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당지원’ TRS 계약…공정위는 5년 전 이미 알았다

입력 2023.08.25 (21:21) 수정 2023.08.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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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CJ 그룹이 부실한 계열사를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 어제(24일) 전해드렸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이런 의심 사례들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5년 전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는 없었습니다.

김청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으로 2018년 부터 수사를 받아 온 조현준 효성 회장.

CJ가 그랬던 것처럼 TRS라는 금융상품을 이용한 일종의 편법 지원이었는데, 지난해 최종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효성 사례 이후 당시 금감원은 TRS 문제 전수 분석에 나섭니다.

[김도인/당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2018년 7월 9일 : "최근에 TRS를 통한 대주주간 부당 이득 거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점검할 예정입니다."]

당시 금감원이 비공개로 공정위에 전달된 문건입니다.

앞서 보도한 CJ 사례를 포함해 SK와 LS, 두산 등 아홉 개 대기업이 체결한 16건의 TRS 거래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포착됐습니다.

대부분 계열사가 TRS 계약 전 완전 자본잠식 상태거나 부채비율이 2천 퍼센트를 넘는 등 심각한 부실 상태였습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 "부실한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지원을 해가지고 살려놓게 되면 다른 중견 중소기업, 다른 대기업들이 성장하는 길을 막게 되는 것이고."]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통보받고도 검토만 했을 뿐, 현장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가 확보한 공정위 문건에 따르면 이미 흡수합병이 됐거나 지원 의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겁니다.

[공정위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가 없어져 버린다거나 이렇게 되면 입증이 안 되거든요...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면) 조사를 못 나가요. 행정력이 한정이 돼요."]

하지만 기관 통보를 받은 건을 조사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아예 조사를 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심건섭/변호사 : "부당지원행위는 사실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지고, 적극적으로 신고하지는 않거든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먼저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는 게 가장 핵심일 것 같아요."]

해당 검토 이후 이번 시민단체의 신고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KBS 뉴스 김청윤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강현경/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박미주 임홍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청윤 기자와 몇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금감원에서 의심 사례들을 받고도 공정위가 조사를 안 했다는 건데, 그럼 검찰 같은 데서 조사를 할 수는 없나요?

[기자]

이 건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의심 사례인데, 이 법은 공정위에만 전속 고발권을 주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도 수사 개시를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검찰이 역으로 공정위에 고발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는데,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공정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입니다.

[앵커]

어제 시민단체가 여러 기업들 중에서 CJ그룹만 신고한 건 어떤 이유였나요?

[기자]

지원 대상 기업들이 부실 계열사라는 점과 공정거래 시장을 해친 정황이 자명한 사례들을 추려서 먼저 신고를 한 겁니다.

저희도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사례들을 검토해봤는데, 5년 전 금감원이 먼저 의심했던 사례 외에도 CJ 그룹에서만 TRS 계약을 6건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제일제당이 CJ 아메리카에 3천 억 원을, 대한통운이 두 해외법인에 총 2천 억 원의 TRS 계약을 맺은 사례는 금액이 매우 컸고, CGV가 터키 법인을 인수하려고 계열사인 보스포러스를 위해 맺은 2900억 원 계약은 모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점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추가 사례들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검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앵커]

앞선 리포트에서 CJ외에도 여러 기업들의 의심스런 사례가 등장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일이라 조사가 가능할까요?

[기자]

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공정거래법은 조사 미개시 건에 대해서는 7년을 처분 시효로 정해뒀습니다.

문제가 된 TRS 계약의 종료 시점이 대부분 7년 이내이기 때문에, 조사와 처벌 다 가능합니다.

이번 신고로 5년 만에 해당 사건을 다시 받아든 공정위는 "신고서를 면밀히 검토 후, 필요 시 현장조사에 나서겠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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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부당지원’ TRS 계약…공정위는 5년 전 이미 알았다
    • 입력 2023-08-25 21:21:53
    • 수정2023-08-26 07:56:02
    뉴스 9
[앵커]

CJ 그룹이 부실한 계열사를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 어제(24일) 전해드렸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이런 의심 사례들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5년 전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는 없었습니다.

김청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으로 2018년 부터 수사를 받아 온 조현준 효성 회장.

CJ가 그랬던 것처럼 TRS라는 금융상품을 이용한 일종의 편법 지원이었는데, 지난해 최종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효성 사례 이후 당시 금감원은 TRS 문제 전수 분석에 나섭니다.

[김도인/당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2018년 7월 9일 : "최근에 TRS를 통한 대주주간 부당 이득 거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점검할 예정입니다."]

당시 금감원이 비공개로 공정위에 전달된 문건입니다.

앞서 보도한 CJ 사례를 포함해 SK와 LS, 두산 등 아홉 개 대기업이 체결한 16건의 TRS 거래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포착됐습니다.

대부분 계열사가 TRS 계약 전 완전 자본잠식 상태거나 부채비율이 2천 퍼센트를 넘는 등 심각한 부실 상태였습니다.

[김남근/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 "부실한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지원을 해가지고 살려놓게 되면 다른 중견 중소기업, 다른 대기업들이 성장하는 길을 막게 되는 것이고."]

하지만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통보받고도 검토만 했을 뿐, 현장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가 확보한 공정위 문건에 따르면 이미 흡수합병이 됐거나 지원 의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겁니다.

[공정위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가 없어져 버린다거나 이렇게 되면 입증이 안 되거든요...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면) 조사를 못 나가요. 행정력이 한정이 돼요."]

하지만 기관 통보를 받은 건을 조사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아예 조사를 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심건섭/변호사 : "부당지원행위는 사실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지고, 적극적으로 신고하지는 않거든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먼저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는 게 가장 핵심일 것 같아요."]

해당 검토 이후 이번 시민단체의 신고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KBS 뉴스 김청윤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강현경/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박미주 임홍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청윤 기자와 몇 가지 더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금감원에서 의심 사례들을 받고도 공정위가 조사를 안 했다는 건데, 그럼 검찰 같은 데서 조사를 할 수는 없나요?

[기자]

이 건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의심 사례인데, 이 법은 공정위에만 전속 고발권을 주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도 수사 개시를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검찰이 역으로 공정위에 고발을 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는데,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공정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입니다.

[앵커]

어제 시민단체가 여러 기업들 중에서 CJ그룹만 신고한 건 어떤 이유였나요?

[기자]

지원 대상 기업들이 부실 계열사라는 점과 공정거래 시장을 해친 정황이 자명한 사례들을 추려서 먼저 신고를 한 겁니다.

저희도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사례들을 검토해봤는데, 5년 전 금감원이 먼저 의심했던 사례 외에도 CJ 그룹에서만 TRS 계약을 6건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제일제당이 CJ 아메리카에 3천 억 원을, 대한통운이 두 해외법인에 총 2천 억 원의 TRS 계약을 맺은 사례는 금액이 매우 컸고, CGV가 터키 법인을 인수하려고 계열사인 보스포러스를 위해 맺은 2900억 원 계약은 모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점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추가 사례들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검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앵커]

앞선 리포트에서 CJ외에도 여러 기업들의 의심스런 사례가 등장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일이라 조사가 가능할까요?

[기자]

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공정거래법은 조사 미개시 건에 대해서는 7년을 처분 시효로 정해뒀습니다.

문제가 된 TRS 계약의 종료 시점이 대부분 7년 이내이기 때문에, 조사와 처벌 다 가능합니다.

이번 신고로 5년 만에 해당 사건을 다시 받아든 공정위는 "신고서를 면밀히 검토 후, 필요 시 현장조사에 나서겠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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