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CJ 등 9개 대기업 ‘부당지원 의심’ 조사 안 해

입력 2023.08.25 (20:30) 수정 2023.09.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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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그룹의 TRS(총수익스왑, total return swap) 계약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계약을 '부당지원 의심 사례'로 파악하고도 5년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단독 입수한 2018년 금융감독원의 'TRS 검사결과 유형별 개별거래 분석' 문건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CJ 그룹의 TRS 계약 사례 3건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이 문건을 공정위에 비공개로 기관 통보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문건에 명시된 건은, CJ가 CJ 푸드빌과 CJ 건설(현재 CJ 대한통운 합병)을 위해 맺은 500억 원의 TRS 계약과, CJ CGV가 시뮬라인(현재 CJ 포디플렉스 합병)을 위해 맺은 150억 원 TRS 계약입니다.

이 밖에도 해당 문건에는 CJ를 포함해 9개 대기업 16개 사례를 공정거래법 위반 의심 사례로 지적했습니다.

▲SK가 SK 해운을 위해 맺은 계약(1,720억 원)을 비롯해, ▲LS→LS 아이앤디(900억 원), ▲두산중공업→두산건설(4,000억 원) TRS 계약 등입니다.

SK 해운은 계약 전년도인 2017년 부채비율이 2189%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LS 아이앤디도 201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255%에 해당해 자력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회사였습니다.

두산건설도 2012년과 2013년 각각 당기순손실 1,436억 원, 4,774억 원을 기록해 증권사가 TRS 계약을 맺어줄 이유가 없는 부실 계열사였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문건에 담긴 사례 중 단 1건도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는 '모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70% 이상 갖고 있어 사실상 같은 회사라 '계열사 지원'이 아니라고 해석'했거나, '조사하려고 보니 회사가 이미 인수합병되거나 도산해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된 사례에 대해 면밀히 검토 후에 현장조사 필요성이 있으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각 계약에 대해 SK 측은 "이사회 승인을 받은 건"이라며 "적법한 검토절차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고, LS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표가 승인했다"며 "정산 시에도 손해가 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두산중공업 측은 "공정거래법을 포함해 모든 법령을 전문가의 법적 검토를 받아 진행했다"며 "관계 당국에서 법령 위반 사항을 지적받은 바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CJ의 TRS 계약 사례를 신고한 참여연대의 김남근 정책자문위원장은 "모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100% 가지고 있어도 부당지원할 경우 불법이라는 판례가 있으며, 공정 경쟁을 해쳤는지 조사를 아예 안 하고 '입증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나오기 어렵게 하려고 대기업들이 부당지원 문제가 불거지면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게 관행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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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9-05 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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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그룹의 TRS(총수익스왑, total return swap) 계약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신고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계약을 '부당지원 의심 사례'로 파악하고도 5년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단독 입수한 2018년 금융감독원의 'TRS 검사결과 유형별 개별거래 분석' 문건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CJ 그룹의 TRS 계약 사례 3건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금감원은 이 문건을 공정위에 비공개로 기관 통보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문건에 명시된 건은, CJ가 CJ 푸드빌과 CJ 건설(현재 CJ 대한통운 합병)을 위해 맺은 500억 원의 TRS 계약과, CJ CGV가 시뮬라인(현재 CJ 포디플렉스 합병)을 위해 맺은 150억 원 TRS 계약입니다.

이 밖에도 해당 문건에는 CJ를 포함해 9개 대기업 16개 사례를 공정거래법 위반 의심 사례로 지적했습니다.

▲SK가 SK 해운을 위해 맺은 계약(1,720억 원)을 비롯해, ▲LS→LS 아이앤디(900억 원), ▲두산중공업→두산건설(4,000억 원) TRS 계약 등입니다.

SK 해운은 계약 전년도인 2017년 부채비율이 2189%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LS 아이앤디도 2015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255%에 해당해 자력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회사였습니다.

두산건설도 2012년과 2013년 각각 당기순손실 1,436억 원, 4,774억 원을 기록해 증권사가 TRS 계약을 맺어줄 이유가 없는 부실 계열사였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문건에 담긴 사례 중 단 1건도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는 '모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70% 이상 갖고 있어 사실상 같은 회사라 '계열사 지원'이 아니라고 해석'했거나, '조사하려고 보니 회사가 이미 인수합병되거나 도산해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된 사례에 대해 면밀히 검토 후에 현장조사 필요성이 있으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각 계약에 대해 SK 측은 "이사회 승인을 받은 건"이라며 "적법한 검토절차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고, LS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표가 승인했다"며 "정산 시에도 손해가 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두산중공업 측은 "공정거래법을 포함해 모든 법령을 전문가의 법적 검토를 받아 진행했다"며 "관계 당국에서 법령 위반 사항을 지적받은 바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CJ의 TRS 계약 사례를 신고한 참여연대의 김남근 정책자문위원장은 "모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100% 가지고 있어도 부당지원할 경우 불법이라는 판례가 있으며, 공정 경쟁을 해쳤는지 조사를 아예 안 하고 '입증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나오기 어렵게 하려고 대기업들이 부당지원 문제가 불거지면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게 관행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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