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2년, 여성들이 사라졌다…국제사회 선택은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8.17 (09:17) 수정 2023.08.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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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과 남부 칸다하르 등에서는 장갑차의 축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 2년째 되는 날을 축하하는 행진이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탈레반 깃발을 흔들며 거리로 몰려나왔고, 공식적으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구호품 받으려고 기다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AP)구호품 받으려고 기다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AP)

■ 탈레반 "이슬람 율법으로 나라 운영" …유엔 "여성 삶과 미래 바뀌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과 인터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시스템이 제자리를 잡아 샤리아, 즉 이슬람 율법에 의해 운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 간 누리지 못한 평화가 현재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탈레반 집권 2년 동안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삶과 권리, 미래가 바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변인이 언급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탈레반은 여성을 탄압하면서 모두 지우고 있습니다.

아프간 여성 축구팀, 2022년 9월 (AP)아프간 여성 축구팀, 2022년 9월 (AP)

지난 6월에는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용실 문을 닫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재집권 이후 미용실 외부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지울 것을 명령한 것으로 모자라 아예 폐업을 명령한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1년 8월 재집권과 동시에 여성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고, 놀이공원과 목욕탕 등의 출입도 금지했습니다. 남성 없이는 홀로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사회 대부분 분야에서 여성들 일자리도 제한했습니다.

특히 유엔 등의 비정부기구에서 여성들이 일하는 것도 금지시키면서 유엔과도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 같은 여성 일자리 제한은 현실과 앞뒤가 맞지 않아 혼란을 빚고 있습니다. 여성은 여성 의료인에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여성 의사와 간호사, 조산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 여성들이 유엔 등 비영리기구에서 일하지 못하게 되면서 구호품 지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2022년 5월 (AP)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2022년 5월 (AP)

■ "어린이 87만 5천여 명 심각한 영양실조"…"아동 노동도 심각"

지난 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사실상 국가 경제가 붕괴 수준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합법 정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고립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간 국민 대부분이 국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 노동이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성인과 아동 2,4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아동의 38.4%가 노동에 내몰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12.5%는 취업을 위해 아동을 해외로 이주시켰다고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굶주림도 심각해졌는데 아동 4명 가운데 3명은 1년 전보다 더 적게 먹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여성이 가장인 가정의 경우 한 달 중 열흘 이상 굶주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년 동안 여성 취업률이 20.5%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 87만 5천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증세를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교육권을 주장하며 시위 중인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2023년 8월 (AFP)교육권을 주장하며 시위 중인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2023년 8월 (AFP)

■ 탈레반 인정 국가 없어…아프간 여성 "우리 목소리는 외면하지 않기를"

탈레반의 이 같은 '마이웨이(My way)'에 국제사회의 외면도, 반감도,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습니다.

탈레반 정부는 국제적인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국에 특사를 보내고 있고, 외국 대표단 접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재집권 당시 약속과는 다르게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조치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국제사회 반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고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고립의 고통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정부가 국제사회 구호금 등으로 80% 이상의 정부 예산을 꾸려왔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아프간 경제 상황은 붕괴 직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말 탈레반 정권과 카타르 도하 등에서 공식적으로 만나 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탈레반을 인정한다거나 외교 정상화, 정통성 인정 등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미국의 고민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각국 대사들과 탈레반 대표단 만남, 카타르 도하 2023년 8월 (출처 : TOLOnews  SNS)각국 대사들과 탈레반 대표단 만남, 카타르 도하 2023년 8월 (출처 : TOLOnews SNS)

우리나라를 포함한 영국과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대사와 대표들도 카타르 도하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 등 탈레반 대표단과 이달 초 만남을 갖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간헐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가 탈레반을 외면해도 아프가니스탄 내 탄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외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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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2년, 여성들이 사라졌다…국제사회 선택은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8-17 09:17:07
    • 수정2023-08-17 0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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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과 남부 칸다하르 등에서는 장갑차의 축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 2년째 되는 날을 축하하는 행진이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탈레반 깃발을 흔들며 거리로 몰려나왔고, 공식적으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구호품 받으려고 기다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AP)
■ 탈레반 "이슬람 율법으로 나라 운영" …유엔 "여성 삶과 미래 바뀌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과 인터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시스템이 제자리를 잡아 샤리아, 즉 이슬람 율법에 의해 운영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 간 누리지 못한 평화가 현재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탈레반 집권 2년 동안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의 삶과 권리, 미래가 바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대변인이 언급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탈레반은 여성을 탄압하면서 모두 지우고 있습니다.

아프간 여성 축구팀, 2022년 9월 (AP)
지난 6월에는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용실 문을 닫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재집권 이후 미용실 외부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지울 것을 명령한 것으로 모자라 아예 폐업을 명령한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1년 8월 재집권과 동시에 여성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했고, 놀이공원과 목욕탕 등의 출입도 금지했습니다. 남성 없이는 홀로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사회 대부분 분야에서 여성들 일자리도 제한했습니다.

특히 유엔 등의 비정부기구에서 여성들이 일하는 것도 금지시키면서 유엔과도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 같은 여성 일자리 제한은 현실과 앞뒤가 맞지 않아 혼란을 빚고 있습니다. 여성은 여성 의료인에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여성 의사와 간호사, 조산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 여성들이 유엔 등 비영리기구에서 일하지 못하게 되면서 구호품 지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2022년 5월 (AP)
■ "어린이 87만 5천여 명 심각한 영양실조"…"아동 노동도 심각"

지난 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사실상 국가 경제가 붕괴 수준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합법 정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고립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간 국민 대부분이 국제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 노동이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아프가니스탄 성인과 아동 2,4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아동의 38.4%가 노동에 내몰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12.5%는 취업을 위해 아동을 해외로 이주시켰다고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굶주림도 심각해졌는데 아동 4명 가운데 3명은 1년 전보다 더 적게 먹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여성이 가장인 가정의 경우 한 달 중 열흘 이상 굶주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년 동안 여성 취업률이 20.5%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 87만 5천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증세를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교육권을 주장하며 시위 중인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2023년 8월 (AFP)
■ 탈레반 인정 국가 없어…아프간 여성 "우리 목소리는 외면하지 않기를"

탈레반의 이 같은 '마이웨이(My way)'에 국제사회의 외면도, 반감도,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습니다.

탈레반 정부는 국제적인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국에 특사를 보내고 있고, 외국 대표단 접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재집권 당시 약속과는 다르게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조치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국제사회 반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고민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고립의 고통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정부가 국제사회 구호금 등으로 80% 이상의 정부 예산을 꾸려왔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아프간 경제 상황은 붕괴 직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말 탈레반 정권과 카타르 도하 등에서 공식적으로 만나 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탈레반을 인정한다거나 외교 정상화, 정통성 인정 등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미국의 고민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각국 대사들과 탈레반 대표단 만남, 카타르 도하 2023년 8월 (출처 : TOLOnews  SNS)
우리나라를 포함한 영국과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대사와 대표들도 카타르 도하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 등 탈레반 대표단과 이달 초 만남을 갖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간헐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가 탈레반을 외면해도 아프가니스탄 내 탄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외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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