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턱수염 31살 청년, 바이든 앞 최대 암초되나

입력 2023.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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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턱수염 31살 청년의 컨트리송, 미국을 뒤흔들다

빨간 턱수염 사내의 '컨트리송'이 이번 주도 미국을 뒤흔들었다. 2주 연속 빌보드 HOT 100 1위.

'Rich Men North of Richmond', '리치먼드 북쪽 부자들'이라는 제목이다. 가수는 올해 31살 올리버 앤서니( Oliver Anthony, 본명은 Christopher Anthony Lunsford).

빌보드 측은 지난주 앤서니가 첫 1위를 차지했을 때, '그 어떤 음악 순위에도 올라온 적 없던 가수가 빌보드 1위로 데뷔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2주 연속 1위도 당연히 처음이다.)

그는 8월 초에 직접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6일 만에 1,200만 뷰를 기록했다. 트위터(현재 X)에서도 며칠 만에 팔로워가 34만 명이 되었다. 한 때 미국 아이튠스 순위 1~3위를 휩쓸었고(9월 1일 현재도 1위는 Rich Men North of Richmond), 지난주에도 11만 7천 번 다운로드 되었다. (버라이어티지, 뉴욕타임스 등의 통계 참고)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딱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말 그대로 깜짝 신데렐라의 탄생이다. 미국이 놀라고 있는데, 이 놀람의 남다름은 정치적 파장에 있다. 어쩌면 음악적 파장보다 정치적인 논란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 "왜 온 미국이 이 노래에 열광하죠?"

내년 미국 대선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2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렸고 폭스뉴스가 중계했다. 토론 시작 전 토론장에서 영상의 제일 마지막 순서가 앤서니의 뮤직비디오였다. 모두가 영상을 지켜봤다.

그리고 폭스뉴스 앵커이자 당일의 진행자인 마사 맥칼럼이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에게 첫 질문을 한다. "왜 온 미국이 이 노래에 열광하는 걸까요?" (월스트리트저널)


드산티스는 그리 인상적인 답을 하진 못한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 바이든이 집에 가야한다는 평범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런 드산티스 역시 앤서니의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는 알고 이용했다.

"우리나라는 쇠락(decline)하고 있어요. 바이든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이 쇠락을 뒤집어야 합니다. 바이든노믹스를 엎어야 해요. 중산층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를 사고 집을 살 수 있는 세상, 휘발유 가격이 떨어진 세상이 와야 해요.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자꾸 정부 예산을 늘려서 돈을 펑펑 쓰면 안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이 노래의 흥행 자체가 보수적 평론가들의 입김 아래에 있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진보 색채 짙은 컨트리 음악계에 나타난 보수적 목소리'를 찬양하며 노래를 띄웠다.

빌보드 1위의 이면에는 '다운로드' 횟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젠 스트리밍이 대세인 시대이지만, 여전히 빌보드 집계에선 다운로드 횟수가 중요한데, 여기서 앤서니의 노래가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이다.

보수적인 온라인 정치 고관여자들이 빌보드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그가 '자신의 노래를 공화당 토론회 앞에 틀 수 있도록 토론회 이틀 전에 허락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노래가 '공화당 지지자들의 애국가'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여기는지 노래를 들여다보자.

■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진절머리 처지는 삶, 빼앗긴 통제권, 다 그놈들 때문이야

Rich Men North of Richmond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북쪽엔 워싱턴 D.C.가 있다. 따라서 제목은 워싱턴 D.C.에 사는 부자 정치인들을 겨냥한다.

I've been sellin' my soul, workin' all day.
Overtime hours for bullshit pay.
So I can sit out here and waste my life away.

난 온종일 일하며 내 영혼을 팔아왔어.
형편없는 돈을 받으며 초과근무했지.
그래서 난 여기 앉아서 내 인생을 낭비해.

These rich men north of Richmond
Lord knows they all just wanna have total control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은,
맹세코 그들 모두는 단지 완전한 통제를 원할 뿐이야.
우리가 번 돈은 세금으로 나갈 뿐이고.
거리에는 헐벗은 사람들이 가득하고, 잘못된 복지는 비만을 만들지(milkin' welfare)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망할(damn) 나라가 그렇게 만들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이야. 이게 현실이야.

■ 고교 중퇴한 알콜 중독 청년의 신데렐라 이야기, 그 이면의 분노

앤서니는 10년 전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제지공장에서 시급 14.5달러에 주6일 일하다 두개골 골절 사고를 입었다. 그 뒤 고향 버지니아로 돌아와 전전하다 전업 가수가 되기로 했다. 1년 쯤 전부터 빌리 아일리시 같은 가수를 커버하다가 최근 자작곡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수적 팟캐스터 조 로건이나 매트 월시, 음모론을 주장하는 잭 포소비엑 같은 인사들의 눈에 띄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소식을 전한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년간 앤서니가 우울증과 알콜 중독으로 고생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래할 때 얼굴이 분홍빛으로 변할 만큼 열창하는 이 청년, '크레이그리스트(우리로 치면 중고나라)'에서 산 750달러짜리 캠핑 트레일러(A 27 camper)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한 청년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인기의 이면에는 지난 10년 동안 점점 커진 노동자 계층의 분노, 미디어와 대중의 파편화 같은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실업자가 되어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술 혹은 펜타닐 같은 약물에 중독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를 말한다. 온라인 여론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의 영향 속에 점점 양극화되고 극단화되는 경향도 지적한다.

그러니까 그 얘기다. 구조화된 불평등, 양극단화 되는 세태가 낳은 포퓰리즘 이야기.

Don't blame the Fed for widening inequality. Blame Congress (CNN Money 2015.06.02)Don't blame the Fed for widening inequality. Blame Congress (CNN Money 2015.06.02)

미국은 뉴욕의 금융업계 종사자나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진보하는 사회다. 혁신의 심장이고, 임금은 늘어난다.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제조업 일자리에서 일하던 블루칼라 노동자에게는 점점 더 참혹한 세상이다. 일자리는 줄고, 임금은 정체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커졌다. 블루칼라 노동자여도 집도 사고 차도 사는 좋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다.

이런 시간이 축적되자 '소외된 사람의 수'가 너무 많은 사회가 되었다. '힘들다'는 외침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가자, 그들은 약물에 중독되거나 소셜미디어-유튜브에 중독되었다. 포퓰리즘이 독버섯처럼 퍼졌다. 그들은 세계화를 부정하고,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를 '미국을 벗겨 먹는 나라'라며 비판하며, 정부를 '딥스테이트'라고 부르며 부정하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면 아래 기사를 참조)
[연관 기사] 바이든은 햄버거를 주문했다, 다보스에 가지 않았다 [연초경제]④
http://news.kbs.co.kr/news/view.do?ncd=7585763

트럼프의 재선을 막은 지금의 대통령 바이든은 내년 대선에서 바로 이 포퓰리즘(요즘은 트럼피즘이라고도 한다)과 싸워야 하는데, 포퓰리즘 진영이 '빨간 턱수염 사내의 컨트리송'에서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일 화약'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화약에 불이 붙자,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앤서니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절망 속에서 여러 밤을 보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분노에 불을 붙이는 트럼프의 어법과 닮아있다.

그러니 앤서니의 노래는 바이든이 떨고 있을 만한 노래가 됐다.


■ "그 사람들 얘긴데 남 얘긴줄 아나 보네요"

앤서니의 말은 좀 다르다. 자신은 누구 편도 아니라는 것이다.

공화당 토론회가 화제가 되자 앤서니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그 사람들(공화당 정치인들) 이야기인데' 남 얘기 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자꾸 보수적인 뉴스들이 저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파들은 저를 자기 편으로 규정지으려고 하는 걸 느껴요. 동시에 좌파들은 저를 깎아내리려 하죠. 하지만 노래는 D.C. 정치인 모두를 향한 겁니다"라고 썼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노래는 공화당의 것도 민주당의 것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만의 것도 아녜요. 세계적인 이야기죠"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20년 이후에 이 나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군요. 뭔가 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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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3 08: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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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턱수염 31살 청년의 컨트리송, 미국을 뒤흔들다

빨간 턱수염 사내의 '컨트리송'이 이번 주도 미국을 뒤흔들었다. 2주 연속 빌보드 HOT 100 1위.

'Rich Men North of Richmond', '리치먼드 북쪽 부자들'이라는 제목이다. 가수는 올해 31살 올리버 앤서니( Oliver Anthony, 본명은 Christopher Anthony Lunsford).

빌보드 측은 지난주 앤서니가 첫 1위를 차지했을 때, '그 어떤 음악 순위에도 올라온 적 없던 가수가 빌보드 1위로 데뷔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2주 연속 1위도 당연히 처음이다.)

그는 8월 초에 직접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6일 만에 1,200만 뷰를 기록했다. 트위터(현재 X)에서도 며칠 만에 팔로워가 34만 명이 되었다. 한 때 미국 아이튠스 순위 1~3위를 휩쓸었고(9월 1일 현재도 1위는 Rich Men North of Richmond), 지난주에도 11만 7천 번 다운로드 되었다. (버라이어티지, 뉴욕타임스 등의 통계 참고)


그러니까 이 모든 게 딱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말 그대로 깜짝 신데렐라의 탄생이다. 미국이 놀라고 있는데, 이 놀람의 남다름은 정치적 파장에 있다. 어쩌면 음악적 파장보다 정치적인 논란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 "왜 온 미국이 이 노래에 열광하죠?"

내년 미국 대선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2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렸고 폭스뉴스가 중계했다. 토론 시작 전 토론장에서 영상의 제일 마지막 순서가 앤서니의 뮤직비디오였다. 모두가 영상을 지켜봤다.

그리고 폭스뉴스 앵커이자 당일의 진행자인 마사 맥칼럼이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에게 첫 질문을 한다. "왜 온 미국이 이 노래에 열광하는 걸까요?" (월스트리트저널)


드산티스는 그리 인상적인 답을 하진 못한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 바이든이 집에 가야한다는 평범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런 드산티스 역시 앤서니의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는 알고 이용했다.

"우리나라는 쇠락(decline)하고 있어요. 바이든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이 쇠락을 뒤집어야 합니다. 바이든노믹스를 엎어야 해요. 중산층은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를 사고 집을 살 수 있는 세상, 휘발유 가격이 떨어진 세상이 와야 해요.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자꾸 정부 예산을 늘려서 돈을 펑펑 쓰면 안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실 이 노래의 흥행 자체가 보수적 평론가들의 입김 아래에 있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진보 색채 짙은 컨트리 음악계에 나타난 보수적 목소리'를 찬양하며 노래를 띄웠다.

빌보드 1위의 이면에는 '다운로드' 횟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젠 스트리밍이 대세인 시대이지만, 여전히 빌보드 집계에선 다운로드 횟수가 중요한데, 여기서 앤서니의 노래가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이다.

보수적인 온라인 정치 고관여자들이 빌보드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그가 '자신의 노래를 공화당 토론회 앞에 틀 수 있도록 토론회 이틀 전에 허락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노래가 '공화당 지지자들의 애국가'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여기는지 노래를 들여다보자.

■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진절머리 처지는 삶, 빼앗긴 통제권, 다 그놈들 때문이야

Rich Men North of Richmond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북쪽엔 워싱턴 D.C.가 있다. 따라서 제목은 워싱턴 D.C.에 사는 부자 정치인들을 겨냥한다.

I've been sellin' my soul, workin' all day.
Overtime hours for bullshit pay.
So I can sit out here and waste my life away.

난 온종일 일하며 내 영혼을 팔아왔어.
형편없는 돈을 받으며 초과근무했지.
그래서 난 여기 앉아서 내 인생을 낭비해.

These rich men north of Richmond
Lord knows they all just wanna have total control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은,
맹세코 그들 모두는 단지 완전한 통제를 원할 뿐이야.
우리가 번 돈은 세금으로 나갈 뿐이고.
거리에는 헐벗은 사람들이 가득하고, 잘못된 복지는 비만을 만들지(milkin' welfare)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 망할(damn) 나라가 그렇게 만들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현실이야. 이게 현실이야.

■ 고교 중퇴한 알콜 중독 청년의 신데렐라 이야기, 그 이면의 분노

앤서니는 10년 전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제지공장에서 시급 14.5달러에 주6일 일하다 두개골 골절 사고를 입었다. 그 뒤 고향 버지니아로 돌아와 전전하다 전업 가수가 되기로 했다. 1년 쯤 전부터 빌리 아일리시 같은 가수를 커버하다가 최근 자작곡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수적 팟캐스터 조 로건이나 매트 월시, 음모론을 주장하는 잭 포소비엑 같은 인사들의 눈에 띄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런 소식을 전한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5년간 앤서니가 우울증과 알콜 중독으로 고생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래할 때 얼굴이 분홍빛으로 변할 만큼 열창하는 이 청년, '크레이그리스트(우리로 치면 중고나라)'에서 산 750달러짜리 캠핑 트레일러(A 27 camper)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한 청년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인기의 이면에는 지난 10년 동안 점점 커진 노동자 계층의 분노, 미디어와 대중의 파편화 같은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실업자가 되어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술 혹은 펜타닐 같은 약물에 중독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를 말한다. 온라인 여론이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의 영향 속에 점점 양극화되고 극단화되는 경향도 지적한다.

그러니까 그 얘기다. 구조화된 불평등, 양극단화 되는 세태가 낳은 포퓰리즘 이야기.

Don't blame the Fed for widening inequality. Blame Congress (CNN Money 2015.06.02)
미국은 뉴욕의 금융업계 종사자나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진보하는 사회다. 혁신의 심장이고, 임금은 늘어난다. 점점 더 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제조업 일자리에서 일하던 블루칼라 노동자에게는 점점 더 참혹한 세상이다. 일자리는 줄고, 임금은 정체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커졌다. 블루칼라 노동자여도 집도 사고 차도 사는 좋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다.

이런 시간이 축적되자 '소외된 사람의 수'가 너무 많은 사회가 되었다. '힘들다'는 외침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가자, 그들은 약물에 중독되거나 소셜미디어-유튜브에 중독되었다. 포퓰리즘이 독버섯처럼 퍼졌다. 그들은 세계화를 부정하고,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를 '미국을 벗겨 먹는 나라'라며 비판하며, 정부를 '딥스테이트'라고 부르며 부정하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면 아래 기사를 참조)
[연관 기사] 바이든은 햄버거를 주문했다, 다보스에 가지 않았다 [연초경제]④
http://news.kbs.co.kr/news/view.do?ncd=7585763

트럼프의 재선을 막은 지금의 대통령 바이든은 내년 대선에서 바로 이 포퓰리즘(요즘은 트럼피즘이라고도 한다)과 싸워야 하는데, 포퓰리즘 진영이 '빨간 턱수염 사내의 컨트리송'에서 '대중의 분노에 불을 붙일 화약'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 화약에 불이 붙자,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앤서니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절망 속에서 여러 밤을 보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가 급속히 사라져가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분노에 불을 붙이는 트럼프의 어법과 닮아있다.

그러니 앤서니의 노래는 바이든이 떨고 있을 만한 노래가 됐다.


■ "그 사람들 얘긴데 남 얘긴줄 아나 보네요"

앤서니의 말은 좀 다르다. 자신은 누구 편도 아니라는 것이다.

공화당 토론회가 화제가 되자 앤서니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그 사람들(공화당 정치인들) 이야기인데' 남 얘기 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자꾸 보수적인 뉴스들이 저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파들은 저를 자기 편으로 규정지으려고 하는 걸 느껴요. 동시에 좌파들은 저를 깎아내리려 하죠. 하지만 노래는 D.C. 정치인 모두를 향한 겁니다"라고 썼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노래는 공화당의 것도 민주당의 것도 아니고, 심지어 미국만의 것도 아녜요. 세계적인 이야기죠"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20년 이후에 이 나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군요. 뭔가 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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