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넘어지지 않는다…펨키 볼, 여자 400m 허들 우승

입력 2023.08.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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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도쿄 올림픽 3위,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 2위를 했을 때도 펨키 볼(23·네덜란드)은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메달이 안기는 성취감은 또 달랐다. 큰 시련을 겪은 뒤 따낸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어서 기쁨은 더 컸다.

볼은 25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51초70으로 우승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볼은 초반부터 앞서나갔고, 다른 선수들이 '2위 경쟁'을 하는 모양새였다.

셔미어 리틀(28·미국)이 52초80으로 2위, 러셀 클레이턴(28·자메이카)이 52초81로 3위에 올랐다. 러셀은 2015년 베이징 대회(2위) 이후 8년 만에, 클레이턴은 2019년 도하 대회(3위) 이후 4년 만에 시상대에 섰다.

지난해 유진에서 네덜란드 선수 중 최초로 여자 400m 허들 메달리스트(2위)가 된 볼은 올해 이 종목 최초의 네덜란드 출신 챔피언이 됐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따며, 네덜란드 육상에 여자 400m 허들 올림픽 첫 메달을 안겼다.

네덜란드 언론은 "볼이 시드니 매클로플린(24·미국) 시대에 사는 불운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매클로플린은 도쿄 올림픽과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세계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하지만, 매클로플린은 올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는 400m 허들이 아닌 400m 플랫에 출전한다고 선언했고, 개막 직전 '가벼운 무릎 부상'을 이유로 아예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여자 400m 허들 역대 1, 2위 기록(50초68, 51초41)은 모두 매클로플린이 보유하고 있다. 3위 기록(51초45)의 주인공은 볼이다.

경기 뒤 볼은 AP통신,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나를 우승 후보라고 부르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스 중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우승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엄청난 부담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이번 대회 첫날인 19일에 겪은 불운도 볼을 힘들게 했다.

볼은 혼성 1,600m 계주에서 네덜란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 5m 앞까지 선두를 지켰다. 세계 신기록 달성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알렉시스 홈스(23·미국)가 맹렬하게 추격했고, 볼은 결승선 바로 앞에서 넘어졌다.

미국은 3분08초8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볼은 넘어지면서 배턴을 놓쳤다.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배턴을 다시 잡지 못한 상태여서 네덜란드는 '실격' 처리됐다.

당시 볼은 "오전 예선, 오후 결선을 치르는 동안 피로가 쌓인 것 같다. 결승선을 앞두고 평소보다 느려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경련 증상도 일어났다. 누군가 내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바닥에 쓰러졌다"고 회상하며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동료들의 격려 속에 다시 일어난 볼은 400m 허들에서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은 "계주에서 넘어진 이후 동료와 코치, 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그들 덕에 '이제 첫 레이스가 끝났을 뿐이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마음먹었다"며 "도쿄 올림픽, 유진 세계선수권 결과에도 만족했지만, 오늘 우승을 하니 또 다른 기분을 느낀다. 나는 발전했고, 드디어 세계선수권 챔피언이 됐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니엘 윌리엄스(30·자메이카)는 8년 만에 여자 100m 허들 정상을 탈환했다.

이날 여자 100m 허들 결선은 역사에 남을 만큼 치열했다.

윌리엄스는 12초43에 결승선을 통과해 12초44의 재스민 카마초-퀸(27·푸에르토리코)을 0.01초 차로 제쳤다. 3위 켄드라 해리슨(30·미국)의 기록은 12초46이었다.

이 종목 세계 기록(12초12) 보유자이자, 디펜딩 챔피언 토비 아무산(26·나이지리아)은 12초62로 6위에 그쳤다. 아무산은 '불시 도핑 검사를 위한 소재지 정보'(ADAMS) 위반 혐의로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집행 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이번 대회에 나섰다.

2015년 베이징 대회 이후 8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윌리엄스는 "도쿄 올림픽 챔피언(카마초-퀸)과 2위(해리슨), 세계 기록 보유자 등 대단한 선수들과 함께 뛰어 우승했다. 믿기지 않는 결과"라며 "2015년에 우승한 뒤 다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부상 등 여러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견딘 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왓슨(21·자메이카)은 남자 400m 결선에서 44초22로, 44초31의 매슈 허드슨-스미스(28·영국)를 제치고 우승했다.

자메이카 선수가 세계선수권 남자 400m에서 우승한 건 1983년 헬싱키 대회 이후 무려 40년 만이다.

왓슨은 "금메달을 들고 자메이카로 돌아갈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밀티아디스 텐토글루(25·그리스)는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8m52를 뛰어, 8m50의 웨인 피넉(22·자메이카)을 2㎝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올림픽(2021년 도쿄), 세계실내선수권(2022 베오그라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2022년)에서 정상에 오른 텐토글루는 갈망하던 실외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손에 넣었다.

텐토글루는 "내가 정말 원하던 금메달이다. 8m50 이상을 뛰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상대로 피넉이 좋은 결기를 했고, 나도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 나는 모든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해야 하는 사람'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텐토글루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던 왕지아난(26·중국)은 8m05로 5위에 자리해 이번 대회에서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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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은 넘어지지 않는다…펨키 볼, 여자 400m 허들 우승
    • 입력 2023-08-25 10:57:41
    연합뉴스
2021년 도쿄 올림픽 3위,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 2위를 했을 때도 펨키 볼(23·네덜란드)은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메달이 안기는 성취감은 또 달랐다. 큰 시련을 겪은 뒤 따낸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어서 기쁨은 더 컸다.

볼은 25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51초70으로 우승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볼은 초반부터 앞서나갔고, 다른 선수들이 '2위 경쟁'을 하는 모양새였다.

셔미어 리틀(28·미국)이 52초80으로 2위, 러셀 클레이턴(28·자메이카)이 52초81로 3위에 올랐다. 러셀은 2015년 베이징 대회(2위) 이후 8년 만에, 클레이턴은 2019년 도하 대회(3위) 이후 4년 만에 시상대에 섰다.

지난해 유진에서 네덜란드 선수 중 최초로 여자 400m 허들 메달리스트(2위)가 된 볼은 올해 이 종목 최초의 네덜란드 출신 챔피언이 됐다.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따며, 네덜란드 육상에 여자 400m 허들 올림픽 첫 메달을 안겼다.

네덜란드 언론은 "볼이 시드니 매클로플린(24·미국) 시대에 사는 불운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매클로플린은 도쿄 올림픽과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세계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하지만, 매클로플린은 올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는 400m 허들이 아닌 400m 플랫에 출전한다고 선언했고, 개막 직전 '가벼운 무릎 부상'을 이유로 아예 이번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여자 400m 허들 역대 1, 2위 기록(50초68, 51초41)은 모두 매클로플린이 보유하고 있다. 3위 기록(51초45)의 주인공은 볼이다.

경기 뒤 볼은 AP통신,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나를 우승 후보라고 부르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스 중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우승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엄청난 부담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이번 대회 첫날인 19일에 겪은 불운도 볼을 힘들게 했다.

볼은 혼성 1,600m 계주에서 네덜란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 5m 앞까지 선두를 지켰다. 세계 신기록 달성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알렉시스 홈스(23·미국)가 맹렬하게 추격했고, 볼은 결승선 바로 앞에서 넘어졌다.

미국은 3분08초8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볼은 넘어지면서 배턴을 놓쳤다.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배턴을 다시 잡지 못한 상태여서 네덜란드는 '실격' 처리됐다.

당시 볼은 "오전 예선, 오후 결선을 치르는 동안 피로가 쌓인 것 같다. 결승선을 앞두고 평소보다 느려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경련 증상도 일어났다. 누군가 내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바닥에 쓰러졌다"고 회상하며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동료들의 격려 속에 다시 일어난 볼은 400m 허들에서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은 "계주에서 넘어진 이후 동료와 코치, 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그들 덕에 '이제 첫 레이스가 끝났을 뿐이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마음먹었다"며 "도쿄 올림픽, 유진 세계선수권 결과에도 만족했지만, 오늘 우승을 하니 또 다른 기분을 느낀다. 나는 발전했고, 드디어 세계선수권 챔피언이 됐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대니엘 윌리엄스(30·자메이카)는 8년 만에 여자 100m 허들 정상을 탈환했다.

이날 여자 100m 허들 결선은 역사에 남을 만큼 치열했다.

윌리엄스는 12초43에 결승선을 통과해 12초44의 재스민 카마초-퀸(27·푸에르토리코)을 0.01초 차로 제쳤다. 3위 켄드라 해리슨(30·미국)의 기록은 12초46이었다.

이 종목 세계 기록(12초12) 보유자이자, 디펜딩 챔피언 토비 아무산(26·나이지리아)은 12초62로 6위에 그쳤다. 아무산은 '불시 도핑 검사를 위한 소재지 정보'(ADAMS) 위반 혐의로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집행 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이번 대회에 나섰다.

2015년 베이징 대회 이후 8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딴 윌리엄스는 "도쿄 올림픽 챔피언(카마초-퀸)과 2위(해리슨), 세계 기록 보유자 등 대단한 선수들과 함께 뛰어 우승했다. 믿기지 않는 결과"라며 "2015년에 우승한 뒤 다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부상 등 여러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견딘 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왓슨(21·자메이카)은 남자 400m 결선에서 44초22로, 44초31의 매슈 허드슨-스미스(28·영국)를 제치고 우승했다.

자메이카 선수가 세계선수권 남자 400m에서 우승한 건 1983년 헬싱키 대회 이후 무려 40년 만이다.

왓슨은 "금메달을 들고 자메이카로 돌아갈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밀티아디스 텐토글루(25·그리스)는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8m52를 뛰어, 8m50의 웨인 피넉(22·자메이카)을 2㎝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올림픽(2021년 도쿄), 세계실내선수권(2022 베오그라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2022년)에서 정상에 오른 텐토글루는 갈망하던 실외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손에 넣었다.

텐토글루는 "내가 정말 원하던 금메달이다. 8m50 이상을 뛰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상대로 피넉이 좋은 결기를 했고, 나도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 나는 모든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해야 하는 사람'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텐토글루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던 왕지아난(26·중국)은 8m05로 5위에 자리해 이번 대회에서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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