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요동치는 전 세계 ‘식량 가격’…놀랄 일 아니다?

입력 2023.08.28 (10:51) 수정 2023.08.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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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식량 가격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쌀값은 십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설탕, 양파 등 주요 작물 가격도 요동치고 있는데요.

기후 위기에 길어지는 전쟁까지, 식량 가격을 흔들고 있다는데,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세계에서 설탕을 제일 많이 생산하는 인도가 앞으로 설탕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인도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하지 않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습니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금지하는 건 7년 만인데요.

전 세계에서 설탕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보니, 인도가 수출을 안 하면 국제 설탕 가격이 크게 오를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인도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가뭄이 심해 설탕 농사가 크게 흉년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주요 사탕수수 생산 지역에서 올해 강수량이 평년보다 최고 절반 가량 줄어든 거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상 기후가 점점 심해지면서 이런 흉작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앵커]

인도는 양파 수출세도 크게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변국들에 비상이 걸린 상태죠?

[기자]

인도는 양파 수출량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요.

그런 인도가 최근 양파 수출 관세를 40%나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변국들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양파 농사도 심한 흉작이 들었기 때문인데, 이번엔 홍수 때문입니다.

인도는 '양파 가격을 잡아야 집권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바구니 물가에서 양파 가격의 영향력이 큰데요.

공교롭게도 인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죠.

심상치 않은 식탁 물가 오름세에 인도 정부는 일부 쌀 종류의 수출도 금지한 상태입니다.

[인도 정미업계 종사자 : "인도 안에서만 해도 쌀 수요가 매우 높아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쌀 수출 금지는 기존에 수입해 가던 국가들의 쌀값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도 올 여름 홍수 피해가 커 수확량이 줄어들 거로 보인다는 건데요.

미국 CNBC는 쌀, 양파 등 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들썩이면서, "아시아에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평소에 자주 먹는 식재료들이라서 우리 식탁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기후 위기는 농산물 생산량을 줄일 뿐 아니라 수출길도 막는다면서요?

[기자]

기후위기로 작물은 덜 나는데 물류비는 더 드는 상황입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세계 주요 바닷길 중 하나인 '파나마 운하'가 유례없는 가뭄으로 수량이 부족해지면서 선박 통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관계자 : "보통 예약을 하지 않은 배라고 해도 5일 이상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9일~11일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파나마운하청이 하루에 통행할 수 있는 선박을 32척으로 줄이면서, 최근 현장에선 백 척이 넘는 선박이 마냥 운항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결국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인데요.

한 물류정보업체 조사 결과를 보면, 파나마운하를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로 가는 데 드는 운송비는 두 달 전보다 30% 가까이 뛴 거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국제 곡물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이상 기후까지 식량 위기에 부채질하고 있네요.

[기자]

지난달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흑해에서 곡물선 운항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하면서, 우크라이나 생산량이 많은 밀 가격이 다시 크게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죠.

다행히 밀은 올해 풍작이라, 지난해보다 17%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른데요.

세계 식량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건 이제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전쟁과 이상 기후,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 확대는 식량 가격이 급변하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짚었는데요.

이런 상황은 외국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가난한 나라들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겠죠.

[인도 국제관계 전문가 : "작은 수입국들에 갑자기 수출이 금지되면, 이들 국가는 많은 문제에 직면할 겁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식량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겁니다."]

유엔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7억 명 넘는 사람들이 굶주렸고, 24억 명은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했다고 파악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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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8 10:51:17
    • 수정2023-08-28 10: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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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식량 가격 추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쌀값은 십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설탕, 양파 등 주요 작물 가격도 요동치고 있는데요.

기후 위기에 길어지는 전쟁까지, 식량 가격을 흔들고 있다는데,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세계에서 설탕을 제일 많이 생산하는 인도가 앞으로 설탕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인도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하지 않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습니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금지하는 건 7년 만인데요.

전 세계에서 설탕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다 보니, 인도가 수출을 안 하면 국제 설탕 가격이 크게 오를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인도가 이런 결정을 한 이유는 가뭄이 심해 설탕 농사가 크게 흉년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주요 사탕수수 생산 지역에서 올해 강수량이 평년보다 최고 절반 가량 줄어든 거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상 기후가 점점 심해지면서 이런 흉작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앵커]

인도는 양파 수출세도 크게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변국들에 비상이 걸린 상태죠?

[기자]

인도는 양파 수출량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요.

그런 인도가 최근 양파 수출 관세를 40%나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변국들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양파 농사도 심한 흉작이 들었기 때문인데, 이번엔 홍수 때문입니다.

인도는 '양파 가격을 잡아야 집권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바구니 물가에서 양파 가격의 영향력이 큰데요.

공교롭게도 인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죠.

심상치 않은 식탁 물가 오름세에 인도 정부는 일부 쌀 종류의 수출도 금지한 상태입니다.

[인도 정미업계 종사자 : "인도 안에서만 해도 쌀 수요가 매우 높아서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쌀 수출 금지는 기존에 수입해 가던 국가들의 쌀값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도 올 여름 홍수 피해가 커 수확량이 줄어들 거로 보인다는 건데요.

미국 CNBC는 쌀, 양파 등 아시아에서 주로 소비되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들썩이면서, "아시아에서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평소에 자주 먹는 식재료들이라서 우리 식탁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기후 위기는 농산물 생산량을 줄일 뿐 아니라 수출길도 막는다면서요?

[기자]

기후위기로 작물은 덜 나는데 물류비는 더 드는 상황입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세계 주요 바닷길 중 하나인 '파나마 운하'가 유례없는 가뭄으로 수량이 부족해지면서 선박 통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관계자 : "보통 예약을 하지 않은 배라고 해도 5일 이상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9일~11일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파나마운하청이 하루에 통행할 수 있는 선박을 32척으로 줄이면서, 최근 현장에선 백 척이 넘는 선박이 마냥 운항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하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결국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인데요.

한 물류정보업체 조사 결과를 보면, 파나마운하를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로 가는 데 드는 운송비는 두 달 전보다 30% 가까이 뛴 거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국제 곡물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이상 기후까지 식량 위기에 부채질하고 있네요.

[기자]

지난달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흑해에서 곡물선 운항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하면서, 우크라이나 생산량이 많은 밀 가격이 다시 크게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죠.

다행히 밀은 올해 풍작이라, 지난해보다 17%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른데요.

세계 식량 가격이 크게 요동치는 건 이제 '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전쟁과 이상 기후,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 확대는 식량 가격이 급변하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짚었는데요.

이런 상황은 외국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가난한 나라들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겠죠.

[인도 국제관계 전문가 : "작은 수입국들에 갑자기 수출이 금지되면, 이들 국가는 많은 문제에 직면할 겁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식량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겁니다."]

유엔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7억 명 넘는 사람들이 굶주렸고, 24억 명은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했다고 파악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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