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시간제 제한속도…천만 원짜리 LED표지판 해야 하나?

입력 2023.09.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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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경찰이 전국 8곳의 스쿨존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시간제 속도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예산입니다. 경찰은 바뀐 제한속도가 잘 보이도록 '가변형 LED 표지판'을 설치하란 입장인데, 하나당 가격이 천만 원을 넘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시설물 설치해야하는 각 자지단체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탄력 운영…운전자 반응 '긍정'

강원특별자치도는 올해 1월부터 춘천 봉의초등학교와 강릉 남강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의 속도제한을 시간대별로 다르게 적용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규제를 줄이는 차원입니다. 왕복 4차로 이상 대로인 곳을 인적이 드문 심야와 새벽 시간에도 시속 30km로 일괄 제한해, 차량 흐름 등에 방해된다는 운전자의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탄력 운영에 들어가자, 운전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춘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이윤호 씨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밤 시간대 시속 30㎞로 다니기 힘들었는데, 밤 8시 이후와 주말, 공휴일에는 시속 50㎞가 돼서 운전하기가 조금 나아졌다"라고 답했습니다.


■ 경찰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8곳 우선 시행…확대 방침"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강원도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찰이 현재 시속 30km로 규정돼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 제한을 일부 시간대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심야시간 제한속도를 30㎞/h에서 40~50㎞/h로 운영하고, 제한속도 40~50㎞/h로 운영 중인 곳은 등하교 시간대 30㎞/h로 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서울 광운초와 이천 증포초, 부산 구평초, 인천 동춘초 등 8곳부터 선별 시행합니다.

경찰은 차로의 숫자나, 표지판·경보등과 같은 시설물 존재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상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 1,000만 원짜리 '가변형 LED 표지판', 꼭 필요한가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돈 때문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부터 안전시설물 설치 등은 모두 각 자치단체가 맡아서 합니다.

강원도가 어린이보호구역 2곳을 시간제로 바꿔봤더니, 한 곳당 안전시설물 교체 비용이 6,000만 원 넘게 들었습니다. 바닥면 도색부터 시간대별 안내 표지판 교체, 신호 과속단속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가변형 LED 표지판'입니다. 달라지는 시간에 맞춰 안내판에 숫자를 바꾸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 표지판 가격이 한 개에 1,000만 원이 넘습니다. 도로 양방향 단속 구간 직전과 단속장비 바로 옆에 하나씩만 설치해도 최소 4개가 필요합니다. 전체 사업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경찰이 내놓은 표준안에도 이 LED 표지판을 어린이보호구역 한 곳당 7~8개, 최대 10개, 적어도 서너 개는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은 15,500여 곳입니다. 학교 앞 주택가 골목길 등을 제외하고 속도 상향이 가능한 간선도로는 대략 10% 가량인 1,600곳으로 추산됩니다. 이곳을 전부 시간제로 바꿨을 경우, 가변형 LED 설치에만 어림잡아 600억 원 넘게 들 전망입니다.

※ (참고)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상향 선정 기준
▲ 편도 2차로 이상 ▲ 보도와 차도 분리 ▲ 보행신호기·방호울타리 무인단속장비 有 ▲ 평균이동속도 40㎞/h 초과 ▲ 최근 3년간 어린이 보행사고 1건 이하 등

속도 상향 적정 장소에 대한 학교와 주민 의견 수렴 뒤 교통안전심의위원회 거쳐 추진.

자치단체에서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싼 '가변형 LED 표지판'을 설치해야한다는 지침을 따르려면 최소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들거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돈을 덜 들이면서 탄력 운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또는 시간대가 적힌 일반형 안내판 2개를 설치하고, 정책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경찰 "운전자 안전 고려한 최소한의 결정"

경찰은 주행중인 운전자들이 제한속도를 단번에 알아채려면 가변형 LED 표지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속도제한 표시 밑에 시간대를 적어두는 방식은 직관성, 시인성 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또, 전국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이 속도상향(또는 하향)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한꺼번에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추산되는 비용보다는 적게 들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해 이달(9월) 말까지 간선도로에 접해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 교통 안전과 교통 흐름은 대결 의제가 아니라 모두 양립해야하는 사안입니다. 물론 '필요한 제도', '불필요한 규제'라는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3년 만에 뒤바뀐 정책으로 예산(세금)은 계속 들어가고 있는 셈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예산 확보가 갈등의 불씨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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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8 0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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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이 전국 8곳의 스쿨존에서 '어린이보호구역 시간제 속도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예산입니다. 경찰은 바뀐 제한속도가 잘 보이도록 '가변형 LED 표지판'을 설치하란 입장인데, 하나당 가격이 천만 원을 넘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시설물 설치해야하는 각 자지단체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합니다.<br />

■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탄력 운영…운전자 반응 '긍정'

강원특별자치도는 올해 1월부터 춘천 봉의초등학교와 강릉 남강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의 속도제한을 시간대별로 다르게 적용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한 규제를 줄이는 차원입니다. 왕복 4차로 이상 대로인 곳을 인적이 드문 심야와 새벽 시간에도 시속 30km로 일괄 제한해, 차량 흐름 등에 방해된다는 운전자의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제한 탄력 운영에 들어가자, 운전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입니다. 춘천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이윤호 씨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밤 시간대 시속 30㎞로 다니기 힘들었는데, 밤 8시 이후와 주말, 공휴일에는 시속 50㎞가 돼서 운전하기가 조금 나아졌다"라고 답했습니다.


■ 경찰 "스쿨존 속도제한 완화 8곳 우선 시행…확대 방침"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강원도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찰이 현재 시속 30km로 규정돼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 제한을 일부 시간대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어린이 통행이 적은 심야시간 제한속도를 30㎞/h에서 40~50㎞/h로 운영하고, 제한속도 40~50㎞/h로 운영 중인 곳은 등하교 시간대 30㎞/h로 조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서울 광운초와 이천 증포초, 부산 구평초, 인천 동춘초 등 8곳부터 선별 시행합니다.

경찰은 차로의 숫자나, 표지판·경보등과 같은 시설물 존재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상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 1,000만 원짜리 '가변형 LED 표지판', 꼭 필요한가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돈 때문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부터 안전시설물 설치 등은 모두 각 자치단체가 맡아서 합니다.

강원도가 어린이보호구역 2곳을 시간제로 바꿔봤더니, 한 곳당 안전시설물 교체 비용이 6,000만 원 넘게 들었습니다. 바닥면 도색부터 시간대별 안내 표지판 교체, 신호 과속단속 장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가변형 LED 표지판'입니다. 달라지는 시간에 맞춰 안내판에 숫자를 바꾸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 표지판 가격이 한 개에 1,000만 원이 넘습니다. 도로 양방향 단속 구간 직전과 단속장비 바로 옆에 하나씩만 설치해도 최소 4개가 필요합니다. 전체 사업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경찰이 내놓은 표준안에도 이 LED 표지판을 어린이보호구역 한 곳당 7~8개, 최대 10개, 적어도 서너 개는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은 15,500여 곳입니다. 학교 앞 주택가 골목길 등을 제외하고 속도 상향이 가능한 간선도로는 대략 10% 가량인 1,600곳으로 추산됩니다. 이곳을 전부 시간제로 바꿨을 경우, 가변형 LED 설치에만 어림잡아 600억 원 넘게 들 전망입니다.

※ (참고)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상향 선정 기준
▲ 편도 2차로 이상 ▲ 보도와 차도 분리 ▲ 보행신호기·방호울타리 무인단속장비 有 ▲ 평균이동속도 40㎞/h 초과 ▲ 최근 3년간 어린이 보행사고 1건 이하 등

속도 상향 적정 장소에 대한 학교와 주민 의견 수렴 뒤 교통안전심의위원회 거쳐 추진.

자치단체에서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싼 '가변형 LED 표지판'을 설치해야한다는 지침을 따르려면 최소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이 들거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돈을 덜 들이면서 탄력 운영을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또는 시간대가 적힌 일반형 안내판 2개를 설치하고, 정책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경찰 "운전자 안전 고려한 최소한의 결정"

경찰은 주행중인 운전자들이 제한속도를 단번에 알아채려면 가변형 LED 표지판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속도제한 표시 밑에 시간대를 적어두는 방식은 직관성, 시인성 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또, 전국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이 속도상향(또는 하향)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한꺼번에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추산되는 비용보다는 적게 들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해 이달(9월) 말까지 간선도로에 접해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 교통 안전과 교통 흐름은 대결 의제가 아니라 모두 양립해야하는 사안입니다. 물론 '필요한 제도', '불필요한 규제'라는 의견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3년 만에 뒤바뀐 정책으로 예산(세금)은 계속 들어가고 있는 셈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예산 확보가 갈등의 불씨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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