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치명적 뇌관’, 감출수록 도드라진다

입력 2023.08.26 (08:01) 수정 2023.08.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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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랬더니, TV를 꺼버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중국의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 중단을 이렇게 비꼬았다. 최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가 '통계를 좀 살펴본다'며 발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할 말이 없진 않다. 통상 실업률을 측정할 때 서구권에서는 '최근 4주간 일자리를 구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한 사람을 구직 실패자로 분류한다. (대한민국 기준도 4주다.) 그런데 중국은 3달이다. 훨씬 길다. 실업자를 '과대측정'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4주로 기준을 바꾸면 청년실업률이 7%p 정도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는 '중국이 감춘다'며 더 쳐다본다. 과거 사례도 꺼내든다. 4월에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추락했다. 그때도 통계발표를 중단했다. 또 그런다. 지니계수도 감춘다. 대표적 불평등 지표인데, 2022년 수치를 아직 발표 안했다.

'중국이 나쁜 소식을 감추자, 그 소식이 더 도드라졌다.'

■1. 본질 : 자신감의 상실

실은 4월 이후 발표가 중단된 '소비자신뢰지수'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 지표는 내수소비의 방향을 비추는 선행지표다. 미국의 경우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데, 향후 미국 경기의 가늠자다. 미국 경제는 '국내소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중국도 그에 못지 않게 내수의 역할이 크다. 점점 더 커지고도 있다. 그런데 4월에 급격히 꺾여버렸고, 즉시 발표가 중단됐다.

이 발표 중단이 '중대한 신호'였단 사실은 7월 소비자물가가 확인시켜줬다. -0.3%.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혼자서 마이너스다. (물론 여기에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지난해 7월 돼지 고깃값이 너무 급등해서, 올해 7월 역기저효과가 발생했다. 중국인은 전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정도를 소비한다. 중국 물가에서 돼지고기의 비중은 매우 높다.)


중국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우선은 '제로 코로나'라는 정책이 만든 '소비절벽'의 힘이 생각보다 강력해서고, 더 심각하게는 수년간 지속된 ' 부동산 침체'가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중국 최대의 민간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벽계원, County Garden) 사태, 그에 앞선 헝다 사태는 그 상징이다. 헝다 사태가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과도한 빚의 문제라면, 그보다 건실한 비구이위안 사태는 '부동산 위기'의 보다 강력한 증거다. (지난해 연말까지도 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을 안전한 회사로 분류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이 안좋다. 가격도 내려갔지만 더 큰 문제는 거래 급감이다. 신규판매가 33% 줄었다.

중국도 우리처럼 가계 자산의 7~80%가 부동산이다. 일종의 '선분양제'라 집을 받기 전에 계약하고 돈을 낸다. 비구이위안이 올 연말까지 건네야 할 집열쇠는 14만 개에 이른다. 이미 돈을 낸 이 사람들이 집열쇠를 못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추가로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부동산 개발업체가 버틸 수 있을까?

게다가 수출도 안좋다. 7월 중국 수출은 14.5%(달러기준) 감소했다. (한국 수출이 안좋은 딱 그만큼 안좋다. 우리 수출도 16% 감소했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완성품 만드는 것이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이기에 그렇다. 거친 표현이지만 본질은 그렇다.)

이렇게 내수(소비, 부동산)와 수출이 모두 적신호다. 당연히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후행지표다. 다만 고용 가운데서도 '청년 고용'은 조금 더 빠르게 변한다. 전망이 나쁠 때 신규 고용 상황이 먼저 악화되고, 그것이 청년실업률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제로코로나 정책 폐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적으로는 소비주체가 '자신감을 상실한' 탓에 소비와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고, 대외적으로는 수출까지 감소한다. 신규 고용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원인이 되어 '소비주체 자신감 상실'을 증폭시킨다.

중국이 감추고자 하는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고, 외부의 적들은 이 약점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2. 부채질하는 지정학

바이든은 이달 초 "중국 경제가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한폭탄(China is a ticking time bomb)"이라고 했다. 현상에 대한 표현이지만 미국의 '바람'이라고 보아도 큰 틀에서 틀리지 않는다.


처음에 '디커플링'으로 표현되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디리스킹'으로 변했다. 일부 온건한 사람들(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대표적이다)이 '세계화 자체는 윈-윈'이라고 변함없이 주장하고, 디리스킹도 아니고 다변화(Diversify)를 말해서다. 동맹국과 미국 기업의 우려도 크다. 미국 경제 자체가 중국 공산품의 수입 없이는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백악관은 다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좁은 뒷마당에 높은 담장을 친다(Small Yard, High Fence)는 표현이다. 대부분 분야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자, 그러나 특정 분야는 담장을 치고 교류하지 말자. 최첨단 칩(Advanced chip)과 AI, 양자컴퓨팅 같은 첨단 분야다. 미국의 기술과 장비, 그리고 자본을 이용해서 중국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분야를 이 정도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국가 안보'의 문제란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태양광 기술과 소재 수입을 금지하면, 중국 전체의 폴리실리콘 수출이 급감한다. 첨단분야만 투자를 못 하게 해도, 미국 사모펀드 등의 중국 전체 투자가 급감한다. 경계는 희미하고, 심리 악화는 빠르다.

미국의 대표적인 VC, 세콰이아는 "미국의 벤처회사들이 중국에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밝힌다.

■3. 시스템 전체가 삐걱댄다

〈WSJ, 2023.8.20〉 중국경제의 40년 부흥이 끝났다. 그 다음은? : 중국을 가난으로부터 G2로 만든 경제모델이 파괴되었다. 온 천지에 그 고통이 놓여있다. 〈WSJ, 2023.8.20〉 중국경제의 40년 부흥이 끝났다. 그 다음은? : 중국을 가난으로부터 G2로 만든 경제모델이 파괴되었다. 온 천지에 그 고통이 놓여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40년 경제 붐은 끝났다(China’s 40-Year Boom Is Over)"고 단언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 기사의 핵심은 1994년 '혁신(Inspiration)이 아닌 땀(Perspiration)에 의해 성장한 아시아 경제'가 끝났다고 선언한 폴 크루그먼의 논리와 흡사하다. (The myth of Asia's miracle, 포린어페어스 1994)

당시 폴 크루그먼은 '아시아가 생산성 향상(Productivity) 없이 노동력(L) 투입과 자본(K) 투입에 의한 성장을 했고, 그래서 지속 불가능하다'고 비판적으로 보았다.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오자 이 글은 성전처럼 떠받들어졌다. 이번엔 WSJ의 기사가 그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은 노동 인구(L)가 늘던 시대가 끝났고, 자본(K)의 수익률이 급감하는데, 생산성 (Productivity)의 향상은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을 둘러싼 시스템 전체가 삐걱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성장을 통해 단기간에 8억 명 이상을 빈곤으로부터 구해내고, 세계 금융위기에서 세계 경제를 구해냈고, 또 수많은 첨단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나라가 그렇게 됐다.

상황은 그렇다. 남은 질문은 역량이다. '중국에 이 난관을 헤쳐나갈 역량이 있느냐'다. 서방은 대부분 회의적이다. 역량이 없다는 평가에서 더 나아가 '정부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 경제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밀어 넣을 진짜 '치명적인 뇌관'은 중국 정부가 될 수 있다.

■4. 치명적 뇌관 : 선한 의도의 '무능한 정부'

"너무 많이 빌려서, 눈감고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 고위 관계자가 이코노미스트지에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비판하며 건넨 말이다. 여기에 지금 부동산 위기를 바라보는 중국 당국의 근본적 시각이 들어있다.

이런 시각의 정책이 '3개 레드라인' 규제다. 수년 전부터 개발업체들의 레버리지 비율을 3개 기준으로 규제해 추가 차입을 막아왔다. 돈줄을 죄자, 개발업체들은 휘청댔다. 헝다가 먼저 쓰러졌고, 지금의 비구이위안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부동산 위기는 '정부가 촉발'했다.


문제 진단은 맞다. 분양됐으나 빈 아파트가 1억 채가 넘는다. 지방 정부들이 채산성은 고려하지 않고 공항, 항만, 고속철도, 교량을 만들었다. 세계 최고, 최초, 최장 사회기반 시설이 불필요하게 시골까지 들어섰다. 십만 명이 살 수 있는 집과 인프라가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도 한둘이 아니다.

틀린 것은 정책이다. 돈줄을 너무 거칠게 죄어버렸다. 지방정부와 개발업자가 작당한 '나쁜 개발'만 막은 게 아니고, 민간 전체를 죈 꼴이 됐다. 개발업자 파산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경제 전체가 휘청댔다. 지방정부는 소비심리를 되살릴 방법(돈)이 없다. 재정을 건설업에 기대왔는데, 건설업이 사라졌다. 중앙정부만 바라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게 됐다.

게다가 '부동산 부실'은 지방정부와 개발업체만 탓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미국과 유럽은 힘을 잃었다. 상황을 개선시킨건 중국이다. 막대한 사회 인프라 투자로 세계 경기를 부양했다. 그 수단은 '투자'다. 중국은 막대한 돈을 산업정책과 부동산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했다. 그 재원의 일부는 중국 인민의 막대한 초과 저축이었고, 또 일부는 빚이었다. 그 덕에 중국은 미국을 더 빠르게 따라잡기 시작한다.

그 후, 성장이 정체를 빚을 때마다, 또 중국의 성장엔진이 꺼졌다는 의심이 제기될 때마다 중국은 투자에 의지했다. '나쁜 투자'는 생산성이 떨어져 효과가 떨어졌지만, 그러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좋든 나쁘든 성장이 있으면 안도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국가 전체가 '나쁜 성장'에 기대왔다. 이런 구조를 무시한 정책은 근시안적이다.

중국 정부의 근시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중 경쟁에 대비하는 '식량 자급계획'도 주목받는다. 중국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한다. 특히 콩과 옥수수에서 미국과 브라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식량 자급을 위해 콩과 옥수수를 재배할 농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웃지 못할 사례를 소개한다. 옥수수밭을 만들기 위해 멀쩡한 건물을 부순다. 중앙에서 수십만 헥타르의 농경지를 확보하라는 명이 떨어져, 지역은 도시 근교의 건물을 부순다. 불과 2년 전에 지은 건물을 부수고, 대형 쇼핑몰을 지으려던 계획은 백지화한다. 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촌극이라고 할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다. 극도의 비효율이 빤히 보이지만, 중국 정부는 멈추지 않는다.


■5. 왜 중국 경제는 고쳐지지 않을까?

'공동부유'를 앞세워 빅테크 기업을 억눌렀다. 사교육이 문제라며 사교육 업체를 망하게 했다.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좋은 계획을 가진 정부가 자국의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자연히 체제의 자기 수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다. 중국은 더는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다. '시진핑 단일지도체제'다. '충성심'이 중요하다. '다른 의견'을 말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더 복합적이고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정책은 교조적으로 굳어가고, 대안은사라지고 있다.

외신들이 지금의 위기를 '중국 체제의 문제'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가부흥'을 성장의 앞에 놓고, '안보'를 효율의 앞에 놓는다. 소비와 성장이 순환하는 경제보다 '철옹성 같은 방벽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앞선다. 지도자가 그걸 원하고, 그 지도자를 둘러싼 중국 공산당이라는 권위주의 국가 체제 자체는 고칠 힘을 잃고 있다.

지금 중국의 인민들은 장래가 더 밝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간다. 경제적 자신감이 급하강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는 점점 더 중국을 옥죈다. 이 위기 극복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중국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치유 주체'보다는 '치명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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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경제 ‘치명적 뇌관’, 감출수록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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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랬더니, TV를 꺼버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중국의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 중단을 이렇게 비꼬았다. 최신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가 '통계를 좀 살펴본다'며 발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할 말이 없진 않다. 통상 실업률을 측정할 때 서구권에서는 '최근 4주간 일자리를 구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한 사람을 구직 실패자로 분류한다. (대한민국 기준도 4주다.) 그런데 중국은 3달이다. 훨씬 길다. 실업자를 '과대측정'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도 4주로 기준을 바꾸면 청년실업률이 7%p 정도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는 '중국이 감춘다'며 더 쳐다본다. 과거 사례도 꺼내든다. 4월에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추락했다. 그때도 통계발표를 중단했다. 또 그런다. 지니계수도 감춘다. 대표적 불평등 지표인데, 2022년 수치를 아직 발표 안했다.

'중국이 나쁜 소식을 감추자, 그 소식이 더 도드라졌다.'

■1. 본질 : 자신감의 상실

실은 4월 이후 발표가 중단된 '소비자신뢰지수'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 지표는 내수소비의 방향을 비추는 선행지표다. 미국의 경우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데, 향후 미국 경기의 가늠자다. 미국 경제는 '국내소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중국도 그에 못지 않게 내수의 역할이 크다. 점점 더 커지고도 있다. 그런데 4월에 급격히 꺾여버렸고, 즉시 발표가 중단됐다.

이 발표 중단이 '중대한 신호'였단 사실은 7월 소비자물가가 확인시켜줬다. -0.3%.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혼자서 마이너스다. (물론 여기에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지난해 7월 돼지 고깃값이 너무 급등해서, 올해 7월 역기저효과가 발생했다. 중국인은 전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정도를 소비한다. 중국 물가에서 돼지고기의 비중은 매우 높다.)


중국을 바라보는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우선은 '제로 코로나'라는 정책이 만든 '소비절벽'의 힘이 생각보다 강력해서고, 더 심각하게는 수년간 지속된 ' 부동산 침체'가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중국 최대의 민간 부동산 개발기업 비구이위안(벽계원, County Garden) 사태, 그에 앞선 헝다 사태는 그 상징이다. 헝다 사태가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과도한 빚의 문제라면, 그보다 건실한 비구이위안 사태는 '부동산 위기'의 보다 강력한 증거다. (지난해 연말까지도 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을 안전한 회사로 분류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이 안좋다. 가격도 내려갔지만 더 큰 문제는 거래 급감이다. 신규판매가 33% 줄었다.

중국도 우리처럼 가계 자산의 7~80%가 부동산이다. 일종의 '선분양제'라 집을 받기 전에 계약하고 돈을 낸다. 비구이위안이 올 연말까지 건네야 할 집열쇠는 14만 개에 이른다. 이미 돈을 낸 이 사람들이 집열쇠를 못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추가로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부동산 개발업체가 버틸 수 있을까?

게다가 수출도 안좋다. 7월 중국 수출은 14.5%(달러기준) 감소했다. (한국 수출이 안좋은 딱 그만큼 안좋다. 우리 수출도 16% 감소했다.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완성품 만드는 것이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이기에 그렇다. 거친 표현이지만 본질은 그렇다.)

이렇게 내수(소비, 부동산)와 수출이 모두 적신호다. 당연히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후행지표다. 다만 고용 가운데서도 '청년 고용'은 조금 더 빠르게 변한다. 전망이 나쁠 때 신규 고용 상황이 먼저 악화되고, 그것이 청년실업률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제로코로나 정책 폐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적으로는 소비주체가 '자신감을 상실한' 탓에 소비와 부동산 침체가 지속하고, 대외적으로는 수출까지 감소한다. 신규 고용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원인이 되어 '소비주체 자신감 상실'을 증폭시킨다.

중국이 감추고자 하는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고, 외부의 적들은 이 약점 바라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2. 부채질하는 지정학

바이든은 이달 초 "중국 경제가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한폭탄(China is a ticking time bomb)"이라고 했다. 현상에 대한 표현이지만 미국의 '바람'이라고 보아도 큰 틀에서 틀리지 않는다.


처음에 '디커플링'으로 표현되던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디리스킹'으로 변했다. 일부 온건한 사람들(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대표적이다)이 '세계화 자체는 윈-윈'이라고 변함없이 주장하고, 디리스킹도 아니고 다변화(Diversify)를 말해서다. 동맹국과 미국 기업의 우려도 크다. 미국 경제 자체가 중국 공산품의 수입 없이는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백악관은 다른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좁은 뒷마당에 높은 담장을 친다(Small Yard, High Fence)는 표현이다. 대부분 분야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하자, 그러나 특정 분야는 담장을 치고 교류하지 말자. 최첨단 칩(Advanced chip)과 AI, 양자컴퓨팅 같은 첨단 분야다. 미국의 기술과 장비, 그리고 자본을 이용해서 중국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분야를 이 정도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국가 안보'의 문제란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신장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태양광 기술과 소재 수입을 금지하면, 중국 전체의 폴리실리콘 수출이 급감한다. 첨단분야만 투자를 못 하게 해도, 미국 사모펀드 등의 중국 전체 투자가 급감한다. 경계는 희미하고, 심리 악화는 빠르다.

미국의 대표적인 VC, 세콰이아는 "미국의 벤처회사들이 중국에 투자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밝힌다.

■3. 시스템 전체가 삐걱댄다

〈WSJ, 2023.8.20〉 중국경제의 40년 부흥이 끝났다. 그 다음은? : 중국을 가난으로부터 G2로 만든 경제모델이 파괴되었다. 온 천지에 그 고통이 놓여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40년 경제 붐은 끝났다(China’s 40-Year Boom Is Over)"고 단언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 기사의 핵심은 1994년 '혁신(Inspiration)이 아닌 땀(Perspiration)에 의해 성장한 아시아 경제'가 끝났다고 선언한 폴 크루그먼의 논리와 흡사하다. (The myth of Asia's miracle, 포린어페어스 1994)

당시 폴 크루그먼은 '아시아가 생산성 향상(Productivity) 없이 노동력(L) 투입과 자본(K) 투입에 의한 성장을 했고, 그래서 지속 불가능하다'고 비판적으로 보았다.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오자 이 글은 성전처럼 떠받들어졌다. 이번엔 WSJ의 기사가 그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은 노동 인구(L)가 늘던 시대가 끝났고, 자본(K)의 수익률이 급감하는데, 생산성 (Productivity)의 향상은 한계에 부딪혔다.

중국을 둘러싼 시스템 전체가 삐걱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성장을 통해 단기간에 8억 명 이상을 빈곤으로부터 구해내고, 세계 금융위기에서 세계 경제를 구해냈고, 또 수많은 첨단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보여주는 나라가 그렇게 됐다.

상황은 그렇다. 남은 질문은 역량이다. '중국에 이 난관을 헤쳐나갈 역량이 있느냐'다. 서방은 대부분 회의적이다. 역량이 없다는 평가에서 더 나아가 '정부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 경제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밀어 넣을 진짜 '치명적인 뇌관'은 중국 정부가 될 수 있다.

■4. 치명적 뇌관 : 선한 의도의 '무능한 정부'

"너무 많이 빌려서, 눈감고 사업을 확장했다."

중국 고위 관계자가 이코노미스트지에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비판하며 건넨 말이다. 여기에 지금 부동산 위기를 바라보는 중국 당국의 근본적 시각이 들어있다.

이런 시각의 정책이 '3개 레드라인' 규제다. 수년 전부터 개발업체들의 레버리지 비율을 3개 기준으로 규제해 추가 차입을 막아왔다. 돈줄을 죄자, 개발업체들은 휘청댔다. 헝다가 먼저 쓰러졌고, 지금의 비구이위안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부동산 위기는 '정부가 촉발'했다.


문제 진단은 맞다. 분양됐으나 빈 아파트가 1억 채가 넘는다. 지방 정부들이 채산성은 고려하지 않고 공항, 항만, 고속철도, 교량을 만들었다. 세계 최고, 최초, 최장 사회기반 시설이 불필요하게 시골까지 들어섰다. 십만 명이 살 수 있는 집과 인프라가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도 한둘이 아니다.

틀린 것은 정책이다. 돈줄을 너무 거칠게 죄어버렸다. 지방정부와 개발업자가 작당한 '나쁜 개발'만 막은 게 아니고, 민간 전체를 죈 꼴이 됐다. 개발업자 파산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거래가 급감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경제 전체가 휘청댔다. 지방정부는 소비심리를 되살릴 방법(돈)이 없다. 재정을 건설업에 기대왔는데, 건설업이 사라졌다. 중앙정부만 바라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게 됐다.

게다가 '부동산 부실'은 지방정부와 개발업체만 탓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자 미국과 유럽은 힘을 잃었다. 상황을 개선시킨건 중국이다. 막대한 사회 인프라 투자로 세계 경기를 부양했다. 그 수단은 '투자'다. 중국은 막대한 돈을 산업정책과 부동산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했다. 그 재원의 일부는 중국 인민의 막대한 초과 저축이었고, 또 일부는 빚이었다. 그 덕에 중국은 미국을 더 빠르게 따라잡기 시작한다.

그 후, 성장이 정체를 빚을 때마다, 또 중국의 성장엔진이 꺼졌다는 의심이 제기될 때마다 중국은 투자에 의지했다. '나쁜 투자'는 생산성이 떨어져 효과가 떨어졌지만, 그러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좋든 나쁘든 성장이 있으면 안도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국가 전체가 '나쁜 성장'에 기대왔다. 이런 구조를 무시한 정책은 근시안적이다.

중국 정부의 근시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중 경쟁에 대비하는 '식량 자급계획'도 주목받는다. 중국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한다. 특히 콩과 옥수수에서 미국과 브라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식량 자급을 위해 콩과 옥수수를 재배할 농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웃지 못할 사례를 소개한다. 옥수수밭을 만들기 위해 멀쩡한 건물을 부순다. 중앙에서 수십만 헥타르의 농경지를 확보하라는 명이 떨어져, 지역은 도시 근교의 건물을 부순다. 불과 2년 전에 지은 건물을 부수고, 대형 쇼핑몰을 지으려던 계획은 백지화한다. 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촌극이라고 할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다. 극도의 비효율이 빤히 보이지만, 중국 정부는 멈추지 않는다.


■5. 왜 중국 경제는 고쳐지지 않을까?

'공동부유'를 앞세워 빅테크 기업을 억눌렀다. 사교육이 문제라며 사교육 업체를 망하게 했다.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좋은 계획을 가진 정부가 자국의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자연히 체제의 자기 수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다. 중국은 더는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다. '시진핑 단일지도체제'다. '충성심'이 중요하다. '다른 의견'을 말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더 복합적이고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정책은 교조적으로 굳어가고, 대안은사라지고 있다.

외신들이 지금의 위기를 '중국 체제의 문제'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가부흥'을 성장의 앞에 놓고, '안보'를 효율의 앞에 놓는다. 소비와 성장이 순환하는 경제보다 '철옹성 같은 방벽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앞선다. 지도자가 그걸 원하고, 그 지도자를 둘러싼 중국 공산당이라는 권위주의 국가 체제 자체는 고칠 힘을 잃고 있다.

지금 중국의 인민들은 장래가 더 밝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어간다. 경제적 자신감이 급하강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는 점점 더 중국을 옥죈다. 이 위기 극복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중국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치유 주체'보다는 '치명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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