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지급 미루고…유족에 합의 요구 논란

입력 2023.09.08 (06:38) 수정 2023.09.0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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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6월 집중호우 당시 전남 함평에서 수리시설 감시원이 숨졌는데요.

숨진 60대 여성과 계약한 한국농어촌공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으고도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은 채 모금 사실을 알리며 합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6월 말 수리시설 감시원 67살 오 모씨는 폭우가 내리자 농경지 침수를 막으려고 수문을 열러 나갔다가 물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숨진 오 씨와 올 여름 5개월 도급계약을 맺었던 한국농어촌공사는 유족을 위로한다며 7월 한달 동안 임직원들을 상대로 성금을 모금했습니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은 돈은 수천만 원.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고위간부 등이 유족과 수 차례 만나는 자리에서 성금을 모은 사실을 언급하며 농어촌공사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요구했습니다.

[수리시설감시원 유족/음성변조 : "합의서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러면서 성금도 모았다고 했는데, 듣다보니 성금이면 그냥 전달하면 되는데 합의서를 써야 줄 것처럼 이야기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사고 현장에 추락방지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또, 안전물품도 제공하지 않는 등 부실한 안전관리 등 혐의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유족과 합의하면 향후 조사와 재판에서 유리할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중대재해처벌법을 비켜나가려는 꼼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농어촌공사는 정정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모금을 함께 했던 노조와 함께 성금 지급 시기와 전달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뿐 합의금처럼 쓸 의도는 없다며 성금을 취지에 맞게 곧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호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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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금 지급 미루고…유족에 합의 요구 논란
    • 입력 2023-09-08 06:38:02
    • 수정2023-09-08 08: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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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6월 집중호우 당시 전남 함평에서 수리시설 감시원이 숨졌는데요.

숨진 60대 여성과 계약한 한국농어촌공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으고도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은 채 모금 사실을 알리며 합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6월 말 수리시설 감시원 67살 오 모씨는 폭우가 내리자 농경지 침수를 막으려고 수문을 열러 나갔다가 물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숨진 오 씨와 올 여름 5개월 도급계약을 맺었던 한국농어촌공사는 유족을 위로한다며 7월 한달 동안 임직원들을 상대로 성금을 모금했습니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은 돈은 수천만 원.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고위간부 등이 유족과 수 차례 만나는 자리에서 성금을 모은 사실을 언급하며 농어촌공사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요구했습니다.

[수리시설감시원 유족/음성변조 : "합의서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러면서 성금도 모았다고 했는데, 듣다보니 성금이면 그냥 전달하면 되는데 합의서를 써야 줄 것처럼 이야기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사고 현장에 추락방지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또, 안전물품도 제공하지 않는 등 부실한 안전관리 등 혐의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노동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는 유족과 합의하면 향후 조사와 재판에서 유리할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중대재해처벌법을 비켜나가려는 꼼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농어촌공사는 정정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모금을 함께 했던 노조와 함께 성금 지급 시기와 전달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뿐 합의금처럼 쓸 의도는 없다며 성금을 취지에 맞게 곧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호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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