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대급 실적’ 5대 은행, 청년 대출부터 조였다

입력 2023.08.23 (21:38) 수정 2023.08.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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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청년들 대출 관련해 KBS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시중 은행들이 최근 2년 동안 20~30대 대출액을 눈에 띄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년 동안 30% 줄인 곳도 있습니다.

청년들을 홀대한 셈인데, 왜 그런건지 해명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먼저 장혁진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더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3백만 원을 빌리려다 거절당한 20대 직장인입니다.

[김모 씨/20대 직장인 : "생활비도 쓰고 월세를 쓰다 보니까 돈 나갈 일들이 있어서…"]

근로 소득이 있고, 빚도 거의 없는데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결국 더 높은 금리를 주고 인터넷은행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김모 씨 : "경제 활동을 오래 한 사람들이 (신용이) 더 잘 나오잖아요? 경제 활동을 조금밖에 안 했다는 이유 때문에 대출 같은 게 안 되니까 (막막하죠.)"]

KBS가 확보한 시중은행의 연령대별 대출 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집니다.

5대 시중은행의 30대 이하 신용대출액은 최근 2년 사이 23% 넘게 줄었습니다.

감소 폭이 전 연령대 평균의 두 배 수준입니다.

모든 은행에서 청년 차주와 잔액이 크게 줄었는데, 특히 신한과 우리은행이 대출액을 30% 정도 줄였습니다.

청년들이 스스로 빚을 갚아서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 : "금리 인상기 상환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고신용 청년들 중심으로 주식 등 자산을 매각해 신용대출을 갚아나가면서 (대출액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금융권을 보면 같은 기간 청년대출 규모는 9% 가까이 늘었고 평균 신용대출액도 3백만 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은행에서 밀려나면서 더 높은 금리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겁니다.

[윤창현/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위원/국민의힘 : "(청년의) 일부는 제2금융권으로 갔을 것이고 또 극히 일부는 불법 사금융까지도 갔을 가능성이 높죠. (미래의) 버팀목이 돼야 될 분들의 입지가 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원리금 부담이 는다는 건 소비 위축을 뜻합니다.

실제로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대출자 소비가 0.49% 줄고 특히 이삼십대에서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은행들 이자 이익은 최근 2년간 꾸준히 올라 지난해에만 56조 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장혁진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은행들이 청년에 대한 대출을 조이는 이유, 혹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서 그런건 아닌가요?

[기자]

그래서 비교를 해봤습니다.

중·저신용자 청년대출 연체율인데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30대는 시중은행 연체율이 더 높고요.

연령별로 봐도 시중은행에서 20대가 연체율이 가장 낮습니다.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청년층이 가장 부지런히 갚는다는 뜻입니다.

[앵커]

은행권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죠?

[기자]

보통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수익이 높아집니다.

시중 금리가 올랐던 지난 2년 동안 은행의 건전성도 좋아졌습니다.

앞서 봤듯이 이자 수익은 역대 최대치였고, 이러다 보니 올해 초 은행 임직원 고액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청년층 대출을 줄이는 속내는 뭘까요?

[기자]

20대는 상대적으로 소득과 재산이 적잖아요.

그래서 취약 차주 그러니까 연체 가능성이 큰 계층으로 봅니다.

40대와 20대를 놓고 대출 심사를 하면서 20대가 금융거래 실적은 적고 소득도 많지 않다보니 돈 안 빌려주겠다는 식이죠.

결국 경제가 어려울 때 금융 거래 측면에서 20, 30대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연체율이 높지 않다는 점,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은행이 너무 기계적인 잣대로 청년들을 고금리 늪으로 떠미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앵커]

청년들 고금리 대출이 걱정인 게, 앞으로 시중 금리가 더 올라갈 수도 있잖아요?

[기자]

내일(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이번엔 동결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

다만, 앞으로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는 등 상황이 바뀌면 우리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건 한은에서도 매번 하는 얘기입니다.

금리 인상의 피해를 청년들이 오롯이 떠안지 않도록, 은행권 대출에 청년들이 차별을 받지는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CG:채상우/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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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역대급 실적’ 5대 은행, 청년 대출부터 조였다
    • 입력 2023-08-23 21:38:57
    • 수정2023-08-24 07:57:28
    뉴스 9
[앵커]

이번엔 청년들 대출 관련해 KBS가 단독 취재한 내용입니다.

시중 은행들이 최근 2년 동안 20~30대 대출액을 눈에 띄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년 동안 30% 줄인 곳도 있습니다.

청년들을 홀대한 셈인데, 왜 그런건지 해명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먼저 장혁진 기자의 단독 보도 보시고, 더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3백만 원을 빌리려다 거절당한 20대 직장인입니다.

[김모 씨/20대 직장인 : "생활비도 쓰고 월세를 쓰다 보니까 돈 나갈 일들이 있어서…"]

근로 소득이 있고, 빚도 거의 없는데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결국 더 높은 금리를 주고 인터넷은행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김모 씨 : "경제 활동을 오래 한 사람들이 (신용이) 더 잘 나오잖아요? 경제 활동을 조금밖에 안 했다는 이유 때문에 대출 같은 게 안 되니까 (막막하죠.)"]

KBS가 확보한 시중은행의 연령대별 대출 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집니다.

5대 시중은행의 30대 이하 신용대출액은 최근 2년 사이 23% 넘게 줄었습니다.

감소 폭이 전 연령대 평균의 두 배 수준입니다.

모든 은행에서 청년 차주와 잔액이 크게 줄었는데, 특히 신한과 우리은행이 대출액을 30% 정도 줄였습니다.

청년들이 스스로 빚을 갚아서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 : "금리 인상기 상환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고신용 청년들 중심으로 주식 등 자산을 매각해 신용대출을 갚아나가면서 (대출액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금융권을 보면 같은 기간 청년대출 규모는 9% 가까이 늘었고 평균 신용대출액도 3백만 원 이상 증가했습니다.

은행에서 밀려나면서 더 높은 금리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겁니다.

[윤창현/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위원/국민의힘 : "(청년의) 일부는 제2금융권으로 갔을 것이고 또 극히 일부는 불법 사금융까지도 갔을 가능성이 높죠. (미래의) 버팀목이 돼야 될 분들의 입지가 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원리금 부담이 는다는 건 소비 위축을 뜻합니다.

실제로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대출자 소비가 0.49% 줄고 특히 이삼십대에서 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은행들 이자 이익은 최근 2년간 꾸준히 올라 지난해에만 56조 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장혁진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은행들이 청년에 대한 대출을 조이는 이유, 혹시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서 그런건 아닌가요?

[기자]

그래서 비교를 해봤습니다.

중·저신용자 청년대출 연체율인데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30대는 시중은행 연체율이 더 높고요.

연령별로 봐도 시중은행에서 20대가 연체율이 가장 낮습니다.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청년층이 가장 부지런히 갚는다는 뜻입니다.

[앵커]

은행권 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죠?

[기자]

보통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수익이 높아집니다.

시중 금리가 올랐던 지난 2년 동안 은행의 건전성도 좋아졌습니다.

앞서 봤듯이 이자 수익은 역대 최대치였고, 이러다 보니 올해 초 은행 임직원 고액 성과급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청년층 대출을 줄이는 속내는 뭘까요?

[기자]

20대는 상대적으로 소득과 재산이 적잖아요.

그래서 취약 차주 그러니까 연체 가능성이 큰 계층으로 봅니다.

40대와 20대를 놓고 대출 심사를 하면서 20대가 금융거래 실적은 적고 소득도 많지 않다보니 돈 안 빌려주겠다는 식이죠.

결국 경제가 어려울 때 금융 거래 측면에서 20, 30대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연체율이 높지 않다는 점,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은행이 너무 기계적인 잣대로 청년들을 고금리 늪으로 떠미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앵커]

청년들 고금리 대출이 걱정인 게, 앞으로 시중 금리가 더 올라갈 수도 있잖아요?

[기자]

내일(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이번엔 동결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

다만, 앞으로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는 등 상황이 바뀌면 우리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건 한은에서도 매번 하는 얘기입니다.

금리 인상의 피해를 청년들이 오롯이 떠안지 않도록, 은행권 대출에 청년들이 차별을 받지는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CG:채상우/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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