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체면, 판사 커리어 생각해 사형 내려줘요” 법정 조롱한 피고인

입력 2023.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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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 315호 법정.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69살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 2월 경남 창원의 한 주거지에서 40대 동거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비명 소리를 듣고 찾아온 동거녀의 딸을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16살 '특수절도'로 시작 15차례 징역형

A씨의 범행은 처음이 아닙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52년 동안 15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실형 합산 기간은 29년 8개월, 일흔에 가까운 A씨 인생 절반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첫 범행은 16살 '특수 절도' 혐의였습니다.

3년 뒤 '공무집행방해'가 추가됐고 이듬해부터 '폭행'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 등 점점 더 중한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2004년에는 동거녀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릅니다. 동거녀의 소재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교도소를 출소한 2009년에는 자신에게 영양제를 놓아주기 위해 온 40대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살해 범행 이튿날에는 이전에 함께 살던 동거녀를 상대로 또다시 살인 미수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평생에 걸쳐 5명을 살해하려 했고, 이 가운데 여성 2명이 실제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 "검사X들 소원 들어주세요."

올해 2월 범행 뒤에도 A씨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만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 말했고, 검찰 측 접견 과정에서는 "기소가 돼야 밖에 전화할 수 있다, 당장 기소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공판 과정에서는 수차례 수사기관과 법정을 모독하는 발언을 합니다.

"검사 체면 한번 한번 세워 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번 딱 내라 주라고예. 재판장님도 지금 부장판사님 정도 되시면 커리어가 있습니다. 사형 집행도 아직 한번 안 해보셨을 거니까..."

"검사X 선고 사형 나오길 목숨 걸고 학수고대 하고 있을 것입니다. 재판장님들 세 분께서 이놈들 소원도 한 번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

■ 집행 안 됐어도 사형 선고는 법관의 책무

재판부는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가석방이나 사면 등으로 석방될 가능성에 대비해 3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습니다.

앞선 A씨의 전과를 언급하며 "평생에 걸쳐 누적된 극단적인 인명 경시가 살인을 불렀으며, 형벌을 통한 교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가석방의 가능성조차 없도록 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여야 할 필요가 누구보다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2022년 7월, 사형제도 폐지 촉구하는 종교 시민사회단체 집회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2022년 7월, 사형제도 폐지 촉구하는 종교 시민사회단체 집회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98년 이래 국내에서 사형 집행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형 선고의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참고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비록 법관이 인명의 존중과 인권의 보호를 중요한 사명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제상 사형 제도가 존치되어 있고, 최고형으로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서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법관으로서의 책무에 부합한다" (대법원 2016. 2 전원합의체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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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6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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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 315호 법정.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69살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 2월 경남 창원의 한 주거지에서 40대 동거녀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비명 소리를 듣고 찾아온 동거녀의 딸을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16살 '특수절도'로 시작 15차례 징역형

A씨의 범행은 처음이 아닙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52년 동안 15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실형 합산 기간은 29년 8개월, 일흔에 가까운 A씨 인생 절반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첫 범행은 16살 '특수 절도' 혐의였습니다.

3년 뒤 '공무집행방해'가 추가됐고 이듬해부터 '폭행'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 등 점점 더 중한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2004년에는 동거녀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릅니다. 동거녀의 소재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교도소를 출소한 2009년에는 자신에게 영양제를 놓아주기 위해 온 40대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살해 범행 이튿날에는 이전에 함께 살던 동거녀를 상대로 또다시 살인 미수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평생에 걸쳐 5명을 살해하려 했고, 이 가운데 여성 2명이 실제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 "검사X들 소원 들어주세요."

올해 2월 범행 뒤에도 A씨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만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 말했고, 검찰 측 접견 과정에서는 "기소가 돼야 밖에 전화할 수 있다, 당장 기소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공판 과정에서는 수차례 수사기관과 법정을 모독하는 발언을 합니다.

"검사 체면 한번 한번 세워 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번 딱 내라 주라고예. 재판장님도 지금 부장판사님 정도 되시면 커리어가 있습니다. 사형 집행도 아직 한번 안 해보셨을 거니까..."

"검사X 선고 사형 나오길 목숨 걸고 학수고대 하고 있을 것입니다. 재판장님들 세 분께서 이놈들 소원도 한 번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

■ 집행 안 됐어도 사형 선고는 법관의 책무

재판부는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가석방이나 사면 등으로 석방될 가능성에 대비해 30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습니다.

앞선 A씨의 전과를 언급하며 "평생에 걸쳐 누적된 극단적인 인명 경시가 살인을 불렀으며, 형벌을 통한 교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피고인에게 가석방의 가능성조차 없도록 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여야 할 필요가 누구보다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2022년 7월, 사형제도 폐지 촉구하는 종교 시민사회단체 집회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98년 이래 국내에서 사형 집행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형 선고의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참고해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비록 법관이 인명의 존중과 인권의 보호를 중요한 사명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제상 사형 제도가 존치되어 있고, 최고형으로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서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법관으로서의 책무에 부합한다" (대법원 2016. 2 전원합의체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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