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8일 여중생 성폭행…대법원장 후보는 “치료 못 받아” 감형 [주말엔]

입력 2023.08.26 (09:00) 수정 2023.08.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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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과거 성폭력 사건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0년 만기 출소한 지 8일 만에 13살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남성의 항소심 사건을 맡아, 1심이 선고한 징역 18년의 형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해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남성은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강도강간미수 등 성폭력 범죄 전과가 여럿 있었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보호관찰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피해자나 피해자의 보호자와도 합의하지 않아 선고 당시까지 용서를 받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온 건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이 후보자의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 '전자발찌' 차고도…만기 출소 후 8일 만에 여중생 납치ㆍ성폭행

KBS가 입수한 2020년 12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당시 사건의 재판장을 맡았던 이 후보자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다수의 범죄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2003년 중1 여학생을 강제로 인적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가 "소리치면 칼로 찌르겠다"고 위협하며 강제 추행하는 등,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수법의 성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렀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2008년 서울고법에서 강도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2020년 2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출소한 지 불과 8일 만에 또다시 13세 여중생을 상대로 "칼을 가지고 있다"며 거짓말로 협박해 강제로 끌고 가 추행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입혔습니다.

그는 심지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3조(누범의 형)
특정강력범죄로 형(刑)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여진 형의 장기(長期) 및 단기(短期)의 2배까지 가중한다.

1심은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18년을 선고했고,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재판에서 A 씨는 2005년 머리를 다쳐 뇌 수술을 받은 후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돼 범행 당시 자신이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1심 때와 달라진 사정 있었나…피해자 가족 용서 없었는데 감형

이 후보자의 재판부는 2020년 12월 A 씨의 형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했습니다.

A 씨의 혐의는 항소심 계산대로라도 최소 징역 14년부터 최장 징역 50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하한선에 가까운 형량을 매긴 겁니다.

이 후보자는 우선 "범죄에 취약하고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시기에 있어 보호받아야 할 13세의 피해자를 협박하여 강제로 끌고 가 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것으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극도의 정신적 충격과 공포, 성적 수치심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건전한 성적 관념의 형성과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장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또 "보호관찰이나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만으로는 피고인의 재범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결론적으로 A 씨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A 씨의 감형 사유를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다행히 중하지 아니하다.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지만 2005년 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받았고 2008년 당시 공주치료감호소 정신감정결과 진단된 '뇌의 질병, 손상 및 기능부전으로 인한 장애'에 대하여 오랜 교도소 생활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상들과 함께 형법 제51조가 정하고 있는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판결문에 제시된 주된 감형 이유는 △피고인의 범행 인정 △피해자의 상해 정도 △피고인이 뇌 수술 이후 치료를 받지 못한 점 등인데, 이러한 사유들이 1심 선고 때 고려되지 않았던 양형 조건들인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A 씨는 피해자와 별다른 합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나 그 보호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는데, 이러한 상황은 사고 이후부터 2심 선고 당시까지 쭉 변동이 없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항소심이 이를(1심이 책정한 형량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 12세 아동 성폭행 20대 남성, 징역 10년→7년 감형

이 외에도 이 후보자가 12세 아동을 성폭행(의제강간)한 20대 남성 B 씨에 대해 1심의 징역 10년이 너무 과하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한 판결도 KBS 보도로 논란이 됐습니다.

앞서 B 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2살 피해자를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과거 비슷한 아동 성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아동 성폭행범 감형한 대법원장 후보자…‘자백해서, 젊어서, 다른 범죄 없어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5364

2020년 B 씨의 항소심을 맡은 이 후보자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했고 △
2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라는 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감형 사유로 든 △피고인의 자백 △젊은 나이 등은 1심 선고 이후 달라진 요소가 아닌 데다, 1심이 선고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조치는 재범을 우려해 징역형과 별도로 내려진 처분인데, 이를 오히려 별도의 감형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은의 변호사는 "감형했어야 하는 사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은 채 피해자도 용서하지 않은 가해자를 2심 법원이 용서한 꼴이 되는 판결"이라며 "2020년의 판결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에서 하급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양형기준에서 제시한 권고 형량 범위를 참고해 적절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권고형 범위인 징역 4년∼10년 8개월을 고려해 도출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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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소 8일 여중생 성폭행…대법원장 후보는 “치료 못 받아” 감형 [주말엔]
    • 입력 2023-08-26 09:00:38
    • 수정2023-08-28 11:36:51
    주말엔

윤석열 정부의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과거 성폭력 사건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0년 만기 출소한 지 8일 만에 13살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남성의 항소심 사건을 맡아, 1심이 선고한 징역 18년의 형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해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남성은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강도강간미수 등 성폭력 범죄 전과가 여럿 있었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보호관찰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피해자나 피해자의 보호자와도 합의하지 않아 선고 당시까지 용서를 받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온 건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이 후보자의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 '전자발찌' 차고도…만기 출소 후 8일 만에 여중생 납치ㆍ성폭행

KBS가 입수한 2020년 12월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당시 사건의 재판장을 맡았던 이 후보자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다수의 범죄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2003년 중1 여학생을 강제로 인적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가 "소리치면 칼로 찌르겠다"고 위협하며 강제 추행하는 등,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수법의 성폭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렀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2008년 서울고법에서 강도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2020년 2월 만기 출소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출소한 지 불과 8일 만에 또다시 13세 여중생을 상대로 "칼을 가지고 있다"며 거짓말로 협박해 강제로 끌고 가 추행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입혔습니다.

그는 심지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3조(누범의 형)
특정강력범죄로 형(刑)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여진 형의 장기(長期) 및 단기(短期)의 2배까지 가중한다.

1심은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18년을 선고했고,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재판에서 A 씨는 2005년 머리를 다쳐 뇌 수술을 받은 후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돼 범행 당시 자신이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1심 때와 달라진 사정 있었나…피해자 가족 용서 없었는데 감형

이 후보자의 재판부는 2020년 12월 A 씨의 형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했습니다.

A 씨의 혐의는 항소심 계산대로라도 최소 징역 14년부터 최장 징역 50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하한선에 가까운 형량을 매긴 겁니다.

이 후보자는 우선 "범죄에 취약하고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시기에 있어 보호받아야 할 13세의 피해자를 협박하여 강제로 끌고 가 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것으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극도의 정신적 충격과 공포, 성적 수치심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건전한 성적 관념의 형성과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장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또 "보호관찰이나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만으로는 피고인의 재범을 막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결론적으로 A 씨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A 씨의 감형 사유를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다행히 중하지 아니하다.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지만 2005년 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받았고 2008년 당시 공주치료감호소 정신감정결과 진단된 '뇌의 질병, 손상 및 기능부전으로 인한 장애'에 대하여 오랜 교도소 생활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상들과 함께 형법 제51조가 정하고 있는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판결문에 제시된 주된 감형 이유는 △피고인의 범행 인정 △피해자의 상해 정도 △피고인이 뇌 수술 이후 치료를 받지 못한 점 등인데, 이러한 사유들이 1심 선고 때 고려되지 않았던 양형 조건들인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A 씨는 피해자와 별다른 합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나 그 보호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는데, 이러한 상황은 사고 이후부터 2심 선고 당시까지 쭉 변동이 없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대법원은 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형량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경우 항소심이 이를(1심이 책정한 형량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 12세 아동 성폭행 20대 남성, 징역 10년→7년 감형

이 외에도 이 후보자가 12세 아동을 성폭행(의제강간)한 20대 남성 B 씨에 대해 1심의 징역 10년이 너무 과하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한 판결도 KBS 보도로 논란이 됐습니다.

앞서 B 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2살 피해자를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과거 비슷한 아동 성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아동 성폭행범 감형한 대법원장 후보자…‘자백해서, 젊어서, 다른 범죄 없어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5364

2020년 B 씨의 항소심을 맡은 이 후보자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했고 △
2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라는 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감형 사유로 든 △피고인의 자백 △젊은 나이 등은 1심 선고 이후 달라진 요소가 아닌 데다, 1심이 선고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조치는 재범을 우려해 징역형과 별도로 내려진 처분인데, 이를 오히려 별도의 감형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은의 변호사는 "감형했어야 하는 사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은 채 피해자도 용서하지 않은 가해자를 2심 법원이 용서한 꼴이 되는 판결"이라며 "2020년의 판결이라는 점에서는 조금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에서 하급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양형기준에서 제시한 권고 형량 범위를 참고해 적절한 형을 선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권고형 범위인 징역 4년∼10년 8개월을 고려해 도출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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