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처남 공흥지구 공소장 입수…“그림판으로 문서 위조해 개발부담금↓”

입력 2023.09.08 (16:53) 수정 2023.09.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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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윤 대통령의 처남이자 시행사 ESI&D의 대표 김 모 씨.

검찰이 지난 7월 28일 김 씨를 포함해 시행사 관계자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사실, 앞서 KBS가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개발부담금을 줄이려고 공사 비용을 부풀린 위조 서류를 양평군에 제출한 혐의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검찰, ‘공흥지구 특혜 의혹’ 윤 대통령 처남 기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1815

검찰이 김 씨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사업 기간을 2년 연장해 준 양평군청 공무원 3명은 지난 6월 먼저 기소돼 오는 20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김 씨가 어떤 문서를, 어떤 방식으로 위조했는지는 단 한 번도 알려진 적 없습니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21년 10월 이후 2년 가까이 사건의 내막이 꽁꽁 감춰져 있는 셈인데, 그 내막을 KBS가 단독 입수한 공소장으로 짚어드리겠습니다.

■"개발부담금 적게 나오게 해 주겠다"…허위로 개발비용 부풀려

공소장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2016년 5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흥지구 개발비용 산정 업무를 총괄하는 용역 업체를 결정하는 자리, 이날 선정된 용역 업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처남 김 모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시행사 ESI&D 측에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

"개발부담금이 적게 나오게 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겁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개발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선 공사 비용을 부풀려야 하는 상황. 이들은 '사토장'을 이용했습니다.

토사 운반 거리가 길수록 개발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공흥지구 공사현장과 약 18.5km 떨어진 사토장에 토사를 운반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낸 겁니다. 해당 사토장은 공흥지구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위조된 서류는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입 확인서', 총 2개입니다.

■ 그림판으로 서류 위조…타 업체 명의 도용까지

2016년 8월 초, 서류 위조에 사용된 도구는 다름 아닌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인 '그림판'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그림판을 이용해 사토장과 토사 운반 업체의 도장 이미지를 잘라냈고, 잘라낸 이미지를 토사 운반 거리와 운반량 등을 부풀려 적은 문서에 붙이는 방식을 썼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문서 하단의 성명란에 'A 토사운반업체' 라고 기재한 뒤, 그 회사명 옆에 A 토사운반업체 인영 이미지를 그림판 프로그램의 잘라내기, 붙이기 기능을 이용하여, 위 인영 이미지를 'A 토사운반업체' 옆에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토사운반거리확인서.xls」 파일을 생성하였다."

- 공소장 일부 발췌

그림판을 이용해 직접 허위 문서를 꾸며낸 사람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토목공사 업무를 담당한 B 씨.

하지만 검찰은 위조 문서 작성 과정에 김 씨 등 시행사 관계자와 용역 업체 직원도 공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장에는 '김 씨가 B 씨에게 직접 전화해 토사 운반 관련 증빙 서류를 꾸며내기로 했다'고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김 씨가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에서 공사 기간과 토사 운반량을 수정해야 한다는 용역업체 직원 말을 듣고, 본인은 시간이 급박하단 이유로 용역업체 직원에게 직접 수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B 씨에게 또 전화해 위 토사를 반입했다는 확인서도 필요하니 '토사반입확인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토사운반거리확인서와 같이 그림판을 이용한 방식으로 토사반입확인서 pdf파일도 만들어졌습니다.

"피고인 김 씨는 피고인 B에게 다시 전화하여 '토사를 반입했다는 확인서도 필요하니, C 사토장 명의의 「토사 반입 확인서」를 작성해달라'라고 요구하였다."

결국 이들이 해당 업체들의 명의를 도용해 개발비용을 부풀렸다고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공흥지구 공사 현장의 토사 운반과 관련이 없어 「토사 반입 확인서」를 받거나,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를 받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위 업체들의 명의를 도용해…"
- 공소장 일부 발췌

■ 공무집행방해 혐의 추가…"정당한 직무집행 방해"

이렇게 만들어진 위조 서류는 '개발비용 산정 보고서'에 첨부돼 2016년 8월 11일 양평군청에 제출됐습니다.

그리고 시행사 측의 두 번에 걸친 이의신청 끝에, 양평군은 2017년 6월 공흥지구 사업에 대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김 씨 등이 허위 문서를 꾸며내 제출하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양평구청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김 씨 등 5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한 이유입니다.

해당 혐의는 앞선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던 죄목입니다.

"위조된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와 위조된 「토사 반입 확인서」를 제출하여 양평군청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실제보다 과다한 토사 운반 비용을 개발비용에 계상하게 하였다."
- 공소장 일부 발췌

김 씨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은 다음 달 12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자료제공: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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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8 16:53:32
    • 수정2023-09-08 17:45:15
    단독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윤 대통령의 처남이자 시행사 ESI&D의 대표 김 모 씨.

검찰이 지난 7월 28일 김 씨를 포함해 시행사 관계자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사실, 앞서 KBS가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개발부담금을 줄이려고 공사 비용을 부풀린 위조 서류를 양평군에 제출한 혐의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검찰, ‘공흥지구 특혜 의혹’ 윤 대통령 처남 기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1815

검찰이 김 씨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는 일단락됐습니다.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사업 기간을 2년 연장해 준 양평군청 공무원 3명은 지난 6월 먼저 기소돼 오는 20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김 씨가 어떤 문서를, 어떤 방식으로 위조했는지는 단 한 번도 알려진 적 없습니다.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21년 10월 이후 2년 가까이 사건의 내막이 꽁꽁 감춰져 있는 셈인데, 그 내막을 KBS가 단독 입수한 공소장으로 짚어드리겠습니다.

■"개발부담금 적게 나오게 해 주겠다"…허위로 개발비용 부풀려

공소장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2016년 5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흥지구 개발비용 산정 업무를 총괄하는 용역 업체를 결정하는 자리, 이날 선정된 용역 업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처남 김 모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시행사 ESI&D 측에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

"개발부담금이 적게 나오게 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겁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개발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선 공사 비용을 부풀려야 하는 상황. 이들은 '사토장'을 이용했습니다.

토사 운반 거리가 길수록 개발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공흥지구 공사현장과 약 18.5km 떨어진 사토장에 토사를 운반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낸 겁니다. 해당 사토장은 공흥지구 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위조된 서류는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입 확인서', 총 2개입니다.

■ 그림판으로 서류 위조…타 업체 명의 도용까지

2016년 8월 초, 서류 위조에 사용된 도구는 다름 아닌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인 '그림판'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그림판을 이용해 사토장과 토사 운반 업체의 도장 이미지를 잘라냈고, 잘라낸 이미지를 토사 운반 거리와 운반량 등을 부풀려 적은 문서에 붙이는 방식을 썼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문서 하단의 성명란에 'A 토사운반업체' 라고 기재한 뒤, 그 회사명 옆에 A 토사운반업체 인영 이미지를 그림판 프로그램의 잘라내기, 붙이기 기능을 이용하여, 위 인영 이미지를 'A 토사운반업체' 옆에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토사운반거리확인서.xls」 파일을 생성하였다."

- 공소장 일부 발췌

그림판을 이용해 직접 허위 문서를 꾸며낸 사람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토목공사 업무를 담당한 B 씨.

하지만 검찰은 위조 문서 작성 과정에 김 씨 등 시행사 관계자와 용역 업체 직원도 공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장에는 '김 씨가 B 씨에게 직접 전화해 토사 운반 관련 증빙 서류를 꾸며내기로 했다'고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김 씨가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에서 공사 기간과 토사 운반량을 수정해야 한다는 용역업체 직원 말을 듣고, 본인은 시간이 급박하단 이유로 용역업체 직원에게 직접 수정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B 씨에게 또 전화해 위 토사를 반입했다는 확인서도 필요하니 '토사반입확인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토사운반거리확인서와 같이 그림판을 이용한 방식으로 토사반입확인서 pdf파일도 만들어졌습니다.

"피고인 김 씨는 피고인 B에게 다시 전화하여 '토사를 반입했다는 확인서도 필요하니, C 사토장 명의의 「토사 반입 확인서」를 작성해달라'라고 요구하였다."

결국 이들이 해당 업체들의 명의를 도용해 개발비용을 부풀렸다고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공흥지구 공사 현장의 토사 운반과 관련이 없어 「토사 반입 확인서」를 받거나,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를 받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위 업체들의 명의를 도용해…"
- 공소장 일부 발췌

■ 공무집행방해 혐의 추가…"정당한 직무집행 방해"

이렇게 만들어진 위조 서류는 '개발비용 산정 보고서'에 첨부돼 2016년 8월 11일 양평군청에 제출됐습니다.

그리고 시행사 측의 두 번에 걸친 이의신청 끝에, 양평군은 2017년 6월 공흥지구 사업에 대해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검찰은 이렇게 김 씨 등이 허위 문서를 꾸며내 제출하는 과정이, 결과적으로 양평구청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김 씨 등 5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한 이유입니다.

해당 혐의는 앞선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던 죄목입니다.

"위조된 「토사 운반거리 확인서」와 위조된 「토사 반입 확인서」를 제출하여 양평군청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실제보다 과다한 토사 운반 비용을 개발비용에 계상하게 하였다."
- 공소장 일부 발췌

김 씨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은 다음 달 12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자료제공: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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