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여기 붙으라”는 ‘브릭스’…근데 모여서 뭐해요? [세계엔]

입력 2023.08.26 (08:01) 수정 2023.08.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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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24일(현지 시각) 2023년 브릭스(BRICS) 연례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급들 모습. 왼쪽부터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남아프리카의 시릴 루이스 이나시오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24일(현지 시각) 2023년 브릭스(BRICS) 연례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급들 모습. 왼쪽부터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남아프리카의 시릴 루이스 이나시오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 브릭스(BRICS) 6개국 추가 가입…회원 11개국으로 늘어

신흥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회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입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일~24일(현지 시각) 열린 브릭스 연례 회의에서 '깜짝' 발표됐습니다. 이로써 브릭스는 기존 5개 회원국에서 단숨에 규모가 2배 넘게 됐습니다.

올해 회의에서 기존 브릭스 5개국은 회원국을 더 늘리기 위한 절차와 기준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브릭스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 중국, '브릭스' 몸집 키워 미국 견제

브릭스가 회원국을 추가 승인한 건 13년 만입입니다. 십수 년 만에 몸집을 불리는 배경에는 역시 '미·중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길어지고 있죠. '서방 대(對) 중·러' 라는 갈등 구도는 점점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 코앞에서 서방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브릭스를 주도하는 중국이 외연 확장에 더 다급해진 이유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023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2023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 '친미' 인도까지 태세전환…왜?

중국의 문제는 다른 회원국인 인도와 브라질은 브릭스를 넓히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겁니다. 사실 인도는 미국·호주·일본과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구성할 정도로 미국에 가까운 국가죠. 오히려 중국과는 역내 경쟁 관계인 데다,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 지대에서는 군사 대립까지 일어납니다. 브릭스가 반미 연대 성격을 띠며 확장되는 게 인도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그랬던 인도가 이번 회의에서 달라졌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브릭스 확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그동안의 신중한 태도와는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이 미묘한 변화의 배경을 인도 정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기사가 있습니다.

인도 언론 '인디안 익스프레스'는 21일 '브릭스 정상회담을 위해 남아프리카를 방문한 모디 총리, 브릭스는 어떤 조직입니까?'라는 기사에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이 인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전했습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 차드의 살레 케브자보(왼쪽) 총리가 도착한 모습.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 차드의 살레 케브자보(왼쪽) 총리가 도착한 모습.

인도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며,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남쪽과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제 3세계 국가들을 말합니다. "이런 인도의 노력에 브릭스 확대가 도움을 줄 수 있다(인디안 익스프레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올해 브릭스 회의 마지막 날에는 '글로벌 사우스'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브릭스 정상들과 회담을 했습니다.

■ 또 누가 가입할까?…인도네시아로 쏠리는 눈

브릭스 주요 회원국들이 외연 확장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앞으로 브릭스의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22개 국가가 가입 요청을 했고, 관심을 표명한 나라까지 하면 40개국이 넘는다고 남아공은 밝혔습니다. 가입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빠진 인도네시아를 주목할 만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가입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인구 2억 8천만 명, 세계 인구 순위 4위인 인도네시아가 가입하면 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일 겁니다. 브릭스는 기존 가입국 5개 나라만 합쳐도, 세계 인구의 40%,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모이긴 모였는데…실제 성과는?

하지만 세를 불리는 것만으로 미국 등 서방이 쌓아온 국제 질서를 얼마나 흔들 수 있을까요? 사실 브릭스는 2001년 미국 경제학자 짐 오닐이 당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4개국을 묶어 만든 '줄임말'에서 탄생했습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이었죠. 2009년 이 4개국 지도자들은 러시아에서 첫 연례 회의를 열었고, 이듬해 남아공이 가입하면서 지금의 브릭스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직 성격은 모호합니다. 호주 ABC방송은 한 전문가를 인용해
"브릭스는 군사적 동맹도 경제적 연합도 아니다"라며, "꽤 느슨한 조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브릭스 개발은행(NDB).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브릭스 개발은행(NDB).

조직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니까 실제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나마 눈에 띄는 결과물은 2015년 '브릭스 개발은행(NDB)'을 세운 겁니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서방 주도의 국제 금융 체제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포부였죠. 개도국 인프라 건설 지원 등에 현재까지 3백억 달러 넘는 대출을 승인해 주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은행(WB)이 지난해 1년 동안만 회원국들에 천억 달러 넘는 대출을 해 주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2001년 이들 국가의 성장성에 주목했던 짐 오닐은 20년이 지난 2011년 "'브릭스 개발은행'을 세운 것을 빼고, 이 조직이 매년 회의에서 무엇을 했는지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한 브릭스가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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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여기 붙으라”는 ‘브릭스’…근데 모여서 뭐해요? [세계엔]
    • 입력 2023-08-26 08:01:15
    • 수정2023-08-26 10:21:32
    주말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24일(현지 시각) 2023년 브릭스(BRICS) 연례 회의가 개최됐다.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급들 모습. 왼쪽부터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남아프리카의 시릴 루이스 이나시오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 브릭스(BRICS) 6개국 추가 가입…회원 11개국으로 늘어

신흥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회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국입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22일~24일(현지 시각) 열린 브릭스 연례 회의에서 '깜짝' 발표됐습니다. 이로써 브릭스는 기존 5개 회원국에서 단숨에 규모가 2배 넘게 됐습니다.

올해 회의에서 기존 브릭스 5개국은 회원국을 더 늘리기 위한 절차와 기준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브릭스를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 중국, '브릭스' 몸집 키워 미국 견제

브릭스가 회원국을 추가 승인한 건 13년 만입입니다. 십수 년 만에 몸집을 불리는 배경에는 역시 '미·중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길어지고 있죠. '서방 대(對) 중·러' 라는 갈등 구도는 점점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 코앞에서 서방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브릭스를 주도하는 중국이 외연 확장에 더 다급해진 이유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023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악수하는 모습.
■ '친미' 인도까지 태세전환…왜?

중국의 문제는 다른 회원국인 인도와 브라질은 브릭스를 넓히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겁니다. 사실 인도는 미국·호주·일본과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구성할 정도로 미국에 가까운 국가죠. 오히려 중국과는 역내 경쟁 관계인 데다,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 지대에서는 군사 대립까지 일어납니다. 브릭스가 반미 연대 성격을 띠며 확장되는 게 인도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그랬던 인도가 이번 회의에서 달라졌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브릭스 확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그동안의 신중한 태도와는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이 미묘한 변화의 배경을 인도 정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기사가 있습니다.

인도 언론 '인디안 익스프레스'는 21일 '브릭스 정상회담을 위해 남아프리카를 방문한 모디 총리, 브릭스는 어떤 조직입니까?'라는 기사에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이 인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전했습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 차드의 살레 케브자보(왼쪽) 총리가 도착한 모습.
인도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를 자처하며,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우스'는 북반구 남쪽과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제 3세계 국가들을 말합니다. "이런 인도의 노력에 브릭스 확대가 도움을 줄 수 있다(인디안 익스프레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올해 브릭스 회의 마지막 날에는 '글로벌 사우스'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브릭스 정상들과 회담을 했습니다.

■ 또 누가 가입할까?…인도네시아로 쏠리는 눈

브릭스 주요 회원국들이 외연 확장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앞으로 브릭스의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22개 국가가 가입 요청을 했고, 관심을 표명한 나라까지 하면 40개국이 넘는다고 남아공은 밝혔습니다. 가입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빠진 인도네시아를 주목할 만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가입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인구 2억 8천만 명, 세계 인구 순위 4위인 인도네시아가 가입하면 브릭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일 겁니다. 브릭스는 기존 가입국 5개 나라만 합쳐도, 세계 인구의 40%,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모이긴 모였는데…실제 성과는?

하지만 세를 불리는 것만으로 미국 등 서방이 쌓아온 국제 질서를 얼마나 흔들 수 있을까요? 사실 브릭스는 2001년 미국 경제학자 짐 오닐이 당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4개국을 묶어 만든 '줄임말'에서 탄생했습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이었죠. 2009년 이 4개국 지도자들은 러시아에서 첫 연례 회의를 열었고, 이듬해 남아공이 가입하면서 지금의 브릭스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직 성격은 모호합니다. 호주 ABC방송은 한 전문가를 인용해
"브릭스는 군사적 동맹도 경제적 연합도 아니다"라며, "꽤 느슨한 조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브릭스 개발은행(NDB).
조직 목표가 확실하지 않으니까 실제 성과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나마 눈에 띄는 결과물은 2015년 '브릭스 개발은행(NDB)'을 세운 겁니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서방 주도의 국제 금융 체제에 대안을 제시한다는 포부였죠. 개도국 인프라 건설 지원 등에 현재까지 3백억 달러 넘는 대출을 승인해 주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은행(WB)이 지난해 1년 동안만 회원국들에 천억 달러 넘는 대출을 해 주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2001년 이들 국가의 성장성에 주목했던 짐 오닐은 20년이 지난 2011년 "'브릭스 개발은행'을 세운 것을 빼고, 이 조직이 매년 회의에서 무엇을 했는지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한 브릭스가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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