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잠수복이 얇아진 이유는? [주말엔]

입력 2023.09.10 (11:05) 수정 2023.09.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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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쿠버, 겨울철 서핑 등으로 레저용 스킨스쿠버 수트가 많이 보급됐습니다.

그렇다면 제주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도 스킨스쿠버 수트를 입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대부분의 제주 해녀들은 잠수복을 제작해 사용합니다.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5~6시간씩 작업하려면 기성복이 아닌 본인에게 꼭 맞는 잠수복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 "해녀들은 일반 잠수복 입고는 안 돼요"

44년 동안 해녀 잠수복을 만든 장인이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소라잠수복'을 운영한 이성모 전 대표입니다.


이 전 대표는 매년 6백~1천 벌의 잠수복을 제작하다 올해부터 은퇴했습니다.

이 전 대표에게 해녀 잠수복을 제작할 때 중요한 점을 물었습니다.

"해녀들은 절대 일반 옷을 입고는 안 돼요."

"손목이든 발목이든 물이 스며들지 않게 전부 맞아야 해요. 사람마다 (신체의) 특징적인 것을 전부 살려서 제작해야 돼요."

스킨스쿠버 수트가 물에 젖는 수트도 있는 반면 해녀 잠수복은 완전히 물을 차단해야 합니다.

옷 안에 물이 들어가면 체온이 낮아져 오랜 시간 물질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 접합 부위인 목, 손목, 발목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 맞춤 해녀복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방수 원단 하나하나를 풀로 이어붙이는데, 조금의 틈도 없이 만드는 것이 장인만의 노하우입니다.

■ 해녀복이 얇아진 이유는

최근 10여 년 사이 해녀복에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해수온 상승으로 바다가 따뜻해지며 물질하는 해녀들의 옷차림이 얇아진 겁니다.

"아이고 예전에는 보통 최하 5mm(두께)는 입었죠. 거기서 이제 8월달 지나가면 6mm. 속에 또 뭐 입느냐 하면 조끼를 입어요. 요즘은 물이 너무 뜨셔. 나는 그냥 12월에도 3mm 입어요."
- 한순자 /해녀 경력 50년

"저는 4mm 계속 입었어요. 5mm는 막 추운 겨울 때나 한 번씩 입고요. 지금은 3mm 입어요."
- 홍초산 /해녀 경력 65년



1970년대 말, 일본에서 해녀복 원단이 들어온 뒤로 해녀들은 주로 5mm 두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6mm 두께의 해녀복을 주로 입었습니다.

해수온이 점점 상승함에 따라 해녀복도 얇아져 요즘은 기본 두께가 4mm, 열이 많으신 분들은 3mm 두께의 해녀복을 입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2023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5년간(1968~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36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대비 약 2.5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 해녀들의 적, '백화현상’

해수온 상승은 바닷속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백화현상은 해녀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백화현상은 해조류가 사라지며 석회질의 사체가 바닥에 하얗게 붙으며 발생합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해조류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며 백화현상을 초래한 원인으로 해수온 상승을 지목합니다.

이 백화현상이 발생한 바다는 이미 해조류가 사라져, 함께 살던 해양생물까지 생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당연히 해녀들의 조업량도 줄고 바다를 터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해녀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바닥에 풀이 하나도 없어요. 백화현상이 돼가지고. 바닥에 들어가면 돌멩이든 뭐든 다 하얗게 돼요."
"옛날같이 풀이 많고 할 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바다가 다 하얗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뭐가 있겠어요. 아무것도 없죠."
-홍초산 /해녀 경력 65년

"바다가 따뜻해져 가면 우리 해녀들이 작업할 물건이 없어질 수 있어요. 계절에 따라서 해산물도 살거든요. 추운 바다가 있어야 해삼도 나오는데 바다가 따뜻해지다 보면 해삼이 살지 못하잖아요. 해삼만 아니고 소라, 전복 같은 것들도 다 그래요."
"삶의 터전이 위협받을 수 있죠. 바다에서 물건이 올라와야 우리 생계가 넉넉할 거고 없으면 우리 생계가 굶어야 하잖아요."
-최희 /해녀 경력 43년

■ 해녀와 해녀복 장인의 공생, 계속 될까?

소라잠수복은 올해 세대 교체를 했습니다.

고태협 대표가 소라잠수복을 이어받아 서귀포 해녀들의 잠수복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고 대표는 울산의 잠수복 장인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오래전 이 전 대표 역시 고 대표의 아버지로부터 잠수복 제작법을 배웠습니다.


고 대표의 근심 역시 따뜻한 바다와 해녀들의 삶의 변화에 있었습니다.

"지금 해녀가 많이 줄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니 조업량이 줄어들고 그 조업량이 줄어든다는 건 바닷속 생활 환경이 엄청 안 좋아졌다는 겁니다."

급변하는 바닷속 환경과 줄어드는 해녀들.

그리고 해녀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견뎌온 해녀복 장인들.

이들은 앞으로도 공생할 수 있을까요?

[연관 기사] [DEEP] 해녀복에 무슨 일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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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녀들의 잠수복이 얇아진 이유는? [주말엔]
    • 입력 2023-09-10 11:05:29
    • 수정2023-09-10 15:13:26
    주말엔

스킨스쿠버, 겨울철 서핑 등으로 레저용 스킨스쿠버 수트가 많이 보급됐습니다.

그렇다면 제주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도 스킨스쿠버 수트를 입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대부분의 제주 해녀들은 잠수복을 제작해 사용합니다.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5~6시간씩 작업하려면 기성복이 아닌 본인에게 꼭 맞는 잠수복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 "해녀들은 일반 잠수복 입고는 안 돼요"

44년 동안 해녀 잠수복을 만든 장인이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소라잠수복'을 운영한 이성모 전 대표입니다.


이 전 대표는 매년 6백~1천 벌의 잠수복을 제작하다 올해부터 은퇴했습니다.

이 전 대표에게 해녀 잠수복을 제작할 때 중요한 점을 물었습니다.

"해녀들은 절대 일반 옷을 입고는 안 돼요."

"손목이든 발목이든 물이 스며들지 않게 전부 맞아야 해요. 사람마다 (신체의) 특징적인 것을 전부 살려서 제작해야 돼요."

스킨스쿠버 수트가 물에 젖는 수트도 있는 반면 해녀 잠수복은 완전히 물을 차단해야 합니다.

옷 안에 물이 들어가면 체온이 낮아져 오랜 시간 물질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 접합 부위인 목, 손목, 발목 등을 정확하게 측정해 맞춤 해녀복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방수 원단 하나하나를 풀로 이어붙이는데, 조금의 틈도 없이 만드는 것이 장인만의 노하우입니다.

■ 해녀복이 얇아진 이유는

최근 10여 년 사이 해녀복에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해수온 상승으로 바다가 따뜻해지며 물질하는 해녀들의 옷차림이 얇아진 겁니다.

"아이고 예전에는 보통 최하 5mm(두께)는 입었죠. 거기서 이제 8월달 지나가면 6mm. 속에 또 뭐 입느냐 하면 조끼를 입어요. 요즘은 물이 너무 뜨셔. 나는 그냥 12월에도 3mm 입어요."
- 한순자 /해녀 경력 50년

"저는 4mm 계속 입었어요. 5mm는 막 추운 겨울 때나 한 번씩 입고요. 지금은 3mm 입어요."
- 홍초산 /해녀 경력 65년



1970년대 말, 일본에서 해녀복 원단이 들어온 뒤로 해녀들은 주로 5mm 두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6mm 두께의 해녀복을 주로 입었습니다.

해수온이 점점 상승함에 따라 해녀복도 얇아져 요즘은 기본 두께가 4mm, 열이 많으신 분들은 3mm 두께의 해녀복을 입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2023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5년간(1968~2022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약 1.36도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대비 약 2.5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 해녀들의 적, '백화현상’

해수온 상승은 바닷속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백화현상은 해녀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백화현상은 해조류가 사라지며 석회질의 사체가 바닥에 하얗게 붙으며 발생합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해조류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며 백화현상을 초래한 원인으로 해수온 상승을 지목합니다.

이 백화현상이 발생한 바다는 이미 해조류가 사라져, 함께 살던 해양생물까지 생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당연히 해녀들의 조업량도 줄고 바다를 터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해녀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바닥에 풀이 하나도 없어요. 백화현상이 돼가지고. 바닥에 들어가면 돌멩이든 뭐든 다 하얗게 돼요."
"옛날같이 풀이 많고 할 때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바다가 다 하얗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뭐가 있겠어요. 아무것도 없죠."
-홍초산 /해녀 경력 65년

"바다가 따뜻해져 가면 우리 해녀들이 작업할 물건이 없어질 수 있어요. 계절에 따라서 해산물도 살거든요. 추운 바다가 있어야 해삼도 나오는데 바다가 따뜻해지다 보면 해삼이 살지 못하잖아요. 해삼만 아니고 소라, 전복 같은 것들도 다 그래요."
"삶의 터전이 위협받을 수 있죠. 바다에서 물건이 올라와야 우리 생계가 넉넉할 거고 없으면 우리 생계가 굶어야 하잖아요."
-최희 /해녀 경력 43년

■ 해녀와 해녀복 장인의 공생, 계속 될까?

소라잠수복은 올해 세대 교체를 했습니다.

고태협 대표가 소라잠수복을 이어받아 서귀포 해녀들의 잠수복을 책임지게 됐습니다.

고 대표는 울산의 잠수복 장인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오래전 이 전 대표 역시 고 대표의 아버지로부터 잠수복 제작법을 배웠습니다.


고 대표의 근심 역시 따뜻한 바다와 해녀들의 삶의 변화에 있었습니다.

"지금 해녀가 많이 줄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니 조업량이 줄어들고 그 조업량이 줄어든다는 건 바닷속 생활 환경이 엄청 안 좋아졌다는 겁니다."

급변하는 바닷속 환경과 줄어드는 해녀들.

그리고 해녀들과 함께 오랜 세월을 견뎌온 해녀복 장인들.

이들은 앞으로도 공생할 수 있을까요?

[연관 기사] [DEEP] 해녀복에 무슨 일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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