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접경서 수상한 화물 포착…“탄약 대량 운송 가능성”

입력 2023.08.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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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 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가 이뤄졌다고 지목한 곳에서 포착된 수상한 화물 움직임에 대해 살펴봅니다.


■ 미국이 제시한 북러 무기 거래 의심 장소에 다량의 화물 포착

북한의 나선시 선봉구역은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곳입니다. 특히 러시아와는 불과 53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북러 우정의 다리'만 건너면 바로 러시아 하산입니다. 이곳에는 두만강역이 있는데, 북한과 러시아의 화물과 인력이 오가는 거점입니다.

2020년 코로나 유행 이후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두만강역에선 인력이나 화물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북한이 두만강역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조차장에서 러시아 바그너 용병 그룹에 무기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를 부인하자, 지난 1월, 미국 백악관 존 커비 NSC 조정관은 지난해 11월에 찍힌 것이라며 이곳의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총 5량의 화물 열차를 통해, 북한이 바그너그룹에 보병 로켓과 탄약, 미사일 등을 전달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22년 11월 18일 위성 사진과 23년 8월 17일 플래닛랩스 위성사진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22년 11월 18일 위성 사진과 23년 8월 17일 플래닛랩스 위성사진

KBS는 이후 이곳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위성사진을 관찰해왔습니다.

2020년부터 열차가 전혀 식별되지 않다가, 미국의 발표대로 지난해 10월부터 화물 열차가 5~10량 정도 조금씩 식별되더니, 지난 8월 17일, 갑자기 다량의 화물이 포착됐습니다. 평소에 관찰되던 화물의 5~6배 이상이었습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총 3개의 선로에 20미터 길이의 화물칸 27량이 정차해 있었습니다. 6미터 길이 화물칸 10량도 보였습니다. 화물칸은 기관차만 연결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선로 옆 도로에는 열차에 싣기 위한 13개의 대형 화물 컨테이너가 줄지어 놓여있었고, 야적장에도 화물이 쌓여 있었습니다. 근래 보지 못한 다량의 화물 움직임이었습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화물들이 두만강 본역이 아닌 한 2km가량 떨어진 조차장(차량기지) 지역에 모여 있는 건, 러시아에서 들여온 물품이 아니고, 러시아로 수출할 품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탄약류는 특성상 철도로 대량 운송 가능"

물론 위성 사진만으로는 화물들의 종류와 행선지를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화물들이 수상한 이유는 '상황'과 '시점' 때문입니다.

북한은 무기 거래를 통한 외화 벌이가 절박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탄약 등 무기가 필요합니다. 양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에, 7월 중순 러시아 실무진은 북한을 찾아 군사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이어 7월 27일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정전협정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을 맞아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큰 틀의 군사 협력 방안을 합의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보고 있습니다. 이후 8월 1일 러시아 실무진이 다시 북한을 찾았고, 8월 8일에는 러시아 수송기가 항공편으로 미상의 군수물자를 반출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17일, 과거 미국이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이뤄졌다고 지목한 곳에서 최근 몇 년 간 보기 드물었던 다량의 화물이 포착된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약류 부족 문제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고, 탄약류는 특성상 철도를 이용한 대량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러 철도를 통한 군사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화물들이 무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러 간에 미상의 물품 이송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보입니다.


■ 북러 군사 협력 가속화…연합훈련 가능성도

북러 간의 군사 협력은 점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과 미사일 판매를 제안했고, 북한은 서방제 무기와 노후 장비 수리 등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최종 기술 등 핵미사일 핵심 기술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연합훈련을 제안함에 따라 양국 군이 직접 만나 연합훈련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에 관여한 3개 업체에 자체 제재를 단행하며, 무기 거래 네트워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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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 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가 이뤄졌다고 지목한 곳에서 포착된 수상한 화물 움직임에 대해 살펴봅니다.


■ 미국이 제시한 북러 무기 거래 의심 장소에 다량의 화물 포착

북한의 나선시 선봉구역은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곳입니다. 특히 러시아와는 불과 53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북러 우정의 다리'만 건너면 바로 러시아 하산입니다. 이곳에는 두만강역이 있는데, 북한과 러시아의 화물과 인력이 오가는 거점입니다.

2020년 코로나 유행 이후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두만강역에선 인력이나 화물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북한이 두만강역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조차장에서 러시아 바그너 용병 그룹에 무기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를 부인하자, 지난 1월, 미국 백악관 존 커비 NSC 조정관은 지난해 11월에 찍힌 것이라며 이곳의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총 5량의 화물 열차를 통해, 북한이 바그너그룹에 보병 로켓과 탄약, 미사일 등을 전달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22년 11월 18일 위성 사진과 23년 8월 17일 플래닛랩스 위성사진
KBS는 이후 이곳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위성사진을 관찰해왔습니다.

2020년부터 열차가 전혀 식별되지 않다가, 미국의 발표대로 지난해 10월부터 화물 열차가 5~10량 정도 조금씩 식별되더니, 지난 8월 17일, 갑자기 다량의 화물이 포착됐습니다. 평소에 관찰되던 화물의 5~6배 이상이었습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총 3개의 선로에 20미터 길이의 화물칸 27량이 정차해 있었습니다. 6미터 길이 화물칸 10량도 보였습니다. 화물칸은 기관차만 연결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선로 옆 도로에는 열차에 싣기 위한 13개의 대형 화물 컨테이너가 줄지어 놓여있었고, 야적장에도 화물이 쌓여 있었습니다. 근래 보지 못한 다량의 화물 움직임이었습니다.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화물들이 두만강 본역이 아닌 한 2km가량 떨어진 조차장(차량기지) 지역에 모여 있는 건, 러시아에서 들여온 물품이 아니고, 러시아로 수출할 품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탄약류는 특성상 철도로 대량 운송 가능"

물론 위성 사진만으로는 화물들의 종류와 행선지를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 화물들이 수상한 이유는 '상황'과 '시점' 때문입니다.

북한은 무기 거래를 통한 외화 벌이가 절박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탄약 등 무기가 필요합니다. 양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에, 7월 중순 러시아 실무진은 북한을 찾아 군사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이어 7월 27일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정전협정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을 맞아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고 큰 틀의 군사 협력 방안을 합의한 것으로 국가정보원은 보고 있습니다. 이후 8월 1일 러시아 실무진이 다시 북한을 찾았고, 8월 8일에는 러시아 수송기가 항공편으로 미상의 군수물자를 반출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8월 17일, 과거 미국이 북러 간 무기 거래가 이뤄졌다고 지목한 곳에서 최근 몇 년 간 보기 드물었던 다량의 화물이 포착된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약류 부족 문제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고, 탄약류는 특성상 철도를 이용한 대량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러 철도를 통한 군사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화물들이 무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러 간에 미상의 물품 이송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해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보입니다.


■ 북러 군사 협력 가속화…연합훈련 가능성도

북러 간의 군사 협력은 점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과 미사일 판매를 제안했고, 북한은 서방제 무기와 노후 장비 수리 등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최종 기술 등 핵미사일 핵심 기술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연합훈련을 제안함에 따라 양국 군이 직접 만나 연합훈련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에 관여한 3개 업체에 자체 제재를 단행하며, 무기 거래 네트워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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