년째 철근 노동자로 일해온 한경진 씨는 최근 붕괴사고가 발생한 단지에 적용돼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와 관련해 "건설사의 이윤을 대폭 늘려주는 공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씨는 "무량판 구조는 '기둥→보→천장'이 아닌 '기둥→천장'으로만 시공하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들고 공사 기간이 단축되고 층간 간격이 줄어 더 많은 층을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좋은 공법이라고 많이 적용하고 있지만, 건물의 안전성은 취약하다는 걸 검단 아파트 사고가 보여줬다"며 "보가 빠지면 기둥이 다 감당을 해야 하는데 이 공법이 과연 안전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골조 공정 과정에서 인건비가 적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이 높고, 감리가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 심상정 "불법 다단계 하도급 원천 차단해야"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건설현장의 다양한 사고를 접함으로써 거듭 확인한 것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며 "정부가 건설 노동자를 '건폭' 몰이 하고 핵심인 불법 하도급 다단계 구조 개혁은 손도 안 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지급제는 비용을 하청노동자에 직접 지불하고 그 기록이 시스템에 남아 불법 하도급을 원천 차단하고 임금체불을 막을 수 있는 핵심 제도"라며 "정부에서도 추진을 검토한다고 했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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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8-09 15: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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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LH 발주 아파트에서 추가로 철근 누락 사실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런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오늘(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 주최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국회 토론회에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참석해 본인들이 직접 겪은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굳은 불량 레미콘, 그냥 타설한다"

레미콘 노동자로 30년 동안 일해온 김봉현 씨는 "원청에선 불량 레미콘이 발견돼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현장은 불량 레미콘 타설로 타설 부위에서 골재 분리 현상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면 미장을 덧칠해서 눈가림을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김 씨는 불량 콘크리트가 발생할 3가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레미콘 생산 원가를 줄여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고의로 배합을 변경해서 불량 레미콘을 생산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레미콘 생산부터 타설까지 하절기에는 90분, 동절기에는 120분 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2~3시간씩 타설하면서 대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레미콘이 안에서 굳어서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굳어서 떨어지는데 폐기 처분하지 않고 그냥 타설한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건설노조 조합원이 아닌 레미콘 기사들이 현장 관리자에 폐기 처분을 요구하면 무시하거나, 기사가 소속된 레미콘 공장에 전화해서 물량 배정된 것을 끊어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 "무량판 구조, 건설사 이윤 대폭 늘려주지만 안전성은 취약"

17년째 철근 노동자로 일해온 한경진 씨는 최근 붕괴사고가 발생한 단지에 적용돼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와 관련해 "건설사의 이윤을 대폭 늘려주는 공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씨는 "무량판 구조는 '기둥→보→천장'이 아닌 '기둥→천장'으로만 시공하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들고 공사 기간이 단축되고 층간 간격이 줄어 더 많은 층을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좋은 공법이라고 많이 적용하고 있지만, 건물의 안전성은 취약하다는 걸 검단 아파트 사고가 보여줬다"며 "보가 빠지면 기둥이 다 감당을 해야 하는데 이 공법이 과연 안전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골조 공정 과정에서 인건비가 적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이 높고, 감리가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 심상정 "불법 다단계 하도급 원천 차단해야"

심상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건설현장의 다양한 사고를 접함으로써 거듭 확인한 것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라며 "정부가 건설 노동자를 '건폭' 몰이 하고 핵심인 불법 하도급 다단계 구조 개혁은 손도 안 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지급제는 비용을 하청노동자에 직접 지불하고 그 기록이 시스템에 남아 불법 하도급을 원천 차단하고 임금체불을 막을 수 있는 핵심 제도"라며 "정부에서도 추진을 검토한다고 했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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