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에 서리 내리는 유럽…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09.03 (08:00) 수정 2023.09.04 (09: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우리 속담. 그 정도로 매섭고 독하다는 은유적 표현인데, 요즘 같은 시대는 말 그대로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8월에 폭설이 내리고, 불과 사흘 전까지 기온이 30도를 넘나들던 스위스에서도 눈이 내렸습니다. 누군가 한을 품어서가 아니라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8월 중순에 40도가 넘는 전례 없는 수준의 늦더위가 찾아왔습니다. 통상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반짝 더웠다가 이후에는 선선해지는 프랑스에서 8월 15일 이후 발생한 폭염은 지난 76년간 단 6차례 (2001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6년, 2017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뭅니다. 게다가 과거 6차례 폭염은 길어야 6일간 지속됐고, 7월 폭염보다 강도도 약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열흘 내내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수도 파리를 포함해 중북부 지방까지 확대됐습니다.

스페인은 국토의 75%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바다 얼음이 녹아 먹이를 찾지 못하면서, 굶는 날이 40년 새 11배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번 여름, 기후변화는 유럽 전역에서 더 독하게,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습니다.

■ 얼음 왕국 그린란드에서 딸기 재배

지구온난화는 빙하 지역에서 특히 극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전체 면적의 85%가 얼음으로 덮인 세계 최북단 섬 그린란드는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4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됐습니다. 빙하가 있던 자리에서 풀이 나기 시작했고, 이런 현상은 지난 20여 년간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겨울은 점점 짧아지고 강수량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지난 3월 기온이 15도까지 올라 비가 내렸는데, 이는 전례 없는 일로 기록됐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3월 말 열리는 북극권 스키대회를 개최할 눈이 부족해 인공 눈 사용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빙하가 줄어들수록 온난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빙하의 하얀 표면은 햇빛을 반사 시키지만, 바닷물은 열을 흡수하고 확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에서 지구온난화로 녹은 빙하가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사진 출처 : AFP)그린란드에서 지구온난화로 녹은 빙하가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사진 출처 : AFP)

따뜻해진 환경 덕에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서 고등어가 잡히고, 그린란드 주민들은 이제 상추와 양배추, 딸기, 토마토를 재배하게 됐습니다. 극지방인 그린란드에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입니다. 이런 뜻밖의 횡재에도, 이미 수십 개의 마을이 그린란드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변화입니다.

■ 알프스, '일 년 내내 언 땅'도 옛말

알프스 역시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알프스산맥에서는 1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땅인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습니다.

영구 동토층은 높은 고도의 암석에 영구적으로 녹지 않는(지금껏 녹지 않았던) 얼음이 덮여있어, 마치 시멘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낙석이나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겁니다. 최근 프랑스 사부아 지역에서 있었던 대규모 산사태도 영구 동토층이 녹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8월 28일 프랑스 사부아 지역에서 산사태가 난 모습이다. (사진 출처: AFP)8월 28일 프랑스 사부아 지역에서 산사태가 난 모습이다. (사진 출처: AFP)

현재 알프스에는 947개의 영구 동토층이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100㎥ 이상 규모의 암석이 떨어지는 일이 늘고 있다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지형학자 루도빅 라바넬은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합니다. 이는 소빙하기가 끝난 1850년대, 이후 비교적 따뜻했던 1940년대를 제외하고 1990년대까지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루도빅은 덧붙입니다.

■ 뉴욕 면적 탄 그리스, 산불은 진행 중

이상기온은 산불의 위험도 높입니다. 고온 건조한 날씨 속에 그리스 동북부에서는 열흘 넘게 산불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810㎢가 탔습니다. 미국 뉴욕시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에브로스의 다디아 숲에서 발생한 이번 불은 유럽연합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습니다. 불길을 잡기 위해 유럽 함대 소속 항공기 11대와 헬리콥터 1대가 10km에 달하는 전선을 따라 투입 되는 등 유럽 공동 항공 자원의 거의 절반이 동원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그리스 동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AP)그리스 동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AP)

그리스에서는 지난 7월에도 동남부 로도스섬에서 산불이 나 관광객 2만 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등 여러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지금도 수도 아테네 북쪽의 파르네스 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다시 확산하고 있고, 그리스 대부분 지역에 산불 위험 경보가 발령돼 있습니다. 그리스 국립천문대 추산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200㎢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습니다.

■ 에어컨 없는 유럽 "이대로는 못 살아"

견딜 수 없는 더위는 에어컨 없이 살던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겼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에서 에어컨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에 가깝습니다. 길어야 2~3주면 더위가 물러나고, 돌로 지어진 옛 건물이 많다 보니 실내에 들어가면 에어컨이 없어도 비교적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프랑스 파리 지하철 상당수에 에어컨이 없다는 점에 한국 여행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가정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잘 없는 파리지앵들은 "이 또한 지나간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 에어컨 설치 비율은 36%에 불과합니다.

그랬던 프랑스에서도 해마다 더 길고 혹독한 더위가 찾아오자, 에어컨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17%의 가정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오는 2025년에는 그 비율이 5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유럽 환경청(EEA)은 2050년까지 유럽 연합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가구의 비율이 현재의 20%에서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가정에 설치된 에어컨 대수가 15억 대인데, 2025년에는 3배 정도인 45억 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1년 전 세계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2,000T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1기가톤 이상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40분의 1에 해당합니다.

에어컨 사용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이상 기온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겁니다.

■ 30년 뒤 런던 기온 마드리드와 비슷해질 것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중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기온은 평균 2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30년 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기온은 모로코 도시 마라케시와 비슷해지고, 런던 기온은 마드리드와 비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학자들은 기후 변화 위기가 무서운 이유로, 기후 현상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기온이 상승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겨울에 갑자기 따뜻한 날이 찾아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이상 기온으로, 어부들은 어류 이동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됐고, 와인 농장들은 대체 작물을 심어야 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농업과 어업, 축산업에도 영향을 줘 먹거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점점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린란드 천연자원연구소에서 생태계 모니터링을 해온 한 연구원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다소 뻔한 말을 하면서, 자신이 동식물 생태계에서 목격한 일을 그나마 희망적인 사례로 들었습니다.

기후 이상으로 얼음이 덮여 둥지를 틀 수 없었던 철새들이 그 다음 해에 돌아왔을 때는 더 낮은 곳에 둥지를 트고 해빙된 곳을 찾아다녔으며, 때로는 놓친 계절 이전의 개체 수 수준을 회복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다시 적응하고 회복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인간도 이러한 전략에서 영감을 얻어 한 종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는 기대, 어쩌면 불행 중 유일한 희망일 수 있습니다.

자료조사 : 이준용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뉴월에 서리 내리는 유럽…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09-03 08:00:31
    • 수정2023-09-04 09:36:24
    글로벌K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우리 속담. 그 정도로 매섭고 독하다는 은유적 표현인데, 요즘 같은 시대는 말 그대로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8월에 폭설이 내리고, 불과 사흘 전까지 기온이 30도를 넘나들던 스위스에서도 눈이 내렸습니다. 누군가 한을 품어서가 아니라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8월 중순에 40도가 넘는 전례 없는 수준의 늦더위가 찾아왔습니다. 통상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반짝 더웠다가 이후에는 선선해지는 프랑스에서 8월 15일 이후 발생한 폭염은 지난 76년간 단 6차례 (2001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6년, 2017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뭅니다. 게다가 과거 6차례 폭염은 길어야 6일간 지속됐고, 7월 폭염보다 강도도 약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열흘 내내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수도 파리를 포함해 중북부 지방까지 확대됐습니다.

스페인은 국토의 75%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바다 얼음이 녹아 먹이를 찾지 못하면서, 굶는 날이 40년 새 11배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번 여름, 기후변화는 유럽 전역에서 더 독하게,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습니다.

■ 얼음 왕국 그린란드에서 딸기 재배

지구온난화는 빙하 지역에서 특히 극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전체 면적의 85%가 얼음으로 덮인 세계 최북단 섬 그린란드는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4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됐습니다. 빙하가 있던 자리에서 풀이 나기 시작했고, 이런 현상은 지난 20여 년간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겨울은 점점 짧아지고 강수량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지난 3월 기온이 15도까지 올라 비가 내렸는데, 이는 전례 없는 일로 기록됐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3월 말 열리는 북극권 스키대회를 개최할 눈이 부족해 인공 눈 사용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빙하가 줄어들수록 온난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빙하의 하얀 표면은 햇빛을 반사 시키지만, 바닷물은 열을 흡수하고 확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에서 지구온난화로 녹은 빙하가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사진 출처 : AFP)
따뜻해진 환경 덕에 그린란드 주변 해역에서 고등어가 잡히고, 그린란드 주민들은 이제 상추와 양배추, 딸기, 토마토를 재배하게 됐습니다. 극지방인 그린란드에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입니다. 이런 뜻밖의 횡재에도, 이미 수십 개의 마을이 그린란드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변화입니다.

■ 알프스, '일 년 내내 언 땅'도 옛말

알프스 역시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알프스산맥에서는 1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땅인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습니다.

영구 동토층은 높은 고도의 암석에 영구적으로 녹지 않는(지금껏 녹지 않았던) 얼음이 덮여있어, 마치 시멘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낙석이나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겁니다. 최근 프랑스 사부아 지역에서 있었던 대규모 산사태도 영구 동토층이 녹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8월 28일 프랑스 사부아 지역에서 산사태가 난 모습이다. (사진 출처: AFP)
현재 알프스에는 947개의 영구 동토층이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100㎥ 이상 규모의 암석이 떨어지는 일이 늘고 있다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지형학자 루도빅 라바넬은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합니다. 이는 소빙하기가 끝난 1850년대, 이후 비교적 따뜻했던 1940년대를 제외하고 1990년대까지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루도빅은 덧붙입니다.

■ 뉴욕 면적 탄 그리스, 산불은 진행 중

이상기온은 산불의 위험도 높입니다. 고온 건조한 날씨 속에 그리스 동북부에서는 열흘 넘게 산불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810㎢가 탔습니다. 미국 뉴욕시보다 넓은 면적입니다.

에브로스의 다디아 숲에서 발생한 이번 불은 유럽연합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습니다. 불길을 잡기 위해 유럽 함대 소속 항공기 11대와 헬리콥터 1대가 10km에 달하는 전선을 따라 투입 되는 등 유럽 공동 항공 자원의 거의 절반이 동원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그리스 동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 출처: AP)
그리스에서는 지난 7월에도 동남부 로도스섬에서 산불이 나 관광객 2만 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등 여러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지금도 수도 아테네 북쪽의 파르네스 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다시 확산하고 있고, 그리스 대부분 지역에 산불 위험 경보가 발령돼 있습니다. 그리스 국립천문대 추산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200㎢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탔습니다.

■ 에어컨 없는 유럽 "이대로는 못 살아"

견딜 수 없는 더위는 에어컨 없이 살던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겼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부분에서 에어컨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에 가깝습니다. 길어야 2~3주면 더위가 물러나고, 돌로 지어진 옛 건물이 많다 보니 실내에 들어가면 에어컨이 없어도 비교적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프랑스 파리 지하철 상당수에 에어컨이 없다는 점에 한국 여행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가정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잘 없는 파리지앵들은 "이 또한 지나간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 에어컨 설치 비율은 36%에 불과합니다.

그랬던 프랑스에서도 해마다 더 길고 혹독한 더위가 찾아오자, 에어컨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17%의 가정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지만, 오는 2025년에는 그 비율이 5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유럽 환경청(EEA)은 2050년까지 유럽 연합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가구의 비율이 현재의 20%에서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가정에 설치된 에어컨 대수가 15억 대인데, 2025년에는 3배 정도인 45억 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1년 전 세계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2,000T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1기가톤 이상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40분의 1에 해당합니다.

에어컨 사용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이상 기온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는 겁니다.

■ 30년 뒤 런던 기온 마드리드와 비슷해질 것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중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기온은 평균 2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30년 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기온은 모로코 도시 마라케시와 비슷해지고, 런던 기온은 마드리드와 비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학자들은 기후 변화 위기가 무서운 이유로, 기후 현상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기온이 상승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겨울에 갑자기 따뜻한 날이 찾아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이상 기온으로, 어부들은 어류 이동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됐고, 와인 농장들은 대체 작물을 심어야 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농업과 어업, 축산업에도 영향을 줘 먹거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점점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린란드 천연자원연구소에서 생태계 모니터링을 해온 한 연구원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다소 뻔한 말을 하면서, 자신이 동식물 생태계에서 목격한 일을 그나마 희망적인 사례로 들었습니다.

기후 이상으로 얼음이 덮여 둥지를 틀 수 없었던 철새들이 그 다음 해에 돌아왔을 때는 더 낮은 곳에 둥지를 트고 해빙된 곳을 찾아다녔으며, 때로는 놓친 계절 이전의 개체 수 수준을 회복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다시 적응하고 회복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인간도 이러한 전략에서 영감을 얻어 한 종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는 기대, 어쩌면 불행 중 유일한 희망일 수 있습니다.

자료조사 : 이준용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