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아기’…7년 뒤 지금은?

입력 2023.09.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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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30년 만의 아기'…7년간의 추적 취재
교육 때문에 떠난 시골 의성…경북도청 신도시는 다를까?

떠나는 아이들, 떠나 보내는 노인들그들의, 아니 우리의 '두 동네 이야기'

(관련 내용은 미니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습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2023 인구론①〉 30년 만에 태어난 시골 아기…인구 소멸에 부딪힌 근황
https://youtu.be/gz1w4Q_-vSg


전국에서 지방소멸지수가 가장 낮아 소멸 위험성이 가장 큰 경북 의성군에서도 고령화율이 50%를 넘어 '가장 늙은' 마을인 신평면의 교안 3리.

이곳에서 2017년 2월 사뭇 생소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아기 울음소리'입니다.

2017년 KBS 다큐 ‘소멸의 풍경’ 중  천현규 군과 할아버지2017년 KBS 다큐 ‘소멸의 풍경’ 중 천현규 군과 할아버지

■ 경북 의성군 신평면: '30여 년 만의' 아이…7년 뒤 지금은?

이 마을에서 아기가 태어난 건 30여 년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구에서 의성군으로 귀농한 부부의 아들 천현규 군인데요.

천 군 부모는 아이를 갖기 위해 10년간 좋다는 약도 먹어보고 병원도 다니며 갖은 노력 끝에 천 군을 가졌습니다. 애타게 기다려 만난 아이, 부부에게도 소중하지만 사라져가는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도 마을 전체의 경사였습니다.

2017년 KBS 다큐 ‘소멸의 풍경’ 중 양순자 할머니2017년 KBS 다큐 ‘소멸의 풍경’ 중 양순자 할머니

양순자/경북 의성군 신평면(2017년 당시)
"현규가 30년 만에 태어나서 동네에서도 인기고 면사무소까지 인기예요. 우리 현규 보려고 난리예요. 30년 만에 교안 3리에서… 최고죠."

이 아이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7년 전 취재했던 KBS 취재진이 7년간의 추적 관찰·취재 끝에 이 아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의 유치원을 다니는 천현규 군예천 경북도청 신도시의 유치원을 다니는 천현규 군

■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 교육 때문에 이사 왔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현규네 가족은 경북 예천군의 경북도청 신도시에 삽니다. 현규 군도 친구들이 많은 유치원에 다니고요.

현규 군 어머니는 의성 신평면에는 어린이집이 없는 데다, 하나 있는 신평분교는 2, 3학년 한 반과 1, 6학년 한 반 등 두 반뿐이고 전교생이 6명에 불과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 돌봄이 힘든 건 경북도청 신도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주말에도 일하는 엄마는 현규 남매를 주말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의성에 보냅니다.


더욱이 7살인 현규 군은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엄마'는 내년이 더 걱정입니다.

이은희/현규 군 어머니
"초등학교 가면 아이들이 일찍 마치니까. 저는 직장을 나가야 하는데 그 빈 시간을 애를 혼자 둬야 하나 어떻게 하나 그런 고민이죠. 돌봄교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짧대요."

"아기가 생기니까 걱정에 걱정을 낳고 여기까지 온 거죠."

문제는 예천군도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겁니다.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에는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예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모두 52곳에 이릅니다. 하지만 지난해 예천에서는 단, 267명이 태어났습니다. 3~4년 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우수경/유치원 원장
"예천 전체가 260여 명이면 신도시만 200명 치고 3개년 하면 600명으로 여기를 다 운영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유지가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20년 전만 해도 제가 병설 유치원 교사일 때 옆에 어린이집들이 세워져요. '이거 세워놓으면 평생 먹고살아' 하신 분들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그 어린이집 지금 없어졌고요."

■ 경북 의성군 신평면: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노인들

주말마다 시골에 오는 현규 남매가 보약이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이들을 오래도록 보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양순자/경북 의성군 신평면
"우리 할매, 할배들한테는 보약이에요. 주일이면 웃을 수가 있으니 일주일만 되면 개구쟁이가 말을 들어도 좋고 또, 말 안 듣고 내뺄 때도 재미있고 그게 좋아요."

"신도시로 나간다고 했을 때 많이 쓸쓸했죠. 몇 년 뒤 현규가 크고 나면 다음에는 아기 소리를 들을지 안 들을지 몰라요. 현규 남매가 마지막 아기가 될지 몰라요. 이 동네는…"


천태구/현규 군 할아버지
"사람이 없으니까 동네가 살아날 길이 없잖아요. 집집마다 할머니들만 있고 다 80 넘고 90 노인들이지. 빈집 늘어나는 거 앞으로 몇 년 안 걸리지. 신평면이나 교안 3리나 모두 파괴 상태야. 내가 볼 땐."

"할아버지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커서 자기가 촌에 들어오는 것보다 도시로 나가는 게 맞겠지. 현규가 커서 가끔 고향을 찾아오고 '고향이 이렇게 변했구나' 느끼고 잊지 않길 바랄 뿐이지."


30년 만에 태어난 아기도 교육 때문에 떠나고, 이사한 곳에서도 돌봄 걱정이 가득한 지방의 현실. 아이들은 떠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이들을 떠나보냅니다.

이 두 동네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있을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촬영기자 신상응 그래픽 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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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만의 아기’…7년 뒤 지금은?
    • 입력 2023-09-05 14: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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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30년 만의 아기'…7년간의 추적 취재<br />교육 때문에 떠난 시골 의성…경북도청 신도시는 다를까?</strong><br /><strong>떠나는 아이들, 떠나 보내는 노인들</strong><strong>…</strong><strong>그들의, 아니 우리의 '두</strong><strong> 동네 이야기'<br /></strong><br />(관련 내용은 미니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습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br /><a href="https://youtu.be/gz1w4Q_-vSg" target="_blank" title="(새창)">〈2023 인구론①〉 30년 만에 태어난 시골 아기…인구 소멸에 부딪힌 근황</a><br />https://youtu.be/gz1w4Q_-vSg

전국에서 지방소멸지수가 가장 낮아 소멸 위험성이 가장 큰 경북 의성군에서도 고령화율이 50%를 넘어 '가장 늙은' 마을인 신평면의 교안 3리.

이곳에서 2017년 2월 사뭇 생소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아기 울음소리'입니다.

2017년 KBS 다큐 ‘소멸의 풍경’ 중  천현규 군과 할아버지
■ 경북 의성군 신평면: '30여 년 만의' 아이…7년 뒤 지금은?

이 마을에서 아기가 태어난 건 30여 년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구에서 의성군으로 귀농한 부부의 아들 천현규 군인데요.

천 군 부모는 아이를 갖기 위해 10년간 좋다는 약도 먹어보고 병원도 다니며 갖은 노력 끝에 천 군을 가졌습니다. 애타게 기다려 만난 아이, 부부에게도 소중하지만 사라져가는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도 마을 전체의 경사였습니다.

2017년 KBS 다큐 ‘소멸의 풍경’ 중 양순자 할머니
양순자/경북 의성군 신평면(2017년 당시)
"현규가 30년 만에 태어나서 동네에서도 인기고 면사무소까지 인기예요. 우리 현규 보려고 난리예요. 30년 만에 교안 3리에서… 최고죠."

이 아이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7년 전 취재했던 KBS 취재진이 7년간의 추적 관찰·취재 끝에 이 아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의 유치원을 다니는 천현규 군
■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 교육 때문에 이사 왔지만…

7년이 지난 지금, 현규네 가족은 경북 예천군의 경북도청 신도시에 삽니다. 현규 군도 친구들이 많은 유치원에 다니고요.

현규 군 어머니는 의성 신평면에는 어린이집이 없는 데다, 하나 있는 신평분교는 2, 3학년 한 반과 1, 6학년 한 반 등 두 반뿐이고 전교생이 6명에 불과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 돌봄이 힘든 건 경북도청 신도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주말에도 일하는 엄마는 현규 남매를 주말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의성에 보냅니다.


더욱이 7살인 현규 군은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엄마'는 내년이 더 걱정입니다.

이은희/현규 군 어머니
"초등학교 가면 아이들이 일찍 마치니까. 저는 직장을 나가야 하는데 그 빈 시간을 애를 혼자 둬야 하나 어떻게 하나 그런 고민이죠. 돌봄교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짧대요."

"아기가 생기니까 걱정에 걱정을 낳고 여기까지 온 거죠."

문제는 예천군도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겁니다.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에는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예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모두 52곳에 이릅니다. 하지만 지난해 예천에서는 단, 267명이 태어났습니다. 3~4년 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우수경/유치원 원장
"예천 전체가 260여 명이면 신도시만 200명 치고 3개년 하면 600명으로 여기를 다 운영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유지가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20년 전만 해도 제가 병설 유치원 교사일 때 옆에 어린이집들이 세워져요. '이거 세워놓으면 평생 먹고살아' 하신 분들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그 어린이집 지금 없어졌고요."

■ 경북 의성군 신평면: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노인들

주말마다 시골에 오는 현규 남매가 보약이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이들을 오래도록 보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양순자/경북 의성군 신평면
"우리 할매, 할배들한테는 보약이에요. 주일이면 웃을 수가 있으니 일주일만 되면 개구쟁이가 말을 들어도 좋고 또, 말 안 듣고 내뺄 때도 재미있고 그게 좋아요."

"신도시로 나간다고 했을 때 많이 쓸쓸했죠. 몇 년 뒤 현규가 크고 나면 다음에는 아기 소리를 들을지 안 들을지 몰라요. 현규 남매가 마지막 아기가 될지 몰라요. 이 동네는…"


천태구/현규 군 할아버지
"사람이 없으니까 동네가 살아날 길이 없잖아요. 집집마다 할머니들만 있고 다 80 넘고 90 노인들이지. 빈집 늘어나는 거 앞으로 몇 년 안 걸리지. 신평면이나 교안 3리나 모두 파괴 상태야. 내가 볼 땐."

"할아버지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커서 자기가 촌에 들어오는 것보다 도시로 나가는 게 맞겠지. 현규가 커서 가끔 고향을 찾아오고 '고향이 이렇게 변했구나' 느끼고 잊지 않길 바랄 뿐이지."


30년 만에 태어난 아기도 교육 때문에 떠나고, 이사한 곳에서도 돌봄 걱정이 가득한 지방의 현실. 아이들은 떠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이들을 떠나보냅니다.

이 두 동네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있을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촬영기자 신상응 그래픽 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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