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억 원 꿀꺽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암 낫는 생수’ 사기 첫 재판

입력 2023.09.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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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낫게 해주는 생수'를 개발하겠다고 속여 전국에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조 씨의 사기 행각, 지난 5월 KBS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7년 전 '항암 버섯'을 재배하겠다며 비슷한 사기를 쳤다가 복역한 사실까지 추가 확인됐는데요. 구속 기소된 조 씨와 동업자 정 씨에 대한 재판이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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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에도 사기 행각…“수익에 비해 처벌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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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피해자들법정에 들어서고 있는 피해자들

■ 재판에 모습 드러낸 조 씨…방청석에 모인 피해자들 '울분'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교도관과 함께 조 씨와 정 씨가 나란히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피해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는데요. 재판부가 소란을 피우면 퇴정시키겠다고 경고한 후에야 법정은 조용해졌습니다. 이어 검찰은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공모해 1차 수익으로 투자 원금의 3,500% 수익금을 27개월 동안 지급하고, 2차 수익으로 최소 12만 9,500%의 수익금을 53개월 동안 지급하겠다고 말해 3천6백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15억 원 상당을 받는 등 당국의 인가, 허가 없이 유사 수신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또 조 씨는 3천 8백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313억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습니다.

조 씨가 투자 수익률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조 씨가 투자 수익률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 의견 진술 않거나 범행 부인…조 씨 '폐암 말기' 보석 신청

앞선 경찰 조사에서 "실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며 범행을 부인한 조 씨, 이번 재판에서는 아무런 의견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조 씨와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재판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공소 제기일로부터 시간이 석 달 가량이나 흘렀기 때문입니다. 함께 기소된 정 씨 측 변호인은 "조 씨와 사기 공모를 하지 않았고, 범행에 가담한 적도 없다"며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법정 내부 모습법정 내부 모습

조 씨는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지난해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다가 구속돼 상태가 많이 악화됐고, 기관지로까지 암이 전이됐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속 상태에서도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꼭 석방되어야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검찰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보석 청구를 불허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게 돼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죽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다. 조금만 더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또 "구속으로 중단된 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회원들과 합의를 마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회원들에게 존경받고 자랑스러운 남편·아버지·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의 이런 말을 들은 피해자들은 "이 사건 때문에 이미 사람이 몇 명 죽었다"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조 씨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한 투자자들조 씨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한 투자자들

■ 처벌 내려져도 피해금 회복은 '막막'…피고인들 전관 변호사 선임

피해자들은 조 씨 일당이 합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금을 온전히 돌려받길 바라고 있습니다. 일부는 재판부에 '배상 명령'을 신청하기도 했는데요. 배상 명령은 형사 재판에서 법원이 유죄 판결과 동시에 범죄 행위로 발생한 물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신청을 모두 각하했습니다. 사안 자체가 커 공판 심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손해액을 판별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기 사건의 경우, 범죄자들이 대부분 재산을 미리 빼돌리거나 숨겨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윤주 KBS 자문변호사는 "가해자의 재산이 파악된다면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 처분을 같이 진행하는 게 당연하지만, 은닉되어 있다면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외경부산지방법원 외경

조 씨는 이번 재판을 위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대형 법률사무소 2곳에서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정 씨도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 피해자는 "변호사 사고, 이런 돈이 어디서 나왔겠나. 그게 전부 우리 돈 아닌가? 그 자체가 벌써 돈을 다 빼돌렸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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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백억 원 꿀꺽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암 낫는 생수’ 사기 첫 재판
    • 입력 2023-09-11 14: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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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낫게 해주는 생수'를 개발하겠다고 속여 전국에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조 씨의 사기 행각, 지난 5월 KBS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7년 전 '항암 버섯'을 재배하겠다며 비슷한 사기를 쳤다가 복역한 사실까지 추가 확인됐는데요. 구속 기소된 조 씨와 동업자 정 씨에 대한 재판이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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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교도관과 함께 조 씨와 정 씨가 나란히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피해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는데요. 재판부가 소란을 피우면 퇴정시키겠다고 경고한 후에야 법정은 조용해졌습니다. 이어 검찰은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공모해 1차 수익으로 투자 원금의 3,500% 수익금을 27개월 동안 지급하고, 2차 수익으로 최소 12만 9,500%의 수익금을 53개월 동안 지급하겠다고 말해 3천6백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15억 원 상당을 받는 등 당국의 인가, 허가 없이 유사 수신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또 조 씨는 3천 8백여 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313억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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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경찰 조사에서 "실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며 범행을 부인한 조 씨, 이번 재판에서는 아무런 의견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조 씨와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재판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공소 제기일로부터 시간이 석 달 가량이나 흘렀기 때문입니다. 함께 기소된 정 씨 측 변호인은 "조 씨와 사기 공모를 하지 않았고, 범행에 가담한 적도 없다"며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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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지난해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다가 구속돼 상태가 많이 악화됐고, 기관지로까지 암이 전이됐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속 상태에서도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꼭 석방되어야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검찰도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보석 청구를 불허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게 돼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죽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다. 조금만 더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또 "구속으로 중단된 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회원들과 합의를 마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며 "회원들에게 존경받고 자랑스러운 남편·아버지·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의 이런 말을 들은 피해자들은 "이 사건 때문에 이미 사람이 몇 명 죽었다"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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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돈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기 사건의 경우, 범죄자들이 대부분 재산을 미리 빼돌리거나 숨겨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윤주 KBS 자문변호사는 "가해자의 재산이 파악된다면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 처분을 같이 진행하는 게 당연하지만, 은닉되어 있다면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외경
조 씨는 이번 재판을 위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대형 법률사무소 2곳에서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정 씨도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 피해자는 "변호사 사고, 이런 돈이 어디서 나왔겠나. 그게 전부 우리 돈 아닌가? 그 자체가 벌써 돈을 다 빼돌렸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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