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아닌 게”…교육공무직은 감정 쓰레기통인가요?
입력 2023.08.17 (07:00)
수정 2023.08.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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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정황이 없었는데도, 사건의 파장은 컸습니다. 해당 교사가 그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간 쌓여온 '교권 침해 문제' 논의에 본격적인 방아쇠가 당겨진 겁니다.
바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입니다.
'학부모 갑질'을 둘러싼 경찰 수사와 별개로 교육부도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교권을 회복할 방안을 찾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인 지난 14일,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끈 건 단연 학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이었습니다. 학교 민원 창구를 일원화해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직접 민원 전화를 받는 상황을 막겠다는 겁니다.
■"하루에도 민원 전화 수십 통"…공무직은 감정 쓰레기통?
그런데 이런 '보호막'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습니다. '교육공무직'이라 불리는 등 학교 비정규직들입니다.
당사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는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교사 보호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 '악성 민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 또 다른 노동자인 교육공무직을 민원인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시키는 대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교육부가 교육공무직을 포함한 민원대응팀을 구성해 악성민원을 전담토록 한다는 대책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시안이라고 하지만 교육공무직 입장에선 우려가 큽니다. 교육공무직도 이미 악성민원의 피해자입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양윤숙 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일합니다.
교무실무사는 학교 업무 가운데 수업과는 거리가 있는, 각종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교무실로 걸려오는 학부모 민원 전화는 대부분 교무실무사가 응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이나 폭언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학부모들이 다짜고짜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화를 내고 전화를 해요. 화난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는 사람은 교무실무사거든요.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해서 막 얘기를 하세요.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답을 저희가 하잖아요. 그러면 "당신 공무원이야? 비정규직이야? 너 어떤 사람이야?" 이렇게 묻는 학부모도 있어요." - 교무실무사 양윤숙 |
■ "마음에 안 든다고 교체 요구…교육공무직 보호 방안도 필요"
초등학교 특수교육지도사 이현주 씨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한 학부모가 타당한 이유 없이 이 씨가 학생을 괴롭힌다며 민원을 제기한 겁니다.
"코로나 시기였는데, 마스크를 계속 안 쓰고 거부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특수교사와 저는 단호하게 아이한테 마스크를 쓰라고 얘기했는데, 어머니가 '지도사가 마스크 쓰라고 우리 아이를 괴롭힌다'고 학교에 민원을 넣었어요." - 특수교육지도사 이현주 |
이 씨는 '학부모 입김'에 특수교육지도사가 교체되는 황당한 일도 목격했다고 합니다.
"특수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때리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이 학생을 붙잡아서 자리에 앉혀서 진정시켰는데, 학부모가 아동학대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학부모는 지도사 교체를 요구했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전보를 가는 상황이 있었어요." -특수교육지도사 이현주 |
■ "교육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발표할 것"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이 교사만을 위한 대책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교육공무직 단체는 집단 행동을 예고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오늘(17일) '교육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어제(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교육공무직을 악성 민원 욕받이로 내몬다"고 규탄했습니다.
교무실무사 양윤숙 씨는 민원 응대인을 대하는 학부모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안내 멘트' 도입을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교육공무직은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가장 후선에서 지원하는 노동자거든요. 고객센터 전화하면 들리는 안내 멘트 있잖아요. 노동자 보호해달라는 안내 멘트요. 그런 걸 의무적으로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나 민원인들이 전화했을 때 들을 수 있게요." - 교무실무사 양윤숙 |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애쓰는 건 교사와 교육공무직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 학생들을 위해 힘쓰는 교육공무직을 보호할 대책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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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도 아닌 게”…교육공무직은 감정 쓰레기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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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8-17 07:00:13
- 수정2023-08-17 15:51:52
지난달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정황이 없었는데도, 사건의 파장은 컸습니다. 해당 교사가 그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간 쌓여온 '교권 침해 문제' 논의에 본격적인 방아쇠가 당겨진 겁니다.
바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입니다.
'학부모 갑질'을 둘러싼 경찰 수사와 별개로 교육부도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교권을 회복할 방안을 찾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인 지난 14일,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끈 건 단연 학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이었습니다. 학교 민원 창구를 일원화해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직접 민원 전화를 받는 상황을 막겠다는 겁니다.
■"하루에도 민원 전화 수십 통"…공무직은 감정 쓰레기통?
그런데 이런 '보호막'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습니다. '교육공무직'이라 불리는 등 학교 비정규직들입니다.
당사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는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교사 보호를 위한 임시방편일 뿐, '악성 민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 또 다른 노동자인 교육공무직을 민원인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시키는 대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교육부가 교육공무직을 포함한 민원대응팀을 구성해 악성민원을 전담토록 한다는 대책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시안이라고 하지만 교육공무직 입장에선 우려가 큽니다. 교육공무직도 이미 악성민원의 피해자입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양윤숙 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일합니다.
교무실무사는 학교 업무 가운데 수업과는 거리가 있는, 각종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교무실로 걸려오는 학부모 민원 전화는 대부분 교무실무사가 응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이나 폭언에 가장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학부모들이 다짜고짜 마음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화를 내고 전화를 해요. 화난 민원인들의 전화를 받는 사람은 교무실무사거든요.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해서 막 얘기를 하세요.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답을 저희가 하잖아요. 그러면 "당신 공무원이야? 비정규직이야? 너 어떤 사람이야?" 이렇게 묻는 학부모도 있어요." - 교무실무사 양윤숙 |
■ "마음에 안 든다고 교체 요구…교육공무직 보호 방안도 필요"
초등학교 특수교육지도사 이현주 씨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한 학부모가 타당한 이유 없이 이 씨가 학생을 괴롭힌다며 민원을 제기한 겁니다.
"코로나 시기였는데, 마스크를 계속 안 쓰고 거부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특수교사와 저는 단호하게 아이한테 마스크를 쓰라고 얘기했는데, 어머니가 '지도사가 마스크 쓰라고 우리 아이를 괴롭힌다'고 학교에 민원을 넣었어요." - 특수교육지도사 이현주 |
이 씨는 '학부모 입김'에 특수교육지도사가 교체되는 황당한 일도 목격했다고 합니다.
"특수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때리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특수교육지도사 선생님이 학생을 붙잡아서 자리에 앉혀서 진정시켰는데, 학부모가 아동학대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학부모는 지도사 교체를 요구했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전보를 가는 상황이 있었어요." -특수교육지도사 이현주 |
■ "교육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발표할 것"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이 교사만을 위한 대책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교육공무직 단체는 집단 행동을 예고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오늘(17일) '교육공무직 악성민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어제(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교육공무직을 악성 민원 욕받이로 내몬다"고 규탄했습니다.
교무실무사 양윤숙 씨는 민원 응대인을 대하는 학부모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안내 멘트' 도입을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교육공무직은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가장 후선에서 지원하는 노동자거든요. 고객센터 전화하면 들리는 안내 멘트 있잖아요. 노동자 보호해달라는 안내 멘트요. 그런 걸 의무적으로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나 민원인들이 전화했을 때 들을 수 있게요." - 교무실무사 양윤숙 |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해 애쓰는 건 교사와 교육공무직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 학생들을 위해 힘쓰는 교육공무직을 보호할 대책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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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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