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SRT·현대로템 입찰 비리 압수수색…점수 몰아주기 의혹 들여다본다

입력 2023.08.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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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찰이 고속철도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과 철도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에 대해 입찰방해 혐의로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오늘(29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주식회사 SR' 본사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로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초 SR이 신규 고속열차를 발주하고 낙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 비리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1조 원 규모 신규 고속철도 사업…현대로템 유일하게 '적격' 판정

문제가 된 사업은 올해 초 진행된 'SRT 신조차량 도입 및 정비사업'입니다. SR의 3세대 고속열차 EMU-320 112량을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사후 정비를 맡기는 사업으로 총 1조 원 규모입니다.

당시 현대로템과 함께 경쟁입찰에 참여했던 '우진산전'은 1단계 기술평가 기준을 넘지 못하고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SR이 공개한 점수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1단계 기술평가에서 87.8점을 받았고, 우진산전은 84.2점으로 기준점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SR은 기술점수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해야 기술 적격으로 판단하는데 우진산전은 1점 가량이 모자라 떨어진 겁니다.

결국, 유일하게 '적격' 평가를 받은 현대로템이 최종적으로 총 1조 860억 원 규모의 신규 열차 도입 및 정비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 경찰 "경쟁 업체 '부적격' 판정된 과정 수사"

경찰은 당시 유일한 경쟁업체였던 우진산전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다음은 주식회사 SR이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에 제출한 이 사업 기술평가 점수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

계량 평가에선 두 경쟁업체가 비슷한 점수를 받았지만, 비계량 평가 점수는 현대로템 67.8점, 우진산전 약 64.5점으로 3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결국, 우진산전이 기술평가 적격 기준인 합계 점수 85점을 넘지 못한 것은 비계량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영향이 컸습니다.

비계량 평가는 SR이 선정한 평가위원 9명이 진행하는데,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9명 모두 현대로템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 사업 당시 SR의 비계량 평가 기준과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선정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SR은 "전문성 및 경력사항을 고려했고,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위원을 제척해 평가위원을 선정했다"고 의원실에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낙찰률 98.67%…다른 계약보다 4% 높은 낙찰률 이유는?

또 한 가지 의혹은 지나치게 높은 낙찰률입니다.

낙찰률이란 SR이 제시한 '예정가격' 대비 낙찰가, 즉 계약금액의 비율인데, 이번 사업에서 예정 가격은 1조 1,006억 원 낙찰가는 1조 860억 원으로 낙찰률이 98.67%에 달했습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높은 가격을 써내면 SR에 그만큼 이득이 됩니다.

그런데 SR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 2023년 사이 SR이 체결한 계약에서의 평균 낙찰율은 94.25%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

이번 낙찰률은 SR이 체결한 다른 사업에 비해 4%이상 높은 건데, 철도 업계에선 유일한 적격 후보였던 현대로템이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서 낙찰율이 높은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수사를 이어가면서 높은 낙찰율이 형성된 부분도 살펴볼 지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오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이 사건과 관련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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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경찰, SRT·현대로템 입찰 비리 압수수색…점수 몰아주기 의혹 들여다본다
    • 입력 2023-08-29 16:36:52
    단독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찰이 고속철도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과 철도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에 대해 입찰방해 혐의로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오늘(29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주식회사 SR' 본사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로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초 SR이 신규 고속열차를 발주하고 낙찰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 비리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1조 원 규모 신규 고속철도 사업…현대로템 유일하게 '적격' 판정

문제가 된 사업은 올해 초 진행된 'SRT 신조차량 도입 및 정비사업'입니다. SR의 3세대 고속열차 EMU-320 112량을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사후 정비를 맡기는 사업으로 총 1조 원 규모입니다.

당시 현대로템과 함께 경쟁입찰에 참여했던 '우진산전'은 1단계 기술평가 기준을 넘지 못하고 '부적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SR이 공개한 점수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1단계 기술평가에서 87.8점을 받았고, 우진산전은 84.2점으로 기준점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SR은 기술점수에서 85점 이상을 획득해야 기술 적격으로 판단하는데 우진산전은 1점 가량이 모자라 떨어진 겁니다.

결국, 유일하게 '적격' 평가를 받은 현대로템이 최종적으로 총 1조 860억 원 규모의 신규 열차 도입 및 정비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 경찰 "경쟁 업체 '부적격' 판정된 과정 수사"

경찰은 당시 유일한 경쟁업체였던 우진산전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다음은 주식회사 SR이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에 제출한 이 사업 기술평가 점수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
계량 평가에선 두 경쟁업체가 비슷한 점수를 받았지만, 비계량 평가 점수는 현대로템 67.8점, 우진산전 약 64.5점으로 3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결국, 우진산전이 기술평가 적격 기준인 합계 점수 85점을 넘지 못한 것은 비계량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영향이 컸습니다.

비계량 평가는 SR이 선정한 평가위원 9명이 진행하는데,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9명 모두 현대로템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이 사업 당시 SR의 비계량 평가 기준과 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선정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SR은 "전문성 및 경력사항을 고려했고, 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위원을 제척해 평가위원을 선정했다"고 의원실에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낙찰률 98.67%…다른 계약보다 4% 높은 낙찰률 이유는?

또 한 가지 의혹은 지나치게 높은 낙찰률입니다.

낙찰률이란 SR이 제시한 '예정가격' 대비 낙찰가, 즉 계약금액의 비율인데, 이번 사업에서 예정 가격은 1조 1,006억 원 낙찰가는 1조 860억 원으로 낙찰률이 98.67%에 달했습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높은 가격을 써내면 SR에 그만큼 이득이 됩니다.

그런데 SR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 2023년 사이 SR이 체결한 계약에서의 평균 낙찰율은 94.25%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제공. 주식회사 SR 제출
이번 낙찰률은 SR이 체결한 다른 사업에 비해 4%이상 높은 건데, 철도 업계에선 유일한 적격 후보였던 현대로템이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서 낙찰율이 높은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수사를 이어가면서 높은 낙찰율이 형성된 부분도 살펴볼 지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오늘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등 이 사건과 관련한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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