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실험정신은 죽지 않는다…백발 거장들의 화려한 외출

입력 2023.08.26 (21:28) 수정 2023.08.2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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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틀에 박힌 예술을 거부하는 실험 정신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열어간 두 원로 작가의 전시회가 나란히 열립니다.

기존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온 두 노장의 발자취를 김석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구두와 양말을 벗고, 윗도리도 벗고, 맨손체조를 시작합니다.

건강체조도 전시장에서 하면 예술일까?

예술이란 건 대체 뭘까?

여든을 앞둔 작가의 행위는 그걸 묻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이미 자기 몸짓을 연속해서 찍은 획기적인 초상 사진을 선보인 성능경 작가.

보기 좋은 예술, 쉬운 예술을 버리고 고집스럽게 다른 길을 걸은 그를 세상은 업신여겼지만, 일흔아홉이 된 지금까지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망설임 없이 '망친 예술'이라 부릅니다.

[성능경/작가 : "옛날엔 작품 하나 생각하는 것도 괴로웠고, 다음번에 뭐하지? 다음번에 뭐하지? 이런 항상 그런 고통 속에 살았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고통은 사라지고 뭐든지 하면 예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가지고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앞 잔디밭에 붙을 붙이자, 서서히 불길이 번져 나가고, 검게 그을린 '흔적'을 따라 기하학적인 무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작가가 1970년 한강 변에서 선보인 역사적인 대지미술 작품입니다.

1960년대에 이미 혼자서 제작, 감독, 편집까지 도맡아 혁신적인 비디오 작품을 발표했고, 회화부터 설치,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작가의 70년 예술 인생을 망라한 대규모 전시회.

230여 점에 이르는 작품 가운데 두 점은 놀랍게도 가장 최근에 완성한 신작입니다.

[김구림/작가 : "그렇게 활동하다가 죽었으면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나는 오늘날까지 작품을 하면서 돈이라는 걸 생각 안 했어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열정, 꺼지지 않는 실험정신.

두 거장의 빛나는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김지영/자막제작: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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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문화] 실험정신은 죽지 않는다…백발 거장들의 화려한 외출
    • 입력 2023-08-26 21:28:55
    • 수정2023-08-26 22:03:44
    뉴스 9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틀에 박힌 예술을 거부하는 실험 정신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열어간 두 원로 작가의 전시회가 나란히 열립니다.

기존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온 두 노장의 발자취를 김석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구두와 양말을 벗고, 윗도리도 벗고, 맨손체조를 시작합니다.

건강체조도 전시장에서 하면 예술일까?

예술이란 건 대체 뭘까?

여든을 앞둔 작가의 행위는 그걸 묻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이미 자기 몸짓을 연속해서 찍은 획기적인 초상 사진을 선보인 성능경 작가.

보기 좋은 예술, 쉬운 예술을 버리고 고집스럽게 다른 길을 걸은 그를 세상은 업신여겼지만, 일흔아홉이 된 지금까지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망설임 없이 '망친 예술'이라 부릅니다.

[성능경/작가 : "옛날엔 작품 하나 생각하는 것도 괴로웠고, 다음번에 뭐하지? 다음번에 뭐하지? 이런 항상 그런 고통 속에 살았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고통은 사라지고 뭐든지 하면 예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가지고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앞 잔디밭에 붙을 붙이자, 서서히 불길이 번져 나가고, 검게 그을린 '흔적'을 따라 기하학적인 무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작가가 1970년 한강 변에서 선보인 역사적인 대지미술 작품입니다.

1960년대에 이미 혼자서 제작, 감독, 편집까지 도맡아 혁신적인 비디오 작품을 발표했고, 회화부터 설치,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작가의 70년 예술 인생을 망라한 대규모 전시회.

230여 점에 이르는 작품 가운데 두 점은 놀랍게도 가장 최근에 완성한 신작입니다.

[김구림/작가 : "그렇게 활동하다가 죽었으면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나는 오늘날까지 작품을 하면서 돈이라는 걸 생각 안 했어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열정, 꺼지지 않는 실험정신.

두 거장의 빛나는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김지영/자막제작: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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