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지원 인건비 중단…하루하루가 막막해요”

입력 2023.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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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주지역 미혼모들이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 식당에서 일하는 모습.지난 7일, 제주지역 미혼모들이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 식당에서 일하는 모습.

"사회적기업 인건비 중단…아이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요"

제주시내 한 미혼모 자립 지원 사회적기업인 한 식당의 주방이 이른 시간부터 손님 맞이 준비로 분주합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앳된 엄마들의 얼굴에서 생기와 웃음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속에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창출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방침을 개편하며 이곳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이 미혼모 자립 사회적기업 식당에서 일하는 미혼모는 현재 5명입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겨우 견뎌냈고, 최근엔 천만 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였던 시점에 최근 정부의 인건비 지원 중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최근 제주도로부터 내년 인건비 지원을 위한 심사가 당초 이달 예정됐지만, 정부 지원 삭감 방침으로 심사 계획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기업은 단순 미혼모들의 일자리 제공을 넘어, 각종 자격증 취득과 사회적 자립 활동까지 지원하며 미혼모와 어린 자녀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내년 이 식당의 활성화를 위한 신메뉴 개발 등 각종 운영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며 심정을 밝혔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인 한 미혼모 직원 역시 "올해 목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아이와도 안정된 생활을 그리고 있었지만, 인건비 지원 중단은 절망적이다"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마음을 다잡고 자립을 위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을 경우 미혼모 가정은 다시 어려움의 굴레가 반복될 수 있다"며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제주 농업 안정기반 덜컥…비상경영 돌입"

소규모 농가 생산물의 판로를 담당하는 제주지역 한 사회적기업의 모습.소규모 농가 생산물의 판로를 담당하는 제주지역 한 사회적기업의 모습.

지난 2020년 제주지역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소규모 농가 100여 곳의 농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도내외 물류와 유통을 담당하는 한 사회적기업도 비상입니다.

직원 9명으로 시작해 취약계층 직원을 확대하며 현재 직원은 15명으로 늘었습니다.

매출도 첫해 12억 원에서 20억 원 가까이 늘며 안정기에 접어들길 기대하던 시점에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 방침 개편은 날벼락 같은 소식입니다.

당장 인력 축소는 물론 이사회까지 열어 경영 계획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처지입니다.

조상호 해당 사회적기업 대표는 "2~3년 정도 좀 더 시도들을 통해서 안정기반을 마련하려 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정부 방침에 굉장히 비상상황이라며, 단순히 일자리 창출과 수익 증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농업과 친환경 먹거리 제공,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가치를 위해 묵묵히 일하던 기업을 배려한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올해 안에 인건비 중단 12곳…제주도 자체 예산 동원 검토"


제주도와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파악 결과 9월 현재 제주지역 사회적기업 160여 곳 가운데 국비로 인건비를 지원받는 기업은 46곳입니다.

이 가운데 당장 올해 안에 12곳에 대한 국비 지원이 끊길 것으로 제주도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진석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사회적기업은 섬 지역 특성상 제주 지역경제 활성화에 아주 주요한 민생 정책이었는데 사라진다면 기업을 창업해야 하는 부분들에서도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제주도는 민생경제 활성화가 역점 정책인 만큼 정부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지방 재정에 부담도 커졌습니다.

정윤창 제주도 소상공인과장은 "제주지역 사회적 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체 제주도비를 반영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5일,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른 2024년 제주 주요 예산 재정토론회.지난 5일,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른 2024년 제주 주요 예산 재정토론회.

제주 사회적기업들 "정부 예산 삭감, 도 차원에서 노력해야"

정부의 긴축재정 영향으로 제주도내 사회적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면서 제주도의 지원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주사회적경제단체와 사회적경제기업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예산삭감은 오영훈 지사가 공약했던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와 배치된다며 제주도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도 제주사회적경제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해 국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 따르면 제주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후 2023년 8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 77개, 인증사회적기업 90개, 예비마을기업 7개, 마을기업 44개, 자활기업 19개, 사회적협동조합 73개, 일반협동조합 355개 등 660여 개에 이르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제주지역 사회적기업(예비포함) 고용자 수는 총 1,548명이며, 이 가운데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83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생력 제고…인건비 등 직접지원은 각종 유사 지원제도로 통합"


당장 제주지역 상당수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 12곳의 인건비 중단이 예고된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 지원체계 개편 방침은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건비 직접 지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또 다른 간접 지원도 많다며 청년이나 고령자의 경우 다양한 지원금들을 통해서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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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주지역 미혼모들이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 식당에서 일하는 모습.
"사회적기업 인건비 중단…아이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요"

제주시내 한 미혼모 자립 지원 사회적기업인 한 식당의 주방이 이른 시간부터 손님 맞이 준비로 분주합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앳된 엄마들의 얼굴에서 생기와 웃음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속에 고용노동부가 일자리 창출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방침을 개편하며 이곳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이 미혼모 자립 사회적기업 식당에서 일하는 미혼모는 현재 5명입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겨우 견뎌냈고, 최근엔 천만 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였던 시점에 최근 정부의 인건비 지원 중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최근 제주도로부터 내년 인건비 지원을 위한 심사가 당초 이달 예정됐지만, 정부 지원 삭감 방침으로 심사 계획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기업은 단순 미혼모들의 일자리 제공을 넘어, 각종 자격증 취득과 사회적 자립 활동까지 지원하며 미혼모와 어린 자녀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내년 이 식당의 활성화를 위한 신메뉴 개발 등 각종 운영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며 심정을 밝혔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인 한 미혼모 직원 역시 "올해 목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아이와도 안정된 생활을 그리고 있었지만, 인건비 지원 중단은 절망적이다"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마음을 다잡고 자립을 위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을 경우 미혼모 가정은 다시 어려움의 굴레가 반복될 수 있다"며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제주 농업 안정기반 덜컥…비상경영 돌입"

소규모 농가 생산물의 판로를 담당하는 제주지역 한 사회적기업의 모습.
지난 2020년 제주지역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소규모 농가 100여 곳의 농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도내외 물류와 유통을 담당하는 한 사회적기업도 비상입니다.

직원 9명으로 시작해 취약계층 직원을 확대하며 현재 직원은 15명으로 늘었습니다.

매출도 첫해 12억 원에서 20억 원 가까이 늘며 안정기에 접어들길 기대하던 시점에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 방침 개편은 날벼락 같은 소식입니다.

당장 인력 축소는 물론 이사회까지 열어 경영 계획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처지입니다.

조상호 해당 사회적기업 대표는 "2~3년 정도 좀 더 시도들을 통해서 안정기반을 마련하려 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정부 방침에 굉장히 비상상황이라며, 단순히 일자리 창출과 수익 증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농업과 친환경 먹거리 제공,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가치를 위해 묵묵히 일하던 기업을 배려한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올해 안에 인건비 중단 12곳…제주도 자체 예산 동원 검토"


제주도와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파악 결과 9월 현재 제주지역 사회적기업 160여 곳 가운데 국비로 인건비를 지원받는 기업은 46곳입니다.

이 가운데 당장 올해 안에 12곳에 대한 국비 지원이 끊길 것으로 제주도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진석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사회적기업은 섬 지역 특성상 제주 지역경제 활성화에 아주 주요한 민생 정책이었는데 사라진다면 기업을 창업해야 하는 부분들에서도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제주도는 민생경제 활성화가 역점 정책인 만큼 정부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지방 재정에 부담도 커졌습니다.

정윤창 제주도 소상공인과장은 "제주지역 사회적 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자체 제주도비를 반영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5일,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따른 2024년 제주 주요 예산 재정토론회.
제주 사회적기업들 "정부 예산 삭감, 도 차원에서 노력해야"

정부의 긴축재정 영향으로 제주도내 사회적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면서 제주도의 지원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주사회적경제단체와 사회적경제기업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예산삭감은 오영훈 지사가 공약했던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와 배치된다며 제주도 차원의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도 제주사회적경제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기업들의 피해 현황을 파악해 국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 따르면 제주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후 2023년 8월 현재 예비사회적기업 77개, 인증사회적기업 90개, 예비마을기업 7개, 마을기업 44개, 자활기업 19개, 사회적협동조합 73개, 일반협동조합 355개 등 660여 개에 이르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제주지역 사회적기업(예비포함) 고용자 수는 총 1,548명이며, 이 가운데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83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생력 제고…인건비 등 직접지원은 각종 유사 지원제도로 통합"


당장 제주지역 상당수 일자리 창출 사회적 기업 12곳의 인건비 중단이 예고된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 지원체계 개편 방침은 획일적 육성에서 자생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건비 직접 지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또 다른 간접 지원도 많다며 청년이나 고령자의 경우 다양한 지원금들을 통해서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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