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예정지에 멸종위기종…‘대흥란’ 이식 가능할까? [주말엔]

입력 2023.08.19 (07:02) 수정 2023.08.1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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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노자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경남 거제시 노자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

■ 멸종위기종 '대흥란' 최대 서식지는 경남 거제 '노자산'

하얀 바탕의 꽃잎, 붉은 줄무늬가 선명한 꽃. 멸종위기종 2급인 '대흥란'입니다.
이 대흥란의 최대 서식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진 곳은 경남 거제시 최남단 해발 565m의 노자산입니다.
거제시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이 노자산 일대에 골프장을 포함하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맞춰 관광객을 거제시로 유입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이 노자산 일대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서식지가 많은 곳이라는 겁니다. 실제 환경부는 3년 전, 거제 남부관광단지 개발 예정지의 40% 가량을 '생태보전 1등급'으로 고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환경을 보전할 가치가 크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된 2017년부터 줄곧 이 노자산을 개발하느냐, 그대로 놔두느냐를 두고 지역에서는 찬반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거제 남부관광단지 예정지인 노자산 인근.거제 남부관광단지 예정지인 노자산 인근.

■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골프장 사업 추진 갈등

'노자산 지키기 시민행동'은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자산에는 멸종위기종인 '대흥란'과 '팔색조'·'거제외줄달팽이' 등이 서식하고 있어, 이곳을 원형 보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환경단체는 멸종위기 2급 '대흥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흥란'은 환경 변화에 민감해 다른 자생지로 이식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원형 보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흥란'의 국내 이식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잎이 없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균류가 만든 영양분을 먹고 사는 특성상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환경영향평가 업체, "전문 기관과 공동으로 '대흥란' 이식"

민간사업자의 의뢰를 받은 환경영향평가 업체는 최근 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통해 '대흥란'을 사업 예정지 밖으로 이식하고, 개체 수가 줄면 증식해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흥란'을 원형 보전하면 사실상 골프장 조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는 '대흥란' 증식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관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공동으로 이식 작업을 하겠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의 확인 결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관계자는 "대흥란 증식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식이 가능하냐"며, "그 누구도 '대흥란' 이식 가능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협업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사업자의 입맛에 맞게, 환경영향평가 보완서가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자산에 꽃을 피운 대흥란.노자산에 꽃을 피운 대흥란.

■ 반복되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논란

거제 남부관광단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돼왔습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 전략 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 승인을 쉽게 받기 위해 거짓으로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 건데요.

실제로 5년 전 진행된 이 사업의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으로 드러나, 해당 업체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업체마저도 개발사업 예정지에 '대흥란'이 90여 촉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환경단체와 시민 반발이 잇따르자, 지난달 경상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전문가 5명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사업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 7백여 촉과 거제외줄달팽이 20여 개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 공동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흥란'을 원형 보전할지, 아니면 이식에 동의할지에 대한 의견을 결정해 경상남도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의 최종 승인권자인 경상남도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의견을 받아들일 계획인데요. 이런 가운데 '노자산 지키기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서 거짓 작성으로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며, 환경영향평가 업체와 민간사업자 등을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거제 노자산의 '대흥란'이 계속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자치단체의 결정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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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 예정지에 멸종위기종…‘대흥란’ 이식 가능할까?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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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엔
경남 거제시 노자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
■ 멸종위기종 '대흥란' 최대 서식지는 경남 거제 '노자산'

하얀 바탕의 꽃잎, 붉은 줄무늬가 선명한 꽃. 멸종위기종 2급인 '대흥란'입니다.
이 대흥란의 최대 서식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진 곳은 경남 거제시 최남단 해발 565m의 노자산입니다.
거제시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이 노자산 일대에 골프장을 포함하는 '거제 남부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맞춰 관광객을 거제시로 유입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이 노자산 일대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서식지가 많은 곳이라는 겁니다. 실제 환경부는 3년 전, 거제 남부관광단지 개발 예정지의 40% 가량을 '생태보전 1등급'으로 고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환경을 보전할 가치가 크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추진된 2017년부터 줄곧 이 노자산을 개발하느냐, 그대로 놔두느냐를 두고 지역에서는 찬반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거제 남부관광단지 예정지인 노자산 인근.
■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골프장 사업 추진 갈등

'노자산 지키기 시민행동'은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자산에는 멸종위기종인 '대흥란'과 '팔색조'·'거제외줄달팽이' 등이 서식하고 있어, 이곳을 원형 보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환경단체는 멸종위기 2급 '대흥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흥란'은 환경 변화에 민감해 다른 자생지로 이식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원형 보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흥란'의 국내 이식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잎이 없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균류가 만든 영양분을 먹고 사는 특성상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환경영향평가 업체, "전문 기관과 공동으로 '대흥란' 이식"

민간사업자의 의뢰를 받은 환경영향평가 업체는 최근 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통해 '대흥란'을 사업 예정지 밖으로 이식하고, 개체 수가 줄면 증식해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흥란'을 원형 보전하면 사실상 골프장 조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는 '대흥란' 증식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관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공동으로 이식 작업을 하겠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의 확인 결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관계자는 "대흥란 증식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식이 가능하냐"며, "그 누구도 '대흥란' 이식 가능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협업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사업자의 입맛에 맞게, 환경영향평가 보완서가 엉터리로 작성됐다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자산에 꽃을 피운 대흥란.
■ 반복되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논란

거제 남부관광단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돼왔습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 전략 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 승인을 쉽게 받기 위해 거짓으로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 건데요.

실제로 5년 전 진행된 이 사업의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으로 드러나, 해당 업체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를 맡은 업체마저도 개발사업 예정지에 '대흥란'이 90여 촉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환경단체와 시민 반발이 잇따르자, 지난달 경상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전문가 5명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사업 예정지에서 멸종위기종 2급 대흥란 7백여 촉과 거제외줄달팽이 20여 개체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 공동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흥란'을 원형 보전할지, 아니면 이식에 동의할지에 대한 의견을 결정해 경상남도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의 최종 승인권자인 경상남도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의견을 받아들일 계획인데요. 이런 가운데 '노자산 지키기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서 거짓 작성으로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했다며, 환경영향평가 업체와 민간사업자 등을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거제 노자산의 '대흥란'이 계속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자치단체의 결정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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