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LPG 담합 의혹 사실로…과징금 26억에 ‘검찰 고발’ [취재후]

입력 2023.09.03 (17:46) 수정 2023.09.0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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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보도한 '제주지역 LPG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LPG 충전사업자에게 26억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KBS 보도 이후 2년여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공정위는 오늘(3일) 제주도 소재 LPG 충전 사업자인 천마, 제주비케이, 제주미래에너지, 한라에너지 등 4개 사에 과징금 총 25억 8,900만 원을 잠정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가운데 담합을 주도한 천마와 제주비케이를 검찰에 각각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 공정위 "4개사 담합 해 판매 단가 인상 추진"

취사와 난방용으로 쓰이는 가스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비재입니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도시가스를 사용하지만, 제주는 섬 특성상 대다수 가정과 업소가 LPG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도시가스가 처음 보급된 건 2020년으로, 당시 보급률은 1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도 80%에 달하는 대다수 도민이 LPG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에서 LPG는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제주지역 LPG 시장이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주의 LPG 유통구조를 보면, 정유사가 중간도매상인 충전사업자에게 LPG를 공급하고, 충전사업자는 소매상인 판매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충전사업자는 4곳에 불과한 반면, 판매점은 140여 곳에 달합니다. 이렇듯 충전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견제 장치는 전무합니다.

특히 도시가스 가격은 물가 심의를 통해 견제를 받고 있지만, LPG는 제주에서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민간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심의에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이번에 적발된 천마 등 4개 사업자는 제주에서 LPG를 140여 개 판매점에 공급하는 합계 시장점유율 100%의 과점 사업자들입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제주도에 도시가스(LNG)가 공급되자 가격경쟁을 중단하고, 담합 해 판매단가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4개사는 2020년 11∼12월 평균 판매단가를 각각 5∼12%가량 올리고, 천마를 시작으로 각자 자신과 거래 중인 판매점들에 LPG 판매단가 인상 공문을 발송해 판매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이들은 또 담합하기로 한 상대방의 물량을 서로 뺏지 않기로 합의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2개 이상의 충전사업자로부터 LPG를 공급받는 52개 복수 거래 판매점을 대상으로 '거래 거절'이나 '판매단가 인상' 등을 통해 하나의 충전사업자와만 거래(전속거래)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천마와 제주비케이는 LPG 매입·매출 등 영업의 주요 부문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기 위해 '제주산업에너지'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한라에너지까지 동참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 수행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회사 설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KBS가 보도했던 의혹 대부분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로 밝혀진 겁니다.


공정위는 "LPG 충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동종업계 및 지역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담합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생 분야의 담합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탐사K '가스와 언론'

KBS는 2021년 8월 이 4개사의 담합 의혹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특히 충전사업자인 '천마'가 2008년부터 제민일보를 소유한 뒤, 제민일보가 LPG 업계에 개입한 사실이 있었다는 증언 등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취재진이 천마가 제민일보를 인수한 이후부터 제민일보의 LPG 관련 기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제민일보가 새로운 LPG 충전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다른 일간지와는 다르게 비판적인 입장에서 보도해온 사실 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제민일보를 포함한 제주지역 3개의 일간지의 사설을 분석한 결과, 제민일보에서만 가스 관련 업체의 특혜를 지적하거나, LPG 산업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을 다룬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나머지 두 일간지는 LPG의 경쟁 상대인 LNG(도시가스) 도입의 당위성을 다뤘지만, 제민일보 사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언론홍보학과 교수 등은 천마가 제민일보를 동원해 새로운 충전사업자의 진출을 방해하고, 사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민일보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공식 답변을 거절했고, 사옥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KBS의 취재가 편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사과문 발표와 취재진의 문책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제민일보 측은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 모 회사인 천마가 편집 방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KBS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충전사업자 4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담합 의혹 자체를 부인했던 일부 충전사업자들은 입장을 바꾸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공정위 조사를 통해 담합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천마 등 4개 사업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하는 입장문을 발표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제민일보에서 이 기사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연관 기사]
1. 도내 LPG 충전사업자 담합의혹 논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67773&ref=A
2. [탐사K] ‘가스와 언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68878
3. [단독] LPG 무면허 판매 업체가 벌크 공급?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69822&ref=A
4. 불 난 식당에 LPG 공급한 판매점 실체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0961&ref=A
5. LPG 충전사업자 불공정 영업 ‘만연’…불법 단속은 ‘0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3774&ref=A
6. LPG 담합 의혹 논란…조합은 어떻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5376&ref=A
7. 공정위, 제주 LPG 충전사업자 4곳 동시 조사…담합 의혹 밝혀질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6424&ref=A
8. [친절한K] 제주지역 LPG 불법영업 실태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45001
9. 제주 LPG 가격 가장 비싸…충전소 유통 마진 ↑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56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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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LPG 담합 의혹 사실로…과징금 26억에 ‘검찰 고발’ [취재후]
    • 입력 2023-09-03 17:46:14
    • 수정2023-09-04 18:26:42
    취재후·사건후

KBS가 보도한 '제주지역 LPG 담합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4개 LPG 충전사업자에게 26억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KBS 보도 이후 2년여 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공정위는 오늘(3일) 제주도 소재 LPG 충전 사업자인 천마, 제주비케이, 제주미래에너지, 한라에너지 등 4개 사에 과징금 총 25억 8,900만 원을 잠정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가운데 담합을 주도한 천마와 제주비케이를 검찰에 각각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 공정위 "4개사 담합 해 판매 단가 인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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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도시가스가 처음 보급된 건 2020년으로, 당시 보급률은 1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도 80%에 달하는 대다수 도민이 LPG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에서 LPG는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제주지역 LPG 시장이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주의 LPG 유통구조를 보면, 정유사가 중간도매상인 충전사업자에게 LPG를 공급하고, 충전사업자는 소매상인 판매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충전사업자는 4곳에 불과한 반면, 판매점은 140여 곳에 달합니다. 이렇듯 충전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이 매우 큰 상황이지만 견제 장치는 전무합니다.

특히 도시가스 가격은 물가 심의를 통해 견제를 받고 있지만, LPG는 제주에서 공공재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민간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심의에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이번에 적발된 천마 등 4개 사업자는 제주에서 LPG를 140여 개 판매점에 공급하는 합계 시장점유율 100%의 과점 사업자들입니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제주도에 도시가스(LNG)가 공급되자 가격경쟁을 중단하고, 담합 해 판매단가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4개사는 2020년 11∼12월 평균 판매단가를 각각 5∼12%가량 올리고, 천마를 시작으로 각자 자신과 거래 중인 판매점들에 LPG 판매단가 인상 공문을 발송해 판매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이들은 또 담합하기로 한 상대방의 물량을 서로 뺏지 않기로 합의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2개 이상의 충전사업자로부터 LPG를 공급받는 52개 복수 거래 판매점을 대상으로 '거래 거절'이나 '판매단가 인상' 등을 통해 하나의 충전사업자와만 거래(전속거래)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천마와 제주비케이는 LPG 매입·매출 등 영업의 주요 부문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기 위해 '제주산업에너지'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한라에너지까지 동참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 수행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회사 설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KBS가 보도했던 의혹 대부분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로 밝혀진 겁니다.


공정위는 "LPG 충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동종업계 및 지역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담합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생 분야의 담합 위반 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탐사K '가스와 언론'

KBS는 2021년 8월 이 4개사의 담합 의혹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특히 충전사업자인 '천마'가 2008년부터 제민일보를 소유한 뒤, 제민일보가 LPG 업계에 개입한 사실이 있었다는 증언 등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취재진이 천마가 제민일보를 인수한 이후부터 제민일보의 LPG 관련 기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제민일보가 새로운 LPG 충전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다른 일간지와는 다르게 비판적인 입장에서 보도해온 사실 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제민일보를 포함한 제주지역 3개의 일간지의 사설을 분석한 결과, 제민일보에서만 가스 관련 업체의 특혜를 지적하거나, LPG 산업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을 다룬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나머지 두 일간지는 LPG의 경쟁 상대인 LNG(도시가스) 도입의 당위성을 다뤘지만, 제민일보 사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언론홍보학과 교수 등은 천마가 제민일보를 동원해 새로운 충전사업자의 진출을 방해하고, 사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민일보 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공식 답변을 거절했고, 사옥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KBS의 취재가 편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사과문 발표와 취재진의 문책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제민일보 측은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 모 회사인 천마가 편집 방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KBS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충전사업자 4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담합 의혹 자체를 부인했던 일부 충전사업자들은 입장을 바꾸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공정위 조사를 통해 담합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천마 등 4개 사업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하는 입장문을 발표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제민일보에서 이 기사를 찾아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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