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러 청년들에게 “차르의 후예들”…우크라 “유감”

입력 2023.08.29 (12:14) 수정 2023.08.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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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 청년 신자들에게 '차르(러시아 황제)의 후예임을 기억하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8일 로이터 통신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청년 신자들에게 한 실시간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교황은 이날 미리 준비한 연설을 스페인어로 읽었지만 마지막에는 즉석에서 이탈리아어로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heredity)을 잊지 말라"며 "여러분은 위대한 러시아의 후예(heir)"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교황은 "성인들과 왕들의 위대한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2세의 위대한 러시아, 위대한 러시아 제국, 많은 문화" 등을 언급하면서 "여러분은 위대한 어머니 러시아의 후예이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습니다.

교황청은 다음날인 26일 교황의 연설문을 공개했지만 마지막 발언은 연설문에 빠져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논란이 된 마지막 발언을 하는 교황의 영상은 종교 사이트 등에 올라와 있습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교황의 발언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러시아의 선전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로이터는 교황이 언급한 표트르 대제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예로 제시해온 인물이라고 짚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 벌인 북방전쟁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영토를) 되찾고 강화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를 걸어둘 정도로 그를 존경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이 발언도 자신을 표트르 대제와 비교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교황청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교황청은 현지시각 29일 성명을 내고 교황이 과거 러시아 제국주의를 미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청은 "교황은 젊은이들이 러시아의 위대한 문화와 정신적 유산에서 긍정적인 모든 것을 보존하고 증진하도록 격려할 의도로 발언한 것일 뿐, 일부 역사적 시기를 언급하며 제국주의 논리와 정부 인사를 찬미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행위가 잔인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국가의 자결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해왔습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두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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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9 12:14:37
    • 수정2023-08-29 19:24:24
    국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 청년 신자들에게 '차르(러시아 황제)의 후예임을 기억하라'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8일 로이터 통신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달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청년 신자들에게 한 실시간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교황은 이날 미리 준비한 연설을 스페인어로 읽었지만 마지막에는 즉석에서 이탈리아어로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heredity)을 잊지 말라"며 "여러분은 위대한 러시아의 후예(heir)"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교황은 "성인들과 왕들의 위대한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2세의 위대한 러시아, 위대한 러시아 제국, 많은 문화" 등을 언급하면서 "여러분은 위대한 어머니 러시아의 후예이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습니다.

교황청은 다음날인 26일 교황의 연설문을 공개했지만 마지막 발언은 연설문에 빠져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논란이 된 마지막 발언을 하는 교황의 영상은 종교 사이트 등에 올라와 있습니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올레흐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교황의 발언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러시아의 선전과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로이터는 교황이 언급한 표트르 대제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예로 제시해온 인물이라고 짚었습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트르 대제가 스웨덴과 벌인 북방전쟁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영토를) 되찾고 강화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를 걸어둘 정도로 그를 존경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이 발언도 자신을 표트르 대제와 비교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교황청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교황청은 현지시각 29일 성명을 내고 교황이 과거 러시아 제국주의를 미화할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청은 "교황은 젊은이들이 러시아의 위대한 문화와 정신적 유산에서 긍정적인 모든 것을 보존하고 증진하도록 격려할 의도로 발언한 것일 뿐, 일부 역사적 시기를 언급하며 제국주의 논리와 정부 인사를 찬미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행위가 잔인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국가의 자결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해왔습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두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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