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또 자살…“악성 민원 시달리다”
입력 2023.09.08 (15:49)
수정 2023.09.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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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 유족은 과거 악성 민원에 시달린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40대 초등교사 자살…"서이초 사건 접하고 괴로워해"
자살을 시도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어제(7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은 고인이 된 교사 A씨가 "2019년부터 이어진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올해 7월, 서울 서이초 사건을 접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전시교육청은 사건이 불거지자 악성 민원과의 관련성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A씨가 소속된 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전에서 숨진 40대 교사가 2019년 당시 재직했던 학교.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 교사노조 "악성 민원 시달린 탓…원인 명백히 밝혀야"
교사노조 역시 유족의 증언을 뒷받침했습니다.
이들은 A씨가 2019년 대전시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급식실에 드러눕는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학우를 괴롭히지 말라는 등의 지도 활동을 펼쳤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친구 얼굴을 때린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기도 했는데, 이때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학부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2월 A씨의 행동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났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A씨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 동안 민원을 지속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전에서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망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해당 교사의 장례식장과 전·현직 학교에는 교사 동료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서이초 교사 추모'가 마지막 행적…"악성 민원 사과받아야"
A씨는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주장하며,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열린 주말 추모 집회에 참석하고, 49재 날인 지난 4일에도 학교에 병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교권 회복'을 누리지는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A씨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시 교육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무런 사과도, 회복도 누리지 못한 채 떠난 A씨지만 그가 근무하던 초등학교에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동료와 시민들의 위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 당시 고소를 당한 A씨를 위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작성했던 같은 반 학부모들도 모여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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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교사 또 자살…“악성 민원 시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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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9-08 15:49:25
- 수정2023-09-08 16:05:26
■ 40대 초등교사 자살…"서이초 사건 접하고 괴로워해"
자살을 시도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어제(7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은 고인이 된 교사 A씨가 "2019년부터 이어진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올해 7월, 서울 서이초 사건을 접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전시교육청은 사건이 불거지자 악성 민원과의 관련성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A씨가 소속된 학교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 교사노조 "악성 민원 시달린 탓…원인 명백히 밝혀야"
교사노조 역시 유족의 증언을 뒷받침했습니다.
이들은 A씨가 2019년 대전시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급식실에 드러눕는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하고, 학우를 괴롭히지 말라는 등의 지도 활동을 펼쳤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친구 얼굴을 때린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기도 했는데, 이때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학부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2월 A씨의 행동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났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A씨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 동안 민원을 지속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대전에서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망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서이초 교사 추모'가 마지막 행적…"악성 민원 사과받아야"
A씨는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주장하며,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열린 주말 추모 집회에 참석하고, 49재 날인 지난 4일에도 학교에 병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교권 회복'을 누리지는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A씨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시 교육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무런 사과도, 회복도 누리지 못한 채 떠난 A씨지만 그가 근무하던 초등학교에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동료와 시민들의 위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 당시 고소를 당한 A씨를 위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작성했던 같은 반 학부모들도 모여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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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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