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년, 길목마다 사법리스크…당내 계파갈등 임계점 오나?

입력 2023.08.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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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미래 정당, 유능하고 강한 정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 약속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습니다.
-2022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수락연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로 취임한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77.77%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이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유능한 대안 정당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 민생과 경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여당,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 저희가 협력할 수 있는 최대치로 협력하겠다"며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1년간 이 대표의 리더십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습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사법리스크에 번번이 발목…'심리적 분당 상태'

취임 후 1년 동안 이 대표는 4번의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도 2건입니다.

이 대표가 가는 길목마다 검찰은 사법리스크 카드를 꺼내 들면서 민주당을 압박했습니다. 지난 1월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놓고 당은 혼란에 빠졌고, 출석 길에 의원들이 대거 동행하면서 '사당화'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월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의원들이 무효나 기권에 표를 던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 색출에 나서기도 했고,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엄호하면서, 다른 의원들의 사법리스크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지난 2월 이수진(비례)·기동민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노웅래 의원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모두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5번째 출석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 대표는 9월 정기국회 중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9월 중순께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체포동의안 표결로 민주당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 9월 정기국회, 이재명의 운명은…정국 '시계 제로'

두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시화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친명계에선 일관되게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재명만으로 총선을 치러서도 안 되지만, 이재명 없이 총선을 치를 수도 없다", 친명계가 자주 인용하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법원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돼서 오히려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지는만큼 지난번처럼 아예 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옥중 공천'이란 말도 그래서 나옵니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속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결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비명계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합니다. 지난 6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비명계는 이 대표 스스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달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이 모두 가결에 표를 던질 경우, 민주당에서 가결표가 30여 표만 나와도 체포동의안은 가결됩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더라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는 극적으로 생환하게 됩니다. 총선까지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집니다. 친명계 입장에선 베스트이겠지만 비명계 입장에선 '공천 학살'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령 이 대표가 구속돼 사퇴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대해선 모두 계산법이 다릅니다. 민주당 당헌은 대표가 임기 8개월 이상을 남기고 사퇴할 경우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명계 단일 후보를 내세워 친명계 후보와 당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당내 합의로 당헌을 개정해 비대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 오는 31일 기자간담회…이재명의 답은?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2022년 8월 28일 이재명 당 대표 수락연설 중

이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재집권을 위한 길목의 가장 중요한 기점이 내년 총선입니다. 이 대표는 오는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총선 승리'라는 목표 앞에서 본인 거취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밝힐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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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1년, 길목마다 사법리스크…당내 계파갈등 임계점 오나?
    • 입력 2023-08-28 17: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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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는 미래 정당, 유능하고 강한 정당,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 통합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 약속 반드시 지키고 실천하겠습니다.
-2022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수락연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로 취임한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77.77%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된 이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유능한 대안 정당을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 민생과 경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여당,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 저희가 협력할 수 있는 최대치로 협력하겠다"며 협치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1년간 이 대표의 리더십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습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사법리스크에 번번이 발목…'심리적 분당 상태'

취임 후 1년 동안 이 대표는 4번의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도 2건입니다.

이 대표가 가는 길목마다 검찰은 사법리스크 카드를 꺼내 들면서 민주당을 압박했습니다. 지난 1월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놓고 당은 혼란에 빠졌고, 출석 길에 의원들이 대거 동행하면서 '사당화' 논란도 벌어졌습니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월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의원들이 무효나 기권에 표를 던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 색출에 나서기도 했고,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엄호하면서, 다른 의원들의 사법리스크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지난 2월 이수진(비례)·기동민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노웅래 의원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모두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5번째 출석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 대표는 9월 정기국회 중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9월 중순께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체포동의안 표결로 민주당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 9월 정기국회, 이재명의 운명은…정국 '시계 제로'

두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이 가시화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친명계에선 일관되게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재명만으로 총선을 치러서도 안 되지만, 이재명 없이 총선을 치를 수도 없다", 친명계가 자주 인용하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법원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돼서 오히려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지는만큼 지난번처럼 아예 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옥중 공천'이란 말도 그래서 나옵니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속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결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비명계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합니다. 지난 6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비명계는 이 대표 스스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달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이 모두 가결에 표를 던질 경우, 민주당에서 가결표가 30여 표만 나와도 체포동의안은 가결됩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더라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는 극적으로 생환하게 됩니다. 총선까지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집니다. 친명계 입장에선 베스트이겠지만 비명계 입장에선 '공천 학살'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령 이 대표가 구속돼 사퇴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대해선 모두 계산법이 다릅니다. 민주당 당헌은 대표가 임기 8개월 이상을 남기고 사퇴할 경우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명계 단일 후보를 내세워 친명계 후보와 당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당내 합의로 당헌을 개정해 비대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 오는 31일 기자간담회…이재명의 답은?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2022년 8월 28일 이재명 당 대표 수락연설 중

이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재집권을 위한 길목의 가장 중요한 기점이 내년 총선입니다. 이 대표는 오는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총선 승리'라는 목표 앞에서 본인 거취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밝힐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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