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소떼 구출작전…“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입력 2023.09.01 (19: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메말랐던 저류지에 순식간에 빗물이 들어찼습니다.

저류지 바닥에 자란 풀을 뜯어 먹고 있던 소 6마리는 물어 차오르자 저류지 한쪽 귀퉁이로 대피했습니다.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저류지에서 옴짝달싹 못 한채 겁에 질린 소들.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은 먼저 큰 소 5마리를 안전한 곳으로 유인했습니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 채 이동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몸집이 작은 송아지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송아지는 119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크레인을 타고 뭍으로 나왔습니다.


구조에 나섰던 이건윤 제주서부소방서 구조대원은 "다행히 큰 소들은 발이 닿을 정도의 깊이였지만, 작은 송아지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직접 내려가 안전벨트를 채우고 안아서 크레인으로 인양했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설명했습니다.

■ "저류지 개인 목장화 문제…엄연한 동물 학대 행위"

지난 6월 초 KBS에는 "소가 저류지에 고립될 것 같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한 주민의 전화였습니다.


제보자가 보낸 사진에는 배수로를 통해 빗물이 쏟아지고 있는 저류지에 소 6마리가 갇혀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곧바로 해당 읍사무소에 연락해 안전 조치를 요청했고, 소 주인과 연락이 닿아 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제보자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면서 "저류지는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놓은 건데 왜 개인 목장화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제보자는 이어 "개인 목장처럼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 학대나 다름없는 행위"라며 "위험할 땐 사람이나 짐승이나 피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제보자는 "또 다른 저류지에서 소 한 마리가 죽기 직전에 있는 걸 본 적도 있다"며 "나 몰라라 저류지에 가둬놓고 죽든 살든 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 "공유재산 무단 점유는 불법…형사 처벌 대상"


이처럼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빗물을 모아두는 저류지에 소들을 방목했다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류지 앞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내걸려 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저류지에 소를 풀어놓을 경우 '공유재산 무단 점유'에 해당돼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고 형사 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양창훈 서귀포시 안전총괄과장은 "1차적으로 계고를 한 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까지 하고 있다"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과장은 이어 "보통 1년에 2회 정도 정기 점검을 하는데,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수시로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상 기후로 예측할 수 없는 폭우가 이어지는 만큼, 저류지에서의 가축 방목을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폭우 속 소떼 구출작전…“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입력 2023-09-01 19:20:19
    심층K

지난달 30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메말랐던 저류지에 순식간에 빗물이 들어찼습니다.

저류지 바닥에 자란 풀을 뜯어 먹고 있던 소 6마리는 물어 차오르자 저류지 한쪽 귀퉁이로 대피했습니다.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저류지에서 옴짝달싹 못 한채 겁에 질린 소들.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은 먼저 큰 소 5마리를 안전한 곳으로 유인했습니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민 채 이동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몸집이 작은 송아지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송아지는 119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크레인을 타고 뭍으로 나왔습니다.


구조에 나섰던 이건윤 제주서부소방서 구조대원은 "다행히 큰 소들은 발이 닿을 정도의 깊이였지만, 작은 송아지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직접 내려가 안전벨트를 채우고 안아서 크레인으로 인양했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설명했습니다.

■ "저류지 개인 목장화 문제…엄연한 동물 학대 행위"

지난 6월 초 KBS에는 "소가 저류지에 고립될 것 같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한 주민의 전화였습니다.


제보자가 보낸 사진에는 배수로를 통해 빗물이 쏟아지고 있는 저류지에 소 6마리가 갇혀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곧바로 해당 읍사무소에 연락해 안전 조치를 요청했고, 소 주인과 연락이 닿아 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킬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제보자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면서 "저류지는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놓은 건데 왜 개인 목장화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제보자는 이어 "개인 목장처럼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 학대나 다름없는 행위"라며 "위험할 땐 사람이나 짐승이나 피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제보자는 "또 다른 저류지에서 소 한 마리가 죽기 직전에 있는 걸 본 적도 있다"며 "나 몰라라 저류지에 가둬놓고 죽든 살든 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 "공유재산 무단 점유는 불법…형사 처벌 대상"


이처럼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빗물을 모아두는 저류지에 소들을 방목했다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류지 앞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므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내걸려 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저류지에 소를 풀어놓을 경우 '공유재산 무단 점유'에 해당돼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고 형사 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양창훈 서귀포시 안전총괄과장은 "1차적으로 계고를 한 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까지 하고 있다"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과장은 이어 "보통 1년에 2회 정도 정기 점검을 하는데,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수시로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상 기후로 예측할 수 없는 폭우가 이어지는 만큼, 저류지에서의 가축 방목을 절대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