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치인은 왜 비호감인가?”…혁신위가 던진 질문들

입력 2023.08.1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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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혁신위, 최악의 혁신안" (호남권 비명계 의원)
"혁신안은 민주당의 시대정신" (수도권 친명계 의원)

더불어민주당에 폭탄이 터졌습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던진 혁신안 폭탄이 곧 '말폭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여당과 야당, 친명과 비명, 다선과 초선, 원내와 원외, 원로와 청년...다양한 집단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대의원제 무력화와 현역의원 공천 시 감점 규정 강화로 요약되는 혁신안을 두고 주말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제1야당이 국민을 향해 혁신을 운운하며 내세웠던 ‘불량 혁신위’는 대국민 사기 행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

민주당 내부에선 혁신안을 이행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을 이행해주세요'라는 청원이 12일 오후 3시 기준 이틀 만에 3만 6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당 지도부가 반응을 내놔야 합니다.

■ 혁신안 두고 '말 폭탄'...혁신안 내용에 대한 논의는 찾기 어려워

이렇게 혁신안을 두고 격렬한 반응들이 오가고 있지만, 정작 혁신안의 내용을 들여다 봤는 지는 의문입니다. 대의원제 무력화와 이른바 '올드보이' 용퇴론을 두고는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의 발언이 쏟아졌지만, 정작 혁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혁신위가 자초한 논란 탓에 혁신안의 내용이 모조리 부정되는 상황처럼 비쳐집니다. 다만, 논란에 가려진 내용 중에는 충분히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선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대목들도 눈에 띕니다.

■ 당 이미지 나빠진 이유...무당층 '비리 의혹' vs 지지층 '정부 견제 미흡'

'지난 1년, 더불어민주당 이미지는?'이라는 설문을 보면 '인식이 나빠졌거나 나빠졌을 것'이라고 응답한 당직자와 보좌진이 57.3%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무당층이 44.7%, 당원이 37.2%, 민주당 지지층이 25.5%로 나타났습니다. 인식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당직자·보좌진, 무당층이 모두 '거듭된 비리 의혹'을 꼽았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은 나란히 '정부 견제 등 야당 역할 미흡'을 택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식구'들이 돈봉투와 가상자산 의혹 등으로 불거진 '비리 의혹'을 가장 큰 위기로 느끼는 걸로 풀이됩니다. 이는 무당층의 인식과도 비슷합니다. 김은경 혁신위도 설명 자료에 "무당층 유권자에게 '비리 의혹'은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당 차원의 사전대응/사후대응에 변화 필요"라고 적어놨습니다.

■ 민주당 정치인, 왜 비호감?...밖에선 '무능', 안에선 '위선' 꼽았다

'민주당 정치인 비호감 이유'를 묻는 결과도 나와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당원 모두 '무능'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당직자와 보좌진은 '위선'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밖에서는 무능해 보이는 게 문제지만, 안에서는 위선적인 면이 가장 문제로 인식되는 겁니다.

민주당 당원의 온라인 문화를 묻는 설문도 있었습니다. 적시돼 있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온라인 활동을 겨냥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 대목에선 민주당 당원과 당 지지층은 70% 내외로 바람직하거나,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무당층과 당직자-보좌진은 40% 정도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혁신위의 결론도 "무당층의 시선에서 민주당의 온라인 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 대안 마련 필요"라고 돼 있습니다.

혁신위는 일반 국민 3,000명, 민주당 권리당원 2,000명, 민주당 당직자·보좌진 708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는 앰브레인퍼블릭이
지난 6~7일, 권리당원 및 당직자·보좌진 설문조사는 티브릿지가 지난 2~5일 실시했습니다. 오차범위는 세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일반 국민 조사는 ±1.79%포인트, 권리당원 조사는 ±2.2%포인트, 당직자·보좌진 조사는 ±2.8%포인트였습니다.


■ 혁신위가 남긴 질문들...대답은 이제 민주당의 몫

혁신위가 던진 혁신안 폭탄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이제 민주당의 몫, 더 좁혀서 얘기하면, 이재명 대표의 몫입니다. 민주당 혁신안은 이달 말 의원 워크숍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지만, 일단 오는 16일 예정된 당 의원총회가 성토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의원들 상당수는 8월 초에 국회가 열리지 않아 의원총회도 개최되지 않은 게 다행인 줄 알아야 한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혁신위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들, '민주당 정치인은 왜 비호감인가', '민주당 이미지는 왜 1년 동안 나빠졌는가', '민주당 온라인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등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수 있을까요? 민주당이 혁신위를 출범시킬 때의 절박한 심정을 한 번이라도 돌아본다면 혁신위가 던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지도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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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정치인은 왜 비호감인가?”…혁신위가 던진 질문들
    • 입력 2023-08-12 1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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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혁신위, 최악의 혁신안" (호남권 비명계 의원)
"혁신안은 민주당의 시대정신" (수도권 친명계 의원)

더불어민주당에 폭탄이 터졌습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던진 혁신안 폭탄이 곧 '말폭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여당과 야당, 친명과 비명, 다선과 초선, 원내와 원외, 원로와 청년...다양한 집단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대의원제 무력화와 현역의원 공천 시 감점 규정 강화로 요약되는 혁신안을 두고 주말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제1야당이 국민을 향해 혁신을 운운하며 내세웠던 ‘불량 혁신위’는 대국민 사기 행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
민주당 내부에선 혁신안을 이행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는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을 이행해주세요'라는 청원이 12일 오후 3시 기준 이틀 만에 3만 6천여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당 지도부가 반응을 내놔야 합니다.

■ 혁신안 두고 '말 폭탄'...혁신안 내용에 대한 논의는 찾기 어려워

이렇게 혁신안을 두고 격렬한 반응들이 오가고 있지만, 정작 혁신안의 내용을 들여다 봤는 지는 의문입니다. 대의원제 무력화와 이른바 '올드보이' 용퇴론을 두고는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의 발언이 쏟아졌지만, 정작 혁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혁신위가 자초한 논란 탓에 혁신안의 내용이 모조리 부정되는 상황처럼 비쳐집니다. 다만, 논란에 가려진 내용 중에는 충분히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입장에선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대목들도 눈에 띕니다.

■ 당 이미지 나빠진 이유...무당층 '비리 의혹' vs 지지층 '정부 견제 미흡'

'지난 1년, 더불어민주당 이미지는?'이라는 설문을 보면 '인식이 나빠졌거나 나빠졌을 것'이라고 응답한 당직자와 보좌진이 57.3%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무당층이 44.7%, 당원이 37.2%, 민주당 지지층이 25.5%로 나타났습니다. 인식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당직자·보좌진, 무당층이 모두 '거듭된 비리 의혹'을 꼽았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과 당원은 나란히 '정부 견제 등 야당 역할 미흡'을 택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식구'들이 돈봉투와 가상자산 의혹 등으로 불거진 '비리 의혹'을 가장 큰 위기로 느끼는 걸로 풀이됩니다. 이는 무당층의 인식과도 비슷합니다. 김은경 혁신위도 설명 자료에 "무당층 유권자에게 '비리 의혹'은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당 차원의 사전대응/사후대응에 변화 필요"라고 적어놨습니다.

■ 민주당 정치인, 왜 비호감?...밖에선 '무능', 안에선 '위선' 꼽았다

'민주당 정치인 비호감 이유'를 묻는 결과도 나와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당원 모두 '무능'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당직자와 보좌진은 '위선'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밖에서는 무능해 보이는 게 문제지만, 안에서는 위선적인 면이 가장 문제로 인식되는 겁니다.

민주당 당원의 온라인 문화를 묻는 설문도 있었습니다. 적시돼 있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온라인 활동을 겨냥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 대목에선 민주당 당원과 당 지지층은 70% 내외로 바람직하거나, 일부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무당층과 당직자-보좌진은 40% 정도가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혁신위의 결론도 "무당층의 시선에서 민주당의 온라인 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 대안 마련 필요"라고 돼 있습니다.

혁신위는 일반 국민 3,000명, 민주당 권리당원 2,000명, 민주당 당직자·보좌진 708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는 앰브레인퍼블릭이
지난 6~7일, 권리당원 및 당직자·보좌진 설문조사는 티브릿지가 지난 2~5일 실시했습니다. 오차범위는 세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일반 국민 조사는 ±1.79%포인트, 권리당원 조사는 ±2.2%포인트, 당직자·보좌진 조사는 ±2.8%포인트였습니다.


■ 혁신위가 남긴 질문들...대답은 이제 민주당의 몫

혁신위가 던진 혁신안 폭탄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이제 민주당의 몫, 더 좁혀서 얘기하면, 이재명 대표의 몫입니다. 민주당 혁신안은 이달 말 의원 워크숍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지만, 일단 오는 16일 예정된 당 의원총회가 성토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의원들 상당수는 8월 초에 국회가 열리지 않아 의원총회도 개최되지 않은 게 다행인 줄 알아야 한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혁신위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들, '민주당 정치인은 왜 비호감인가', '민주당 이미지는 왜 1년 동안 나빠졌는가', '민주당 온라인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등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수 있을까요? 민주당이 혁신위를 출범시킬 때의 절박한 심정을 한 번이라도 돌아본다면 혁신위가 던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지도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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