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붕괴’ 안석간석지 모습은?…북한 농업 생산 영향은 ‘미미’

입력 2023.09.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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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위성 사진으로 베일에 싸인 북한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위성 플래닛랩스의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활용하는데, 지상의 가로 세로 0.5 미터 크기 물체의 식별이 가능한, 기본적인 군용 정찰위성 수준입니다. 대상 선정과 분석 작업은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연중 함께 합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수해로 바닷물에 잠긴 평안남도 온천군 안석간석지 침수 상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 "김덕훈 내각 극심히 문란" 이례적 질타…안석간석지 어떻게 됐길래?

안석간석지는 평안남도 온천군 안석리에서 석치리 지역과 맞닿아 있는, 서해에 있는 간석지로 2017년 5월 착공돼 3년 만인 2020년 9월 준공됐습니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 등이 '대자연 개조 사업'이라며 치적으로 내세웠고 "나라의 농업 발전에 이바지할 또 하나의 든든한 밑천"이라며 농업 측면에서도 큰 기대를 받은 지역이기도 한데요.

이렇듯 중요한 지역이 지난달 중순 태풍과 폭우 등 영향으로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1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 안석간석지 피해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김덕훈 총리에 대해 "내각의 행정 규율이 극심하게 문란하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플래닛랩스 위성사진으로 볼 때 안석간석지는 지난달 7일까지만 하더라도 제방이 온전하고 아직까지 농경지의 형태를 유지하다, 지난달 16일쯤부터 본격적으로 침수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제방이 무너지고 사흘도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지난달 19일 당시 침수 면적은 위성사진상으로 계산해볼 때 약 5.4㎢ 정도로, 540헥타르가량입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도 총 560여 정보, 즉 555헥타르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바다를 메운 뒤 몇 년간 소금기를 빼는 담수화 과정을 거쳐서 농경지로 활용한 건데, 다시금 침수돼 버렸으니 김 위원장의 당혹감은 총리한테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만큼 컸을 겁니다.

"기상 여건 양호·농업 물자 확보…올해 북한 농업 생산량 작년보다 나을 듯"

다만 농업 전문가들은 안석간석지 침수가 북한 전체 농업 생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안석간석지는 총 560여 정보가 침수됐지만, 실제 논벼를 심는 농경지는 270여 정보 수준"이라며 "(농경지라 해도) 원래 바닷가였던 지역인 만큼 염도가 높아 그다지 생산력이 높은 지역일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석간석지에 앞서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강원도 안변군 오계리 일대 수해도, 올해 농업 생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정 실장은 "북한의 곡물 생산에 가장 중요한 지역은 황해도, 평안도의 곡창지대"라며 "이 지역에만 큰 수해가 나지 않는다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에 큰 변동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6, 7월 즈음 재배하는 밀·보리 농사도 잘됐다고 노동신문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만큼 기후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관개공사를 적극적으로 해온 측면이 있다"며 "또 올해는 중국 등을 통해서 비료라든지 농업 물자 수급이 지난해보다는 훨씬 원활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실장은 "그런 만큼 9, 10월 중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에 큰 태풍 피해만 없다면 가을에 재배하는 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을 포함한 올해 작황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도 "안석간석지의 침수된 농경지 270헥타르 정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쌀은 최대로 잡아야 천 톤가량"이라며 "북한의 연간 곡물 생산량이 450만~470만 톤 사이임을 감안하면 아주 미미한 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올해 장마 기간도 남한에서나 굉장히 길고 홍수 피해가 컸을 뿐, 북한에서는 장마 전선이 순식간에 지나가 기상 조건도 좋았다"면서 "다만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준까지 이를 순 없고 작년(451만 톤 추정)보다는 작황이 나을 것 같다는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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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훈 내각 극심히 문란" 이례적 질타…안석간석지 어떻게 됐길래?

안석간석지는 평안남도 온천군 안석리에서 석치리 지역과 맞닿아 있는, 서해에 있는 간석지로 2017년 5월 착공돼 3년 만인 2020년 9월 준공됐습니다. 당시 북한 노동신문 등이 '대자연 개조 사업'이라며 치적으로 내세웠고 "나라의 농업 발전에 이바지할 또 하나의 든든한 밑천"이라며 농업 측면에서도 큰 기대를 받은 지역이기도 한데요.

이렇듯 중요한 지역이 지난달 중순 태풍과 폭우 등 영향으로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1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 안석간석지 피해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김덕훈 총리에 대해 "내각의 행정 규율이 극심하게 문란하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플래닛랩스 위성사진으로 볼 때 안석간석지는 지난달 7일까지만 하더라도 제방이 온전하고 아직까지 농경지의 형태를 유지하다, 지난달 16일쯤부터 본격적으로 침수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제방이 무너지고 사흘도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지난달 19일 당시 침수 면적은 위성사진상으로 계산해볼 때 약 5.4㎢ 정도로, 540헥타르가량입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도 총 560여 정보, 즉 555헥타르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바다를 메운 뒤 몇 년간 소금기를 빼는 담수화 과정을 거쳐서 농경지로 활용한 건데, 다시금 침수돼 버렸으니 김 위원장의 당혹감은 총리한테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만큼 컸을 겁니다.

"기상 여건 양호·농업 물자 확보…올해 북한 농업 생산량 작년보다 나을 듯"

다만 농업 전문가들은 안석간석지 침수가 북한 전체 농업 생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안석간석지는 총 560여 정보가 침수됐지만, 실제 논벼를 심는 농경지는 270여 정보 수준"이라며 "(농경지라 해도) 원래 바닷가였던 지역인 만큼 염도가 높아 그다지 생산력이 높은 지역일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석간석지에 앞서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강원도 안변군 오계리 일대 수해도, 올해 농업 생산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정 실장은 "북한의 곡물 생산에 가장 중요한 지역은 황해도, 평안도의 곡창지대"라며 "이 지역에만 큰 수해가 나지 않는다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에 큰 변동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6, 7월 즈음 재배하는 밀·보리 농사도 잘됐다고 노동신문 등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만큼 기후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관개공사를 적극적으로 해온 측면이 있다"며 "또 올해는 중국 등을 통해서 비료라든지 농업 물자 수급이 지난해보다는 훨씬 원활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실장은 "그런 만큼 9, 10월 중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에 큰 태풍 피해만 없다면 가을에 재배하는 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을 포함한 올해 작황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좋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도 "안석간석지의 침수된 농경지 270헥타르 정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쌀은 최대로 잡아야 천 톤가량"이라며 "북한의 연간 곡물 생산량이 450만~470만 톤 사이임을 감안하면 아주 미미한 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올해 장마 기간도 남한에서나 굉장히 길고 홍수 피해가 컸을 뿐, 북한에서는 장마 전선이 순식간에 지나가 기상 조건도 좋았다"면서 "다만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준까지 이를 순 없고 작년(451만 톤 추정)보다는 작황이 나을 것 같다는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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