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61년 만에 전달된 ‘헤이그 특사’ 이위종의 훈장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8.17 (08:00) 수정 2023.08.17 (11: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위종 선생은 헤이그에서 일제의 방해를 무릅쓰고 일제 침략의 실상과 조선독립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1910년 국치를 당하자 러시아에서 자결한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했다.이위종 선생은 헤이그에서 일제의 방해를 무릅쓰고 일제 침략의 실상과 조선독립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1910년 국치를 당하자 러시아에서 자결한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국민을 대표해서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대한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명예를 이어가겠습니다." (류드밀라 예피모바 / 이위종 선생 외손녀)

15일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열린 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특별한 순서가 있었습니다. '헤이그 특사 3인' 중 한 명인 이위종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자 훈장 전수식이었습니다.

■ 헤이그 특사 이위종... 조국 독립을 전 세계에 외치다

이위종 선생(1887~?) 은 초대 주러시아 공사를 지낸 이범진 선생(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자결 순국) 의 둘째 아들로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6개 외국어에 능통했습니다.

주러 공사관 참사관이었는데,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러시아공사관이 폐쇄된 후에도 부친과 함께 러시아에 남아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벌였습니다.

1907년 이위종 선생은 고종황제의 밀명을 받았습니다.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이준, 이상설 선생과 함께 특사로 파견된 것입니다.

만국평화회의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일제 침략을 규탄하고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알리는 임무였습니다.

일본의 감시를 뚫고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로로 헤이그에 도착했지만, 특사들은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이위종 선생은 만국기자협회에서 프랑스어로 '한국을 위한 호소'라는 연설을 했습니다. 조국의 독립에 대한 세계인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일본은 이에 종신형을 선고하고 체포령을 내렸지만, 선생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의병을 조직하는 등 독립운동을 활발히 전개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위종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습니다.

61년 만에 후손에게 전수된 건국훈장

훈장은 61년 만에 선생의 외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 씨에게 전수됐습니다. 예피모바 씨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감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이위종 선생과 이범진 선생의 직계 후손으로서 할아버지들의 위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한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명예를 이어가겠습니다."

8월 15일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위종 지사 훈장 전수식이 있었다. 오른쪽부터 이위종 지사의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 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 이도훈 주러 대사.8월 15일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위종 지사 훈장 전수식이 있었다. 오른쪽부터 이위종 지사의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 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 이도훈 주러 대사.

전수식에는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 씨도 참석했습니다. ( 피스쿨로바 씨는 전 모스크바 국립대 교수로 20세기 초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역사적인 조국입니다. 대한민국이 부강국가가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독립운동을 하신 우리의 영웅적인 선조들도 오늘날의 한국을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61년 만에 훈장 전수가 이뤄진 데 대해 대사관은 후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그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피스쿨로바 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990년 이전에는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아 러시아에 있던 우리를 정부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범진 할아버지의 후손을 찾았지만 이위종 할아버지의 직계 후손은 아니었습니다. 주러 대사관과 보훈부의 도움으로 직계 후손인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훈장을 받게 됐습니다.
이제 훈장은 우리 가족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후손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한 할아버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부는 지난 1949년 독립 유공자 포상을 시작한 이래 올해 3·1절까지, 1만 7,700여 명에게 건국훈장 등 포상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약 40%는 여전히 보훈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본인이나 후손에게 직접 전하는 게 원칙인데 후손을 찾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전수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기 위해 국가보훈부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록원, 국사편찬위원회 등과 협조를 통해 역추적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6·25전쟁 등을 거치며 호적 등 관련 서류가 많이 사라졌고,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끝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과 함께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 찾기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러시아에서 61년 만에 전달된 ‘헤이그 특사’ 이위종의 훈장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8-17 08:00:28
    • 수정2023-08-17 11:22:21
    글로벌K
이위종 선생은 헤이그에서 일제의 방해를 무릅쓰고 일제 침략의 실상과 조선독립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1910년 국치를 당하자 러시아에서 자결한 부친의 장례를 치르고,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국민을 대표해서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대한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명예를 이어가겠습니다." (류드밀라 예피모바 / 이위종 선생 외손녀)

15일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열린 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특별한 순서가 있었습니다. '헤이그 특사 3인' 중 한 명인 이위종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자 훈장 전수식이었습니다.

■ 헤이그 특사 이위종... 조국 독립을 전 세계에 외치다

이위종 선생(1887~?) 은 초대 주러시아 공사를 지낸 이범진 선생(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자결 순국) 의 둘째 아들로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6개 외국어에 능통했습니다.

주러 공사관 참사관이었는데,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러시아공사관이 폐쇄된 후에도 부친과 함께 러시아에 남아 독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벌였습니다.

1907년 이위종 선생은 고종황제의 밀명을 받았습니다.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이준, 이상설 선생과 함께 특사로 파견된 것입니다.

만국평화회의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일제 침략을 규탄하고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알리는 임무였습니다.

일본의 감시를 뚫고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로로 헤이그에 도착했지만, 특사들은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이위종 선생은 만국기자협회에서 프랑스어로 '한국을 위한 호소'라는 연설을 했습니다. 조국의 독립에 대한 세계인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일본은 이에 종신형을 선고하고 체포령을 내렸지만, 선생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의병을 조직하는 등 독립운동을 활발히 전개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위종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습니다.

61년 만에 후손에게 전수된 건국훈장

훈장은 61년 만에 선생의 외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 씨에게 전수됐습니다. 예피모바 씨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감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이위종 선생과 이범진 선생의 직계 후손으로서 할아버지들의 위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대한독립투사의 후손이라는 명예를 이어가겠습니다."

8월 15일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위종 지사 훈장 전수식이 있었다. 오른쪽부터 이위종 지사의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 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 이도훈 주러 대사.
전수식에는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 씨도 참석했습니다. ( 피스쿨로바 씨는 전 모스크바 국립대 교수로 20세기 초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역사적인 조국입니다. 대한민국이 부강국가가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독립운동을 하신 우리의 영웅적인 선조들도 오늘날의 한국을 보고 기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61년 만에 훈장 전수가 이뤄진 데 대해 대사관은 후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그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피스쿨로바 씨는 KBS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990년 이전에는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아 러시아에 있던 우리를 정부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범진 할아버지의 후손을 찾았지만 이위종 할아버지의 직계 후손은 아니었습니다. 주러 대사관과 보훈부의 도움으로 직계 후손인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훈장을 받게 됐습니다.
이제 훈장은 우리 가족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후손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한 할아버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부는 지난 1949년 독립 유공자 포상을 시작한 이래 올해 3·1절까지, 1만 7,700여 명에게 건국훈장 등 포상을 수여했습니다. 하지만 약 40%는 여전히 보훈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본인이나 후손에게 직접 전하는 게 원칙인데 후손을 찾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전수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기 위해 국가보훈부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록원, 국사편찬위원회 등과 협조를 통해 역추적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6·25전쟁 등을 거치며 호적 등 관련 서류가 많이 사라졌고,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끝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과 함께 기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 찾기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