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아시아 쉰들러’ 목사의 두 얼굴…피해자들이 나선 이유는?

입력 2023.08.09 (18:31) 수정 2023.08.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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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넘게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와 '아시아의 쉰들러'로 불려온 목사가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KBS가 단독으로 전해드렸죠.

성폭력 피해를 입은 탈북 여성들을 도운 일로 외신에 여러 차례 소개된 인물이라 충격이 컸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최민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이 사건을 아직 모르는 분들도 계실테니까 먼저 사건 개요부터 설명해 주실까요?

[기자]

네, A 목사는 20년 넘게 북한 주민 천여 명의 탈북을 지원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은 인물입니다.

2009년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이 A 목사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를 있었다며 최근 목사를 경찰에 고소한 겁니다.

[앵커]

피해자는 어느 정도 있고,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총 8명입니다.

연령대는 피해 당시를 기준으로,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A 목사가 부적절하게, 또 수시로, 몸을 만졌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소 2018년부터 이런 일이 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B 양/음성변조 : "침대에 걸터앉아서, (침대) 커튼 안쪽으로 손 넣고, 가슴이랑 배 쪽 만지고 언니도 계속 배 만지고, 그러고 애들한테도 막 속옷에 손 넣고 가슴 만지고 그런 게 있었어요."]

[앵커]

주로 어떤 상황에서 이런 성추행 피해를 당한 건가요?

[기자]

범행 장소가 눈에 띄는데요.

기숙형 대안학교를 운영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여학생 기숙사에서 여러차례 추행이 있었던 걸로 파악됩니다.

피해자들은 새벽 예배가 끝난 시간이나 몸이 좋지 않아 방에서 혼자 쉬고 있을 때, A 목사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기숙사는 학생들이 휴식을 하는 공간일텐데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범행이 이뤄진 거군요.

[기자]

네, 기숙사가 그다지 안전한 구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한 교사는 기숙사에 사감이 없었고 외부인 출입도 쉬운 구조라, 자신이 기숙사 사감을 자처하며 추가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할 수 있던 건 방문을 걸어 잠그거나, 화장실로 도망쳐서 A 목사를 잠시 피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앵커]

이런 일이 아까 최소 2018년부터 일어난 걸로 경찰이 파악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들은 길게는 5년 동안 이런 일을 당해오다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게 된 건데요.

이렇게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D 양/음성변조 : "저는 ○○까지 그런다는 말에 너무나 충격받고, 그러면 계속 이대로 있으면 더 심하게 애들이 그렇게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말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한국의 문화가 낯설어 처음엔 A 목사의 추행이 문제 행동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고요.

문제라고 깨달은 뒤에도 경제적 어려움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A 목사와 등을 지고 학교를 떠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A 목사는, 경제적 지원이나 유학 얘기를 하면서 문제제기를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의문은, 성추행이 일어난 공간이 학교였는데, 교사들은 어땠나요?

[기자]

교사들도 피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안에서 A 목사가 워낙 영향력이 큰 존재여서 문제제기가 어려웠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들은 학교 관계자에게 사정을 털어놨지만 "변하는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숙사 사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고, 앞서 말씀드린 교사도 동료들에게 A 목사의 문제를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주변에선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대신 사랑을 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목사를 감쌌다고 합니다.

[앵커]

A 목사는 지금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A 목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피해 학생들의 고소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또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데 관련자가 아이들이라 조심스럽다고만 입장을 짧게 전해왔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경찰 수사 상황 짚어주시죠.

[기자]

네, 경찰은 일단 행사 때문에 해외 출국을 계획 중이었던 A 목사를 출국금지 했습니다.

또 기숙형 대안학교 등에서 압수한 CCTV 자료 등을 분석하면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직 나서지 못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A 목사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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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9 18:31:48
    • 수정2023-08-09 18: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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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넘게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와 '아시아의 쉰들러'로 불려온 목사가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KBS가 단독으로 전해드렸죠.

성폭력 피해를 입은 탈북 여성들을 도운 일로 외신에 여러 차례 소개된 인물이라 충격이 컸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사회부 최민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이 사건을 아직 모르는 분들도 계실테니까 먼저 사건 개요부터 설명해 주실까요?

[기자]

네, A 목사는 20년 넘게 북한 주민 천여 명의 탈북을 지원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은 인물입니다.

2009년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이 A 목사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를 있었다며 최근 목사를 경찰에 고소한 겁니다.

[앵커]

피해자는 어느 정도 있고,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총 8명입니다.

연령대는 피해 당시를 기준으로,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A 목사가 부적절하게, 또 수시로, 몸을 만졌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최소 2018년부터 이런 일이 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B 양/음성변조 : "침대에 걸터앉아서, (침대) 커튼 안쪽으로 손 넣고, 가슴이랑 배 쪽 만지고 언니도 계속 배 만지고, 그러고 애들한테도 막 속옷에 손 넣고 가슴 만지고 그런 게 있었어요."]

[앵커]

주로 어떤 상황에서 이런 성추행 피해를 당한 건가요?

[기자]

범행 장소가 눈에 띄는데요.

기숙형 대안학교를 운영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여학생 기숙사에서 여러차례 추행이 있었던 걸로 파악됩니다.

피해자들은 새벽 예배가 끝난 시간이나 몸이 좋지 않아 방에서 혼자 쉬고 있을 때, A 목사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기숙사는 학생들이 휴식을 하는 공간일텐데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에서 범행이 이뤄진 거군요.

[기자]

네, 기숙사가 그다지 안전한 구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한 교사는 기숙사에 사감이 없었고 외부인 출입도 쉬운 구조라, 자신이 기숙사 사감을 자처하며 추가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할 수 있던 건 방문을 걸어 잠그거나, 화장실로 도망쳐서 A 목사를 잠시 피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앵커]

이런 일이 아까 최소 2018년부터 일어난 걸로 경찰이 파악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피해자들은 길게는 5년 동안 이런 일을 당해오다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게 된 건데요.

이렇게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D 양/음성변조 : "저는 ○○까지 그런다는 말에 너무나 충격받고, 그러면 계속 이대로 있으면 더 심하게 애들이 그렇게 당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말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한국의 문화가 낯설어 처음엔 A 목사의 추행이 문제 행동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고요.

문제라고 깨달은 뒤에도 경제적 어려움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A 목사와 등을 지고 학교를 떠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A 목사는, 경제적 지원이나 유학 얘기를 하면서 문제제기를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앵커]

또 한 가지 의문은, 성추행이 일어난 공간이 학교였는데, 교사들은 어땠나요?

[기자]

교사들도 피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안에서 A 목사가 워낙 영향력이 큰 존재여서 문제제기가 어려웠던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일부 피해자들은 학교 관계자에게 사정을 털어놨지만 "변하는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숙사 사감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고, 앞서 말씀드린 교사도 동료들에게 A 목사의 문제를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주변에선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대신 사랑을 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목사를 감쌌다고 합니다.

[앵커]

A 목사는 지금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A 목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피해 학생들의 고소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또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데 관련자가 아이들이라 조심스럽다고만 입장을 짧게 전해왔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경찰 수사 상황 짚어주시죠.

[기자]

네, 경찰은 일단 행사 때문에 해외 출국을 계획 중이었던 A 목사를 출국금지 했습니다.

또 기숙형 대안학교 등에서 압수한 CCTV 자료 등을 분석하면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직 나서지 못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A 목사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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