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줄어도 교육예산은 증가?…감사원 “제도 손봐야”

입력 2023.08.24 (14:54) 수정 2023.08.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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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초·중등 학생이 감소해도 국내 세수에 연동된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오늘(24일)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현행법상 내국세의 20.79%는 초·중등 교육을 위한 교육교부금으로 배분됩니다. 학생 수와 상관없이 경제 규모가 커져 세수가 늘면, 교육교부금도 동시에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 현행 제도 대로라면 2070년 학생 1인당 교육예산 '10배 증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초·중등 학령인구는 2021년 544만 명에서 2030년 407만 명, 2065년 257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 전망입니다. 하지만 세수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돼, 초·중등생 한 명에게 돌아가는 교육교부금은 갈수록 많아집니다.

감사원은 2020년 초·중등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891만 원이었는데, 2070년엔 9천781만 원까지 10배 넘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 국민 1인당 경상 GDP는 5~6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노인 복지나 고등교육 예산과 재원 불균형 문제 발생"

이렇게 되면 노인복지나 고등교육 예산과의 재원 불균형 문제가 생긴다는 게 감사원 판단입니다.

감사원은 무조건 내국세 연동 방식으로 교육 교부금을 정할 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와 재원 배분의 균형, 국가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교육부에 통보했습니다.

감사원이 제도를 개편할 경우 예상되는 1인당 교육교부금을 산출해 봤더니, 2070년 5천6백만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기존 예상보다 4천만 원 정도 줄어든 액수입니다.

초중등 교육예산 증가 폭이 훨씬 완만해지는 겁니다.


감사원은 이처럼 교육교부금 구조가 경직돼 있다 보니, 추가된 예산이 현금성 사업에 낭비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애초 배분된 교육교부금 63조 2천억 원 외에 추가경정예산 등이 편성되면서, 정해진 비율에 따라 15조 7천억 원의 교부금이 추가로 지급됐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 교육청은 2021년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관내 학생 모두에게 '교육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천664억 원을 지급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2021년에서 2022년 '입학지원금' 명목으로 초중등 신입생에게 96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또 경북도 교육청은 교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 등에게 46억 원어치의 노트북을 지급했고, 전남도 교육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백여 명의 교직원에게 무주택 교직원 주택임차 지원을 명목으로 346억 원을 무이자 대출해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 학령인구 감소, 소규모학교 급증..."통폐합 유도 등 필요"

감사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소규모 학교의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규모학교'는 도시의 경우 학생 수가 200명 이하, 읍·면·도서·벽지 지역에선 학생 수 60명 이하인 학교를 뜻합니다.
지난해 2천666곳이던 소규모학교는 오는 2040년 4천950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규모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21년 기준 1천505만 원으로, 전체 초·중등학교 평균인 503만 원보다 약 3배 높습니다. 학생 1인당 인건비와 시설비, 기관운영비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소규모 학교의 운영상 비효율과 함께 교육의 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관리에 소극적이었다"면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학생 줄어도 교육 예산 감축은 신중해야" 반대 의견

그러나 교육 예산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교사노조연맹 이장원 대변인은 "우리 교육 시설이 낡은 편이라 보수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지만, 이는 학생 숫자와는 관련 없는 경비"라며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육 예산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독일은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해 언어 교육 등을 위해 국가가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독일 같은 교육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이윤경 회장도 "학부모가 부담하는 방과후교실이나 수학여행 비용 등은 계속 늘고 있다"며 "학령인구가 줄었다고 교부금을 줄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을 제대로 보고 실태를 파악해 학부모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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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생 줄어도 교육예산은 증가?…감사원 “제도 손봐야”
    • 입력 2023-08-24 14:54:43
    • 수정2023-08-24 16: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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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초·중등 학생이 감소해도 국내 세수에 연동된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오늘(24일)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현행법상 내국세의 20.79%는 초·중등 교육을 위한 교육교부금으로 배분됩니다. 학생 수와 상관없이 경제 규모가 커져 세수가 늘면, 교육교부금도 동시에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 현행 제도 대로라면 2070년 학생 1인당 교육예산 '10배 증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초·중등 학령인구는 2021년 544만 명에서 2030년 407만 명, 2065년 257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 전망입니다. 하지만 세수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돼, 초·중등생 한 명에게 돌아가는 교육교부금은 갈수록 많아집니다.

감사원은 2020년 초·중등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891만 원이었는데, 2070년엔 9천781만 원까지 10배 넘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 국민 1인당 경상 GDP는 5~6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노인 복지나 고등교육 예산과 재원 불균형 문제 발생"

이렇게 되면 노인복지나 고등교육 예산과의 재원 불균형 문제가 생긴다는 게 감사원 판단입니다.

감사원은 무조건 내국세 연동 방식으로 교육 교부금을 정할 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와 재원 배분의 균형, 국가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교육부에 통보했습니다.

감사원이 제도를 개편할 경우 예상되는 1인당 교육교부금을 산출해 봤더니, 2070년 5천6백만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기존 예상보다 4천만 원 정도 줄어든 액수입니다.

초중등 교육예산 증가 폭이 훨씬 완만해지는 겁니다.


감사원은 이처럼 교육교부금 구조가 경직돼 있다 보니, 추가된 예산이 현금성 사업에 낭비되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애초 배분된 교육교부금 63조 2천억 원 외에 추가경정예산 등이 편성되면서, 정해진 비율에 따라 15조 7천억 원의 교부금이 추가로 지급됐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 교육청은 2021년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관내 학생 모두에게 '교육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천664억 원을 지급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2021년에서 2022년 '입학지원금' 명목으로 초중등 신입생에게 96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또 경북도 교육청은 교원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 등에게 46억 원어치의 노트북을 지급했고, 전남도 교육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백여 명의 교직원에게 무주택 교직원 주택임차 지원을 명목으로 346억 원을 무이자 대출해 줬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 학령인구 감소, 소규모학교 급증..."통폐합 유도 등 필요"

감사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소규모 학교의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규모학교'는 도시의 경우 학생 수가 200명 이하, 읍·면·도서·벽지 지역에선 학생 수 60명 이하인 학교를 뜻합니다.
지난해 2천666곳이던 소규모학교는 오는 2040년 4천950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규모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21년 기준 1천505만 원으로, 전체 초·중등학교 평균인 503만 원보다 약 3배 높습니다. 학생 1인당 인건비와 시설비, 기관운영비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소규모 학교의 운영상 비효율과 함께 교육의 질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관리에 소극적이었다"면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학생 줄어도 교육 예산 감축은 신중해야" 반대 의견

그러나 교육 예산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교사노조연맹 이장원 대변인은 "우리 교육 시설이 낡은 편이라 보수하거나 새로 지어야 하지만, 이는 학생 숫자와는 관련 없는 경비"라며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육 예산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독일은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해 언어 교육 등을 위해 국가가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독일 같은 교육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이윤경 회장도 "학부모가 부담하는 방과후교실이나 수학여행 비용 등은 계속 늘고 있다"며 "학령인구가 줄었다고 교부금을 줄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을 제대로 보고 실태를 파악해 학부모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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